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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고양일산갑 통합민주당 후보] "
서민 대변하는 성실한 일꾼 되겠다"

 한명숙 후보가 일일찻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명숙 후보가 일일찻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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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경 영화평론가]
국회의원 선거가 보름 남짓 남은 지난 3월25일, 바람 부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은 조용했다. 마두역 근처 한명숙 통합민주당 후보의 사무실은 조용하나 부지런히 움직였고, 야전상황실 같은 긴박감이 느껴졌다.

여론조사는 시작부터 한명숙 후보의 압도적인 우위를 발표했고, 최근 KBS 뉴스에서는 백성운 한나라당 후보와 14%포인트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애니골의 한 카페에서 열린 장학기금을 위한 일일찻집 행사장을 방문했다. 이미 상대당 후보의 부인이 명함을 돌리며 한차례 둘러보고 간 길이다. 거리의 무관심과는 사뭇 다른 팽팽한 긴장이 느껴졌다.

한 후보는 과거의 장관, 총리의 모습을 잊고 지역구민을 위한 일꾼으로 겸손하게 그들의 손을 잡았다.

"만나보니 총리까지 하신 분이 참 부드럽고 겸손하시네요. 그렇지만 지역을 위해 눈에 보이는 일을 해줬으면 해요. 제가 아이 엄마라서 보육문제에 관심이 많거든요."

아이를 데려온 젊은 엄마는 국정에 충실하기보다는 지역 사정에 밝은 일꾼을 원한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사실 한 후보는 부드럽고 고운 이미지와 달리, 독재정권 시절에는 온몸으로 저항하다 옥고까지 치렀고 대표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창립을 주도했으며, 초대 여성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 참여정부에서 여성 최초의 국무총리를 지냈다.

또 자신이 맡았던 모든 일에 기대 이상의 신뢰를 쌓은 결과, 명실공히 우리나라의 여성정치인으로서 우뚝 서게 되었으니 외유내강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주민에게 믿음을 주고, 도덕적이며 신뢰를 주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다"는 한 후보는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을 건강한 견제세력이 이번 선거에서 꼭 필요하다는 것을 똑똑한 구민들이 더 잘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산의 현안인 교육과 교통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한 후보는 영어 집중교육센터 건립, 방과후 학교의 전문성 강화, 집·도서관·학교 등 유비쿼터스형 미래학교 만들기 등을 약속했다. 또 지하철 3·5·9호선이 연결되는 백마, 대곡, 소사 철도노선을 연결하고, 버스·철도·지하철이 연결되는 풍산역에 종합환승센터를 건립해 교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 후보는 오후 3시 일산 교외의 한 찜질방에 모습을 보였다. 70여명의 여성들이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난 듯 얼떨떨한 표정을 내보였다. 이들은 악수를 건네는 한 후보 뒤에서 "누구야?"하고 묻다가 총리까지 지낸 한 후보의 수더분함에 이내 호감을 보였다.

" 아시죠? 한명숙 후보입니다. 서민을 대변하며 성실하게 일하겠습니다."

화려한 언변도, 수사도 없는 한 후보의 소박한 인사말에서 평생 낮은 자세로 성실하게 살아온 한 후보의 힘이 느껴졌다.

[진수희 성동갑 한나라당 후보] "약속만 하지 않고 섬기며 일하겠다"

 진수희 후보가 운동원들과 선거율동을 연습하고 있다.
 진수희 후보가 운동원들과 선거율동을 연습하고 있다.
ⓒ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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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희 여성신문 이사]
"상대방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은 없습니다.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공약으로 평가받고,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될 것입니다."

한 나라당 진수희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지역은 서울 성동갑. 이곳은 지난 대선에서 대변인을 역임했던 현역의원들의 격전장이다. 진수희 의원은 대선 경선 때 이명박 캠프의 대변인으로 활약한 바 있고, 상대방 후보인 최재천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으며, 같은 지역에서 재선을 노리는 중이다.

