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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세무조사를 한단다.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란다. 언론에서는 그 일을 호외나 되는 것처럼 발표했다. 이유가 뭘까? 김앤장이 법조계의 삼성처럼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고, 국세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관계의 전 현직 고위관료들과 깊은 연줄이 있으니, 제대로 된 조사가 가능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임종인·장화석의 〈법류사무소 김앤장〉은 그와 같은 사실을 꼼꼼하게 다룬다. 김앤장의 역사적 연원에서부터 시작해 누가 김앤장을 움직이고 있는지, 법률 서비스의 대가로 얼마나 수익을 올리는지, 다른 로펌들과 얼마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우리사회에서 올바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파헤쳐 준다.

 

김앤장은 1972년 12월 하버드 로스쿨 법학박사 출신인 김영무 변호사가 서울 광화문 구세군빌딩에 사무실을 연 것에 기원을 둔다. 다음해에는 판사 출신의 장수길 변호사가 합류하면서 김앤장이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김영무의 '김'과 장수길의 '장'이 결합해 만든 서양식 작명법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초기 김앤장을 만는 나머지 한 사람은 1979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그만 두고 합류한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의 이재후 변호사다. 그는 1997년과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핵심적인 법조 인맥으로 분류된다.

 

김앤장이 오늘날 법조계의 대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부터다. 당시 부실기업 정리, 외자유치, 해외매각 등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기업에 대한 매각과 인수합병이 일어났다. 김앤장은 그들 투기자본의 이익과 재벌 총수의 변호를 통해 막강한 권력과 엄청난 부를 거머쥔 것이다. 더이상 김앤장은 법률사무소가 아니라 기업 경영회사와 다름없는 존재가 됐다.

 

흔히 법률 사무소라고 하니까 김앤장 사무실이 서초동 법원단지 근처에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종로구 내자동의 세양빌딩, 종로구 내자동의 한누리빌딩, 종로구 적신동의 노스케이트 현대상선빌딩, 종로구 적선동의 적선현대빌딩, 종로구 신문로의 흥국생명빌딩, 그리고 종로구 운니동의 서울빌딩에 있다. 그곳의 공통점은 간판이 없다는 것이요, 일반인들의 출입은 제한돼 있어서 마치 첩보 영화 속 국가기관과 같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곳의 고문만 해도 2006년 10월 말 현재 19명 정도, 변호사 숫자는 253명, 외국 변호사는 84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식회사처럼 각자 업무 영역을 나누어 전문 부문별로 일하고 있다. 그 밖에도 변리사 100명, 공인회계사 46명, 세무사 13명, 노무사 6명 등 총 15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법무법인 중에서 최고다.

 

놀라운 것은 그곳의 고문들이 행정 부처의 국장급 이상, 금융업계의 임원급 이상 고위직 출신들이란 사실이다. 이헌재 전 부총리나 서영택 전 국세청장을 비롯해 전직 국세청 간부들과 새 정부의 국무총리 내정자인 한승수씨도 김앤장의 고문을 역임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화려한 인맥들을 내세워 방패막이로 삼고 있고, 로비스트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 책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에는 김앤장이 법무법인으로 등록돼 있지 않다고 한다. 더욱이 4차례나 '성실납세자'로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 표창을 받을 때마다 2년간 세무조사가 면제된다는 규정 덕분에 한 차례도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법적인 근거도 없는 조직 형태를 유지하면서 법률을 무력화했던 것이다.

 

2005년 한 해 김앤장의 창업자 김영무 변호사는 570억 원을 벌었다고 한다. 개인 소득 부분에서 삼성의 이건회 회장을 제친 것이다. 당시 한 해 6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국내 변호사 150명 가운데 김앤장 소속이 114명이었다. 그에 따른 매출액과 소득을 공표해야 했건만 김앤장은 하지 않았단다. 변호사 수임 사건의 상대방에 대한 이름이나 사건의 내용을 변호사협회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지만, 수임료에 대한 신고가 제외돼 있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정부는 1인당 연간 116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사법시험 합격자들을 연수시킨다. 연수생 신분이지만 별정직 공무원 5급 1호봉에 해당하는 급여도 제공한다. 그렇지만 회계사나 변리사, 감평사나 노무사 등은 연수제도가 없다. 불공평한 일이다. 더욱이 국민의 세금으로 변호사 연수를 시켜 김앤장 같은 법률 사기업에 공급하는 구조는 국민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정부의 주요 공직자가 퇴직한 후 일정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금하는 <공직자윤리법>도 있다. 그런데도 고위직 공무원들이 법률회사에 마구잡이로 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우리나라 16개 중대형 로펌이 영입한 퇴직 후 3년 이내의 판사와 검사 161명 중에서 142명이 퇴직한 지 3개월 이내에 영입돼 들어갔다. 공직자윤리법은 있으나 마나한 것이다. 일반시민들이 보면 환멸을 느낄 일이요, 노블리스 오블리제 의식은 제로인 상태다.

 

작년 12월 7일 태안반도 유조선 기름유출 사고가 터졌다. 이 사고를 일으킨 선박은 홍콩선적의 유조선 허베이 스트리트호와 국내굴지의 삼성중공업 크레인선이다. 유조선 허베이 스트리트호는 김앤장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했고, 삼성중공업은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했다. 경찰은 조심스러워 하면서 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유는 능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 인수 주도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 온 김앤장이 삼성의 각종 불법 행위에도 핵심적으로 관여했고, 그 대가로 막대한 수임료를 챙겼다는 의혹은 김앤장이 다수 시민의 이익과 사회정의를 위해서 반드시 조사받아야 할 대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손에는 투기자본을 또 한손에는 재벌을 떠받들고 있는 김앤장을 수사하는 일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257쪽)

 

처음으로 돌아가, 국세청이 무소불위의 권력과 막대한 자금을 쥐고 있는 김앤장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인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김앤장을 조사한다고 해도, 국회에서 과세 자료를 공개토록 요구해도 국세청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영업 비밀보호나 개인 정보 보호를 내세워 거절하는 마당인데, 어찌 정확한 세무조사가 이뤄지겠는가? 눈 가리고 아웅하지나 말았으면 할 뿐이다.


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임종인.장화식 지음, 후마니타스(2008)


#김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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