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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 유성호

'단군 이래 최대 소송'으로 불리는 '삼성차 채권 환수 소송'에서 법원은 삼성 측이 3조1500억원을 물어내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김재복 부장판사)는 31일 삼성자동차 채권단인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금융기관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 28개 계열사를 상대로 낸 약 5조원의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삼성 측은 주식처분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며, 위약금 제공 약정도 유효하다"고 밝히고, "피고들에게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해 약 1조6338억원과 이에 대한 연 6%의 지연이자인 약 6861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또한 재판부는 "삼성차 법정관리 신청 당시 채권단의 손실을 없애기 위해 이 회장이 출연한 350만주의 삼성생명 주식 이외에도 이 회장은 50만주의 삼성생명 주식을 추가로 출연하고 이 주식으로 애초 약속했던 2조4500억원에 부족한 1조6000억원을 채권단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경제개혁연대 "주주대표소송청구 검토할 것"

이와 관련 경제개혁연대는 31일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은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삼성자동차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이에 하등의 책임이 없는 계열사를 동원하였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삼성계열사들이 지연이자와 관련된 연대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실제 손해가 발생한다면 이에 관여한 계열사 임원들에 대해 주주대표소송청구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재판과정에서 삼성 측은 그동안의 주장과 달리 스스로 계열사들의 삼성자동차 부채 부담행위가 주주와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임을 자인하는 주장을 펼쳤다"며 "삼성 스스로 당시의 채무부담행위가 해당 회사의 이익과 무관하며 총수의 이익과 관련 있다는 것을 법정에서 인정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들은 "삼성자동차의 방만한 경영과 그 실패는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던 사건"이라고 지목하고 "향후 부채처리에 관한 법적, 경제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은 이러한 실패와 계열사 연쇄부실의 악순환을 막고 총수일가의 사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희생하는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반드시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도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삼성차 부실에 따른 손실부담 문제를 이건희 회장이 조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며 "지난 99년 6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차 법정관리에 따른 채권단의 손실을 보전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발표한 때로부터 9년째 접어들고 있고, 손실액을 보전키로 한 합의를 이행하기로 한 기한인 2000년 12월말로부터도 만 7년이 지난 만큼 이 회장은 이 약속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고 촉구했다.

또한 참여연대는 "이 회장이 스스로 책임져야 할 손실부담 책임을 삼성그룹 계열사에게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며 "삼성자동차의 부실을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 계열사들이 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삼성자동차 도산의 결정적 원인은 자동차산업에 무리하게 뛰어든 이건희 회장의 독단과 전횡 때문"이라며 "단순히 삼성차 지분을 보유했던 삼성전자나 또는 그마저도 없었던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삼성자동차 부실의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삼성차 부실에 따른 손실부담 이건희 회장이 조속히 해결해야"

이 사건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대표적인 경영실패작인 '삼성차 법정관리'로부터 비롯됐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95년 당시 국내 부정적 여론 속에서도 자동차에 대한 과잉의욕으로 '삼성자동차'를 시작했다가 97년~98년 IMF 이후 99년 법정관리 신청을 냈다.

당시 삼성이 삼성자동차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 삼성자동차에 여신을 제공했던 채권단의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채권단에 증여했다.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채권단과 삼성은 삼성생명 주식을 주당 70만원으로 계산했으며, 삼성생명의 상장 등을 통해 삼성자동차가 채권단으로부터 진 부채 2조4500억원을 갚고 추가 손실이 발생하면 이 회장과 삼성 계열사들이 보전키로 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고 채권단의 주식 매각도 진전이 없자 채권소멸 시한인 2005년 12월 31일을 앞두고 12월 9일 채권단은 부채 2조4500억원과 연체이자 2조2880억원, 위약금 등 약 5조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채권단은 삼성측이 삼성차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큰 손실을 입은 채권단에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넘겨주고 삼성생명 상장을 통해 손실 보전을 약속해놓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반해 삼성 측은 당시 합의는 채권단의 부당한 강요로 인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맞섰다.

또 이 회장이 삼성자동차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해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삼성생명 주식을 제공한 것이지 법적 책임은 없다는 이유로 더 이상의 책임은 질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삼성은 채권단과의 합의에 대해 채권단이 손실보전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계열사에 대한 신규대출 거부, 기존 채권 회수, 수출입 외환 정지 등 금융제재를 가하겠다고 압박했다며 이처럼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작성된 합의서는 무효라는 입장 취해왔다.

삼성과 채권단은 1심 선고를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법원은 31일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 채권단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삼성자동차 채권 환수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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