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SBS 드라마 <온에어> 한 장면. 드라마작가 서영은 역의 송윤아(왼쪽)와 톱스타 오승아 역의 김하늘
SBS 드라마 <온에어> 한 장면. 드라마작가 서영은 역의 송윤아(왼쪽)와 톱스타 오승아 역의 김하늘 ⓒ SBS


드라마에 '스타'가 출연한다는 것은 참 묘하다.

여기서 묘하다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드라마의 스타 출연이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먼저 드라마의 스타 출연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면, 드라마의 안정성 면에서 최고의 효과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스타'라는 별이 출연하면 시청률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

아마 현재 드라마에 조인성이나 강동원 같은 꽃미남이 출연한다고 광고하면, 내용 살펴보지 않고 일단 채널부터 고정시키는 사람 많을 것이다. (현재 영화 '숙명'이 '송승헌'의 출연으로 관심으로 끄는 것처럼….)

현재 새롭게 시작한 <온에어>(SBS TV 수목 방영)는 그런 면에서 최고의 안정성을 지향한다.

김하늘, 박용하, 송윤아, 이범수…. 이름만 들어도 어떻게 이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았나 싶을 정도로 쟁쟁한 스타들이다.

5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박용하하며, 영화에만 전념하는 듯 보였던 송윤아와 김하늘을 안방극장 안으로 끌어 들였고, 작년 한 해 드라마에서 승승장구 했던 버럭 범수까지….

굳이 내용을 보지 않더라도 이만하면 구미가 당길만도 하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들만 스타가 아니다.

드라마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불멸의 명작 '파리의 연인'을 비롯한 연인 3부작을 창작한 인기 작가이고 신우철 PD는 김은숙 작가와 연인 시리즈를 함께 하며 SBS에서 입지를 다진 연출가이다.

연기자들도 스타, 제작진도 스타…. <온에어>는 정말 스타들의 잔치다.

이쯤되면, 드라마에 스타를 기용하는 것에 관해 부정적인 인식이 스멀 스멀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빛 좋은 개살구'라고 혹시 스타들만 왕창 찍어놓고 드라마는 뻔할 뻔자인 거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 말이다.

사실 그 동안 스타를 전면에 내세우고도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던 수 많은 드라마들이 있었다.

얼마 전에 MBC에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이정재 최지우 주연의 <에어시티>가 대표적인 예가 아니었던가.

드라마의 스타 기용은 이렇듯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스타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반쪽짜리 드라마가 될 확률이 굉장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21세기 시청자의 눈은 높아졌다. 텔레비전에서 전세계 드라마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스타만 나온다고 드라마가 뜨겠냐고요….

그래서 혹시 <온에어>도 광고만 무성하고 내실은 없으면 어쩌나 하는 기우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다행히도 <온에어>는 아.니.었.다.

1. <뉴하트>에 이은 또 하나의 방송계 전문직 드라마의 탄생 예고

방송국에서 일하는 등장인물을 다룬 드라마는 그동안 많았었다. 얼마 전에 종영된 MBC 주말 드라마 <깍두기>에서 정동진(김승수)은 라디오 PD였고 유은호(유호정)는 라디오 작가였다. 김수현이 극본을 담당한 SBS <불꽃>의 이영애는 극중에서 드라마 작가로 출연했었다. 이렇듯 그 동안 드라마 내에서 방송국이라는 공간을 다룬 것은 부분에 불과했다.

이번에 <온에어>는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과 그 일에 연관된 사람들을 중심 모티브로 드라마를 진행한다. <온에어>의 기획의도를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비슷한 다른 드라마와 차별을 두기 위해 드라마를 만들고 내보내는 현장을 사실감있게 전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온에어>의 기획의도 : 한국 드라마의 치명적 결함으로 불리는 '생방송 드라마'는 어떠한 상황에서 만들어지는지, 그 중심에 놓인 작가와 감독, 배우와 스태프들은 물리적인 시간과 어떻게 처절한 싸움을 하는지 생생히 보여질 것이다. 또한 배우와 소속사, 연예계 루머를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는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드라마 2회까지 방영되었지만 그 흔한 멜로 라인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주에 종영된 <뉴하트>가 초반부에는 멜로 없이 한국 흉부외과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토로한 것처럼 <온에어>도 한국 드라마계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용어들도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입봉'이라든지 '쌈마이'와 같은 방송계 용어들이 심심찮게 등장해 소소한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나로서는 멜로 없는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 감개무량할 지경인데,(말도 안 되는 억지 멜로 보는데도 지쳤다…) 평소 관심있었던 드라마 제작 현장을 눈으로 목격하는 재미도 쏠쏠했기 때문이다.