한나라당의 현역 전국구 의원인 진수희 후보는 대선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무분과 간사를 맡아 활동하느라 지역구를 챙기는 일이 타 후보들보다 늦어졌다. 그러나 인수위 활동 중에 대중언론매체에 많이 노출된 덕에 지역구에서 많은 이들이 알아보며 인사를 하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진 후보는 1995년 여의도연구소 공채1기로 한나라당과 인연을 맺은 것이 계기가 되어 9년간의 정책 연구활동을 마치고 능력을 인정받아 17대에 전국구 의원이 되어 여의도에 입성했다.

"전국구 의원은 당으로부터 큰 혜택을 받은 것입니다. 그 혜택은 한번으로 족합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현역의원이 없는 지역에 출마하여 당의 의석 수를 늘리는 데 일조하는 것이 먼저 받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입장에서 보면 지역구에서 여성의석수를 한자리라도 더 늘리는 것이 여성정치인 풀을 늘리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전국구는 기왕에 여성할당제로 50%는 여성으로 확보해놓고 있으니까요."

최근에 전국에서 가장 비싼 분양가로 주목받았던 뚝섬 서울숲,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 성수동과 군데군데 이미 재개발된 아파트 단지, 굴곡이 심한 지형에 70~80년대식 난개발 다세대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금호동, 옥수동, 응봉동이 진수희 의원의 선거구에 포함되어 있다. 어느 구역보다도 복합적인 현안이 많은 지역일 수밖에 없다.

인구가 10만이 넘는 금호동, 옥수동, 응봉동 지역에 인문계 고등학교가 한군데도 없는 것 하며, 열악한 도로 사정과 한강변에 있으면서도 한강에 접근하기 어렵게 되어 있는 교통구조, 턱없이 부족한 주민 복지시설 등 지역 기반을 다져야 하는 과제만으로도 할 일이 넘친다. 지난 3월25일 만나서 동행한 진수희 의원은 통친회(통장 친목회) 모임과 단위학교 학부모 모임, 시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일정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약속만 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섬기며 일하는 국회의원이 되겠습니다. 여당에 힘을 모아주시면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기반으로 서민이 살맛나는 성동을 만들어가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지역주민을 만날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하는 진수희 의원의 다짐이다.

[고경화 구로을 한나라당 후보] "경제·복지·교육 1번지로 만들겠다"

 고경화 후보가 지난 3월25일 구로종합사회복지관에서 배식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고경화 후보가 지난 3월25일 구로종합사회복지관에서 배식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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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기자]
"잠깐만 세워주세요."

다음 장소로 이동 중이던 고경화 한나라당 의원(서울 구로을)이 갑작스레 외쳤다. 짧은 이동시간을 이용해 스케줄을 조율하던 보좌진들은 영문도 모른 채 차를 세웠고, 뛰어내리는 고 의원을 뒤따랐다.

고 의원이 다가간 한 건물 입구에는 어르신들 30여명의 모습이 보였다. 입으로는 일정을 조율하고 눈으로는 창밖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쓸 만큼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고 의원은 한명 한명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며 살가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25일 파란 점퍼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기자를 맞이한 고 의원은 새벽부터 지역을 찾느라 머리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며 쑥스러워했다. 이날도 고 의원은 새벽부터 거리 인사, 동사무소 방문, 배식 봉사활동, 지역신문사 주최 후보 초청 토론회 등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고 의원은 애초 강서을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갑작스레 구로을로 전략공천됐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의 텃밭이 아닌 곳이고, 그의 상대로는 지난해 대선을 거치며 인지도를 한껏 높인 박영선 통합민주당 후보가 나섰다.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고 의원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지역 활동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자 그의 목소리는 자연스레 높아졌다.

