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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2월 중순이 되면 전국의 각 학교들에서 일제히 졸업식이 진행된다.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졸업식 후에는 손에는 꽃다발을 한두 개 들고 단정한 교복 차림으로 같이 졸업식에 참가한 가족들,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최근의 졸업식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흰 밀가루를 뿌리는 행위가 하나의 연례행사처럼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밀가루를 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날계란을 옷에 던져서 짓이기기도 하고, 식용유를 뿌리기도 하며, 급기야는 친구의 교복을 찢는 행동들까지 나타나고 있다.

 졸업식에 미리 준비해 온 밀가루를 친구의 교복위에 뿌리고 있다.
졸업식에 미리 준비해 온 밀가루를 친구의 교복위에 뿌리고 있다. ⓒ 이완구


보통 한 졸업식에 수백 명이 입고 있는 교복 중 상당수는 졸업식이 끝난 후 밀가루와 계란으로 버려지고, 손으로 칼로 찢겨진다. 집에서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 학생들이 하는 행동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 행동으로 인해 훼손되는 교복이 너무 아깝다.

최근의 메이커 교복 한 벌이 20만원에 육박한다고 한다. 지금 졸업하는 졸업생들 숫자만큼 새로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교복을 구입하는데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엄청나다는 계산이 나온다.

 졸업식이 끝나자 서로 입고있던 교복을 강제로 찢고있다.
졸업식이 끝나자 서로 입고있던 교복을 강제로 찢고있다. ⓒ 이완구

“졸업식때 밀가루 뿌리고 찢어야죠~ 그게 추억이잖아요.”

졸업을 앞둔 고3 학생에게 교복을 후배들에게 물려 줄 것인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일선학교에서는 교복 공동구매 등을 통해 교복가격을 낮추려는 노력과 함께, 졸업학년 2학기부터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학교에 교복을 기부하면 교복이 아닌 일반복장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여 교복물려주기를 유도하는 등의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졸업식에서 벌어지는 행동들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들은 물론 모든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이 필요할 때다. 오늘 졸업식에서 순간의 재미를 위해 훼손한 교복을 구하기 위해 다른 후배의 부모는 지금 잠을 설치며 한숨을 길게 내쉬고 있을거라고. 3년 전 내 부모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전국의 모든 졸업식이 정이 넘쳐나는 풍경으로 바뀌길 기대해본다.


#졸업식#밀가루#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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