2. 스타들도 캐릭터 따라 연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다

 SBS 드라마 <온에어> 한장면. 오승아 매니저 장기준 역할을 맡은 이범수(왼쪽)과 드라마 PD 이경민 역 박용하
SBS 드라마 <온에어> 한장면. 오승아 매니저 장기준 역할을 맡은 이범수(왼쪽)과 드라마 PD 이경민 역 박용하 ⓒ SBS

이명세 감독이 영화 <형사 DUELIST>를 찍으면서 강동원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너는 연기 안 해도 돼. 그냥 그 자리에 있기만 해도 돼." 믿거나 말거나 근거 없는 이야기이기는 하나 대중매체에 있어서 스타의 중요성을 극단적으로 잘 표현해 준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연기 못하는 스타들 정말 많다. 그래서 드라마는 아주 좋은데도 불구하고 스타가 연기를 못해서 말아먹는 경우도 여럿 있다. 드라마 속에서 연기 안 하고 이쁜 척 하고 멋있는 척 하는 스타들을 바라보는 것도 시청자 입장에서는 고역이다.

혹여나 <온에어>도 그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온에어>는 그럴 틈이 없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만약 캐릭터가 죽어버린다면 드라마도 함께 죽어버릴 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먼저 요즘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서영은. 서영은을 연기하는 송윤아는 '과장된 연기는 캐릭터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신의 연기에 변명을 하고 다닌다. 2회까지 봤지만 송윤아의 연기는 극 전체에서 확실히 튀긴 튄다.

그런데 송윤아라는 스타를 빼고 서영은이라는 드라마 작가만 놓고 봤을 때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회당 2000만원이라는 거금의 돈을 받으며 모든 방송국에서 자신을 데려 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앞에서 벌벌 긴다면… 심지어 한 방송국의 드라마 국장마저 허리를 굽히고 들어오는 지경이다. 이렇게 되면 콧대는 높아질 때로 높아져있을테고,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과는 일은커녕 대화조차 섞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런 캐릭터를 두고 송윤아가 선택한 연기는 바로 싸가지 없는 서영은이라는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만드는 일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서영은과 오승아(김하늘)는 비슷한 위치에 있고 둘 다 싸가지가 없는데 둘은 확연히 달라야 극적인 재미가 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송윤아가 이렇듯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버리고 오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캐릭터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을 스스로 찾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지금의 논란은 송윤아의 연기가 오버스러운 것이 아니고 기존의 브라운관에서 보인 송윤아의 이미지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느껴지는 일종의 낯설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듯 싶다.

오승아는 이 드라마에서 궁극의 싸가지를 보여주고 있다. 절대로 부탁같은 건 하지 않을 인물, 눈에 뵈는 게 없고 무서울 것도 없는 톱스타 오승아. 김하늘은 기존의 하늘거리며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한 연약한 여성의 이미지를 버리고 표독스럽고 막무가내에 제멋대로인 오승아의 연기를 꽤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이제까지 김하늘에게 저런 눈매가 숨어 있었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

장기준(이범수)은 절대로 좌절하지 않는 능청스럽고 유들유들한 매니지먼트 사장이다.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다가 최악의 자리까지 내려온 경력이 있고 세상 처세가 익을 만큼 익은 능구렁이다. 그러나 기준은 악한 사람이기 보다는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다.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에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선한 사람이었으니깐.

기준을 연기하기에 이범수는 제격이다. 방송국에서 허리를 굽신거리며 음료수를 돌린다든지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자신이 조연의 자리를 메우겠다며 손을 번쩍 드는 창피한 일도 서슴치 않는다.  사실 이범수는 <외과 의사 봉달희>에서 잠깐 버럭 버럭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였을 뿐이지 이범수는 이런 귀여운 능구렁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대한민국의 몇 안 되는 배우다.

이경민은 자존심 강하기로는 방송국 최고인 단단한 차돌같은 존재다. 드라마 제작이라는 일이 슬슬 비유 맞추며 시청률에 신경쓰고 융통성있게 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며 죽어도 일을 하지 않는 소신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좋은 학벌에 PD 초반에 상도 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입봉도 못한 연출가 신세다. 드라마 <겨울 연가>이후 적극적으로 신뢰받는 이미지를 형성한 박용하는 <온에어>에서도 그런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믿음이 가는 배우라고 해서 특별히 박용하가 멋진 척을 한다든지, 연기를 과장되게 한다든지 하는 것은 아니다. 박용하의 가장 큰 매력은 자연스러움인데 <온에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이경민이 꽤 자연스럽게 극 속에 녹아들고 있다.

<온에어>의 등장인물들은 각자 핸디캡이 있고 자신의 분야에서 자존심도 꽤 쎈 편이다. 이렇듯 복잡다단한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서 <온에어>에 나오는 스타들은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해서 자연스럽게 연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온에어>의 또 다른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타가 무기인 양 드라마 전면에 내세우기만 하는 드라마는 초반에는 관심을 끌지 몰라도 오래도록 인기를 유지할 수는 없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스타가 없어도 스토리가 실속있는 드라마가 마니아를 형성하며 더 큰 사랑을 받는다. KBS 종영 월화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처럼 말이다.

<온에어>가 스타만 내세워 스타로 도배한 드라마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다음 회가 기다려지는 드라마를 만났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 다음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온에어#스타#연기#김하늘#전문직 드라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