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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주변에서 누가 돌아 가셨다는 이야길 자주 듣게 된다. 어른들이 갑자기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게 되거나, 돌아가셨다는 연락이라도 받게 되는 날엔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아마도 친정 부모님이 연로 하신 탓이리라.

 

지인의 시아버님이 병석에 눕기 전에는 얼마나 멋진 분인지는 한 아파트에 살며 자주 뵐 수 있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구십이 넘은 연세에도 깔끔한 복장에 호탕한 웃음소리로 주변 사람을 늘 즐겁게 하셨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게이트볼을 치고 돌아오시는 길에 친구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시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내가 아는 분이라서가 아니라 훤칠한 키에 잘 생기신 외모 때문 일게다.
게다가 늘 '우리 아버님. 우리 아버님 '하며 시아버님의 훌륭한 이야기를  아끼지 않는 지인 덕분에 갖게 된 선입견 때문이기도 했다.

 

노인의 건강은 아무도 장담 못한다고 했던가. 그렇게도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편찮으시다는 이야길 들으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94세의 시아버지를 모시는 67세의 며느리가 지인이시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했던가? 하지만 난 지금까지 이렇게 서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시아버지와 며느리를 본 적이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에게 한 칭찬이 돌고 돌아 다른 사람의 귀에까지 들릴 정도니 샘이 날 정도다. 내가 시집오기 전 돌아가신 우리 아버님이기에 난 시아버님의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며느리가 최고여!"


 

그 말씀 한마디에 기운이 나서 조금이라도 소홀한 점은 없는지 또한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지인의 말을 들으며 난 그 시아버님이 현명한 분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는데 하물며 사람은 칭찬에 얼마나 약한 존재인가? 더군다나 '잘한다. 잘한다' 늘 칭찬하시는 분께 어느 며느리가 잘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할아버님이 편찮으시다니 더 안타깝기 그지없다.

 

노심초사 병구완 하느라 식구들이 애를 쓰더니 위중하여  결국 노인병원에 모시게 되었단다.  일을 하는 며느리이니  병원에 자주 오지 말라는 당부를 하신다니 말이 쉽지 그런 배려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던데 이 댁은  그러지 않다. 평소와 달리 입맛이 없어진 환자가 되셨으니 시시때때로 찾는 음식을 마다 않고 해드린단다. 귀찮다고 하기는커녕 오히려 이것저것 찾기만 하시지 잘 드시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한다. 병원에 계심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통화에 필요하다며 휴대폰 사다 달라는 주문을 하셨단다. 군말 없이 그 즉시 휴대폰을 마련해 갔다는 며느리!

 

오히려 아들은 "우리 아버지는 병석에서 조차 여러 사람 귀찮게 한다"며 투덜대셨다고 하던데. 그건 아마 당신부인이 애쓰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해서 취한 행동은 아닐까? 내 부모에게 잘 하는 부인이  얼마나 대견하고 고맙겠는가. 남편에게 못하는 말을 시아버님께는 했다는 지인을 남편인들 모르겠는가.

 

오늘 아침에도 "우리 아버님이 점점 말라가시니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며 걱정하는 지인의 표정에서 난 삶을 한 수 배웠다. 조금도 귀찮은 내색 없이 경로당이며 바둑 두러 가는 곳까지 모셔다 드리고 모셔 오던 그 마음 그대로 오래 병석에 계시다고 달라진 것 없는 분이니 어디 한 수만 배우겠는가.

 

말로는 '우리아버님이 며느리 칭찬을 하시는데 잘 하지 않을 수가 있어야지'라며 겸손한 지인이나, 끊임없이 며느리 칭찬을 하시며 당신의 처지를 미안 해 하시는  시아버님이나 두 분 모두 대단한 분임에 틀림없다.  지인의 시아버님이 건강해 지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그의 효심을 반만이라도 닮고 싶은 마음에서다.


#효심#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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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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