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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종종 불편한 진실을 접해야 될 때가 있다.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이지만 사회복지 부분에서는 최하위 국가 중 하나라는 점이나, GNP가 2만 달러 시대에 들어섰지만, 아직도 이 사실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일반 서민들이 수없이 많다는 점이나, 우리나라 또한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점점 노령 인구가 늘어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그것들이다.

 

얼마 전부터 극장가에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다소 선언적인 제목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이 제목에 부합한 내용이 전경(Fore ground)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배경(Back ground)에는 타미 리 존스가 연기한 늙은 보안관 역할을 통해 정의는 알지만 그것을 지키지 못하는 무기력한 노인의 모습이 소품처럼 등장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2002년 기준으로 남자 72세, 여자는 81세에 이른다. 1910년 평균수명 23.5세(추정)에서 100여 년 사이에 3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이미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으며 2020년에는 자연출산율이 거의 중단되고 노인인구가 1천만 명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노인 인구수가 7퍼센트에서 14퍼센트로 변화되는데 프랑스는 130년, 스웨덴 85년, 미국이 70년, 영국이 50년, 일본이 25년인데 반해 한국은 불과 2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대화와 산업화가 급격히 이루어져 왔고, 1962년에 시작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가족계획 프로그램의 역할 때문이다.

 

그러나 대개 우리나라에서 비지는 노인들의 모습은 공원 안에 삼삼오오 모여서 하루 일과를 보내거나 집 주변에서 지팡이에 의지한 채 마실 나가는 정도, 그것도 아니면 각종 요양소 등에 맡긴 아주 무기력하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이러한 과정을 겪어 온 선진국의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회복지가 국가 차원에서 전적으로 이루어지는 유럽 국가들을 먼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으며, 노인차별주의(Ageism)에 의한 편견과 차별의 벽 또한 속히 넘어서야 할 것이다.

 

키칭거(Kitzinger)는 "노인을 무지하고 수동적이며 나약한 존재로 여기는 시각이 노인에 대한 우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배하며 노인들을 오히려 희생과 억압 속으로 가두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탈피는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들이 필요하다. 최근 의료보험 문제나 장애인 인권에 대한 문제들이 이슈화 되는 것을 보면서 이것들과 더불어 노인의 인권 문제 또한 이번 정부에서 함께 책임져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가까운 일본은 2000년도부터 '은퇴 연령 제한제도'가 폐지돼 연령에 상관없이 평생을 노동하며 지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이미 노인문제에 대해 우리나라를 앞서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내년부터 '입사 연령제한 폐지'로 인해 노인들에게도 일정 부분 이익이 가겠지만, 이보다 더 효율적인 방안은 역시 '은퇴 연령 제한제'의 폐지다. 그리고 성차별 문제와 인종차별 문제, 그리고 노인차별의 문제까지 국제법으로 다루어져야 될 중대한 인권의 문제로 대두돼야 할 것이다.

 

과거 현대화, 산업화의 역군이었던 노인들이 무기력함과 부정적인 이미지에 갇혀 노후를 무의미하고 수동적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주체적이고 건강한 이미지 회복을 통해 한 국가의 일원으로서 그 가치와 존엄성을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국민연금과 최근 추진하고 있는 노인장기 보험도 중요하지만 더욱 실질적인 노인 일자리 창출과 노인복지 단체 설립, 그리고 다양한 노인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어린이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등하게 문화적·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선진 복지제도안들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FTA 협상에서도 경제원리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복지차원의 유익을 얻을 수 있는 카드를 적절하게 꺼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할 때 진정 우리나라는 '노인을 위한 나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통계청#고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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