고 의원은 "구로는 나에게 정치적 고향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이번 선거에 걸겠다. 당당히 이겨서 구로를 대한민국 경제 1번지, 복지 1번지, 교육 1번지로 만들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자신의 '열정'과 '성실'도 굳게 믿었다. 그는 "지난 17대 국회에서 3년 연속 우수의원으로 선정될 정도로 의정활동을 열심히 했고, 꾸준히 경력을 쌓았다"며 "선거는 '정신력'으로 한다고들 한다. 강한 정신력을 바탕으로 열정을 가지고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17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고 의원은 지역구 선거를 처음 치르는 만큼 지역민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명함을 돌리는 일이 어색할 만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반갑게 악수도 하고 때로는 부둥켜안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고 의원은 "보통 전국구를 천국구, 지역구를 지옥구라 하는데 맞는 말 같다"며 "하지만 힘든 만큼 역동적이고 현장감이 느껴져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여전히 선거는 밥 주고 술 주고 돈 주는 것인 줄 아는 분들도 계시고, 여자가 무슨 정치를 하느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논의하는 과정도 큰 공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말을 하다가도 깜빡 졸 정도로 연일 강행군을 하고 있다는 고 의원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가족들의 응원이다. 이날도 고 의원의 남편은 물론 남동생과 여동생이 함께 힘을 보탰다.

[박영선 구로을 통합민주당 후보] "엄마들 살기좋은 지역으로 바꾸겠다"

 박영선 후보가 지난 3월25일 구로1동 상가 유세를 하고 있다.
 박영선 후보가 지난 3월25일 구로1동 상가 유세를 하고 있다.
ⓒ 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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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희 기자]
"여성유권자 표심이 선거 당락을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구로지역은 산업단지 중심이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엄마들이 많거든요.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만나 보육시설 설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눌 겁니다."

선거에서 이기려면 높은 투표율을 자랑하는 남성 중년층을 공략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지난 3월25일 선거유세 현장에서 만난 박영선 통합민주당 후보(서울 구로을)의 생각은 달랐다. 눈앞의 '표'보다는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겠다는 '공약'에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MBC 기자 시절 아이 한명을 더 낳고 싶었는데 회사 눈치가 보여서 포기한 적이 있어요. 국회의원이 된 후 다음 세대에게는 물려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가족친화사회환경조성법'공들여 만들었죠. 구로디지털단지와 가리봉동 재개발지역 등 구로지역이야말로 보육시스템의 구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이더라고요."

일분 일초도 아까운 선거운동 일정을 쪼개 '소기업 사장님' 만나 보육시설 설치를 권유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안양천에 생태유치원을 만들어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공약도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는 "장지대를 예술의 도시로 바꿔 고부가가치를 창출한 뉴욕의 소호지역처럼 구로도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킬 것"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박 후보가 구로을 지역에 발을 내디딘지 이날로 겨우 이틀째. 앞서 표밭을 일군 후보들과 비교해 부족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MBC 앵커로 얼굴을 알렸고 대선 당시 'BBK'저격수로 이름을 알린 덕에 후보 가운데 인지도는 가장 높지만, 당 지지율은 한나라당에 한참 못미친다.

그래서 박 후보의 선거전략은 오로지 '발품'이다. 박 후보는 이날도 지하철 출근 인사를 시작으로 상가 유세, 지역신문사 주최 후보 초청 토론회, 다시 상가 유세, 지하철역 퇴근 인사 등 거리 곳곳을 누볐다. 하루 3시간 수면에 점심도 못 챙겨 먹었지만 "더 많은 분들과 만나야죠. 지칠 시간도 없어요"라며 활짝 웃어 보였다.

발품의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주민들 중 박 후보를 몰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악수를 청하고 명함을 돌릴 때마다 "MBC 앵커 했던 분이네, 어쩐지 많이 본 얼굴이더라"는 말이 돌아왔다.

하지만 박 후보의 경쟁력은 잘 알려진 '얼굴'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구로1동 상가건물에서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송민경(50·여)씨는 "TV에서 볼 때처럼 똑 부러지는 성격 같다"며 "예전에는 정당을 보고 찍었는데 이번에는 인물을 기준으로 선택할 생각이다. 한나라당이 여권이 됐으니까 견제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


#4·9 총선#여성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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