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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숨 막히는 승부가 선거 종반까지 이어지고 있다. 통합민주당 후보로 나선 황호순, 무소속으로 나선 DJ 차남 김홍업, 무소속으로 나선 이윤석. 이 세 후보의 초경합은 전남 무안·신안 선거구를 최대 접전지로 만들고 있다.

 

세 후보의 초경합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MBC와 동아일보가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황호순(민) 후보가 23.6%로 1위였지만 김홍업(무) 후보가 16.1%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안에서 뒤를 추격했고, 이윤석(무) 후보 역시 13.0%의 지지율로 이들을 매섭게 추격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구간에 ±4.4%포인트)

 

이들의 승부결과를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까닭은 39.0%에 달하는 태도유보층 때문이다. 40%에 달하는 부동층이 당일 투표현장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서 세 사람의 희비는 엇갈릴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일과 3일 이틀 동안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남 무안과 신안의 민심 속으로 들어가 초경합의 승부를 가를 쟁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첫번째 쟁점] '민주당'을 택할 것인가, '김대중'을 택할 것인가

 

무안 버스터미널 앞에서 만난 정아무개(58)씨는 "선거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꼭 다물었다. 이유를 묻자 정씨는 "아직도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래도 민주당을 찍어줘야 할 것 같은데 김홍업 후보가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신안 도초도에서 십년 동안 택시영업을 하고 있는 송명길(34)씨. 송씨는 "젊은 사람들은 덜하지만 나이드신 분들은 '그래도 민주당'과 '그래도 김대중'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무안읍에서 한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아무개(40)씨는 "김홍업 후보와 이윤석 후보는 비리로 사법처리 됐고, 신안 비금 출신이라는데 황호순 민주당 후보는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개탄하면서도 "결국엔 DJ 차남과 민주당 후보 싸움이 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신안 흑산에 사는 이순철(72)씨도 "민주당 후보를 찍긴 찍어야 하는데 신안은 김대중 대통령 입김이 센 곳이라 차남 홍업씨를 미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씨는 "조만간 생각을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김대중의 정치적 노선을 이어받았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후보와 김대중의 분신이랄 수 있는 차남 사이에서 묘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두번째 쟁점] 무안과 신안의 소지역주의, 위력 발휘할까

 

신안 도초도에 사는 최아무개(63)씨는 "무안에서는 어쩐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황호순하고 김홍업 싸움"이라고 했다. 최씨는 "민주당 황호순 후보는 고향이 요 앞 비금이고, 김홍업 후보는 아버지 DJ의 고향인 하의·장산·신의 쪽에서 지지가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무안 일로읍에 사는 서아무개(45)씨는 "황호순씨가 민주당 후보라지만 왜 여론조사에서 1등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씨는 "그 사람은 신안 비금 사람인데 무안에서는 잘 알지도 못한 사람"이라고 낮춰 말했다.

 

이렇듯 무안과 신안의 소지역주의는 심하지는 않지만 대결의 '은근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무안의 유권자 수는 5만2730명. 신안의 3만9326명보다 1만3404명이나 더 많아서 소지역주의로 가면 세 후보 중 무안 출신은 이윤석(무) 후보가 유리하다는 평가다.

 

무소속 김홍업 후보 측 관계자는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 해서 지지하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후보 중에서 제일 일을 크게 할 것 같아서 김홍업 후보를 지지하는 무안 사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황호순 후보 측 관계자 역시 "이번 선거에서 소지역주의 바람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일부 후보가 소지역주의를 조장해 득을 보려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경계헸다.  

 

[세번째 쟁점] 그 많은 부동층은 어디로 갈까

 

신안 비금에 사는 황아무개(57)씨는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황씨는 "민주당 후보는 같은 고향이지만 잘 모르겠고, 김홍업씨는 아버지 이름으로 정치하는 것 같아 싫고, 이윤석씨는 비리로 징역까지 갔다 와서 싫다"고 했다.

 

도초도 택시기사 송명길씨도 "주민들이 갈 데를 못 정하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씨는 "겉으론 우르르 몰려가는 것 같아도 아니다"면서 "지역에서 별 활동도 없었던 민주당 후보와 비리문제로 구설수에 올랐던 김홍업·이윤석 후보에 대해서 별다른 호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에서처럼 부동층은 39.0% 달하고 있다. 오차범위 안 승부를 벌이고 있는 초경합 지역인 만큼 이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는가에 따라서 승부는 갈라지게 돼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부동층이 많은 것일까.

 

광주경실련 집행위 부위원장인 정찬영 조선이공대 교수는 "선뜻 마음을 내줄 후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DJ 차남인 김홍업 후보는 어머니 이희호 여사 앞장세워 선거운동하고, 민주당 후보는 지역 연고성이 낮고, 또 한 후보는 비리전력이 있는데 어떻게 흔쾌히 지지하겠냐"고 반문했다.

 

정 교수는 "흔쾌히 지지 못할 후보자들에게 마지못해 표를 줘야할 무안신안 유권자들의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씁쓸한 코멘트를 남겼다. 

 

 


#격전지#무안신안#김홍업#18대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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