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가 언제일까?' 어리석은 우문일지도 모른다. 삶에 있어서 소중하지 않은 시기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태어나기 이전인 태중에서부터 시작하여 생명을 다하는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시간들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를 묻는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누기를 좋아 한다. 단절되지 않는 삶의 시기를 임의로 자르고 재단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느니, 완숙기라느니 하는 식으로 단계를 붙이는 것이다. 그런데 서른 살의 시기는 적당한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서른 살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 있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2008년 2월 18일에 (주) 웅진씽크빅에서 발행한 책이다. 저자는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다.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12년 동안 진료한 경험을 통해서 불안한 현대인의 심리를 심도 있게 분석해놓고 있다. 임상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어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생동감을 불어넣어준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의식하지 못하였던 많은 사실들을 깨닫게 된다. 행동을 하면서 왜 그랬는지 몰랐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프로이드의 이론을 들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모두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뇌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게 된다. 누구나 약간의 히스테리를 가지고 있고 약간의 편집증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약간의 강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하거나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그렇게 마음이 가벼워질 수가 없다. 내가 겪고 있는 삶의 고통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체험하고 있음을 알게 되니 홀가분해질 수 있다. 저자는 서른 살이 악마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까닭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자신과의 싸움으로 인해 마음속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기 때문에 흔들리고 있음을 분명하게 답하고 있다. 즉 내 안의 욕망만 옳고 다른 사람의 욕망은 천하고 나쁘다는 자기 몰두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알지 못하고 있던 나의 문제를 발견하게 된다. 조명 효과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 인해 겪어야 하는 숱한 고통의 실체를 확인하게 된다. 원인을 분명하게 진단하게 되면 그 대안을 찾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의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내 안의 문제를 쉽게 찾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저자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독특한 능력인 '공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상대의 감성을 있는 그대로 나도 똑같이 느끼는 동정과 달리 그것을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감정이 공감임을 강조한다. 서른 살의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는 서른 살의 시기를 ‘혼자 놀고 혼자 일하는 데 익숙한 세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낀 세대가 받는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도 말한다. 만족할 줄 모름으로 인해 결국 고통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완벽이란 그 누구에게도 불가능한 것임을 알지 못하고 발버둥치다보니 고뇌가 커진다는 것이다.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사랑에 빠지기는 쉬어도 사랑에 머무르기는 정말 어렵고 힘들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그래도 희망은 사람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긍정적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면 성취할 수 있음을 결론으로 내리고 있다. 방황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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