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 용머리해안이 물에 잠긴 적이 있었다. 해수면 상승으로 육지가 물에 잠긴 사례가 확인되기는 처음이었다. 한반도에 아열대 어류가 출현하고, 식물서식지 한계선이 북상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는 기후변화 때문이다.
환경단체가 부산에서도 벌써부터 기후변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부산환경운동연합과 부산에너지시민연대는 제38회 지구의날을 맞아 22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는 기후변화 대응 종합대책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후변화에 의한 부산 영향 예측'을 통해 2090년 부산에서는 겨울이 없어지고, 2100년에는 부산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에서도 이미 기후변화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산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 가을철 기온이 평년보다 0.8℃ 가량 상승했고,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수도 최근 100년 사이 36%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가덕도의 경우 지난 30년 동안 해수면이 9.1cm 이상 상승했던 것으로 밝혀져 있다. 기후변화 현상이 계속될 경우 2020년 부산지역 기온은 1℃ 증가하고 강수량은 11% 증가한다는 것.
또 2050년에는 부산지역 산림 1/2 이상이 아열대림으로 교체되고, 부산지역 낮 최고기온 40℃ 이상이 되며, 해운대와 광안리가 침수된다. 2080년에는 더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기온 5℃ 상승과 강수량 증가, 강수일수 감소뿐만 아니라 부산인근지역 쌀 수확량이 85% 이상 감소하게 된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해 국내의 언론은 제4차 IPCC 기후변화 평가서의 내용을 앞다퉈 보도했으나 정부나 기업, 지자체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면서 "부산시가 환경부와의 기후변화 시범도시 협약을 맺으며 잠시 눈길을 끌었지만 이마저도 반짝 뉴스로 처리되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올해 초 환경부와 오는 2015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10%를 감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기후변화 대응 시범도시(이하 '시범도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이들은 "시범도시 협약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를 인식하고, 행정차원의 실행목표를 단계적으로 설정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부산시는 협약체결 이후 구체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로드맵, 즉 단계별 이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자칫 시범도시로서의 위상이 한 번의 이벤트로 그칠 우려가 높은 대목이다"면서 "따라서 부산시는 시범도시로서의 위상과 역할에 맞춰 시민들에게 구체적 기후변화 대응 로드맵을 가능한 하루속히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단체는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약 1.5℃ 상승했고, 이로 인해 부산지역 해수면은 지난 34년간 약 7.8cm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부산은 유엔에서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목포'와 함께 사라질 수도 있는 연안도시로 분류되고 있다는 것.
이들은 "기후학자들은 '지난 100년 동안 지구온도는 0.74℃ 올라가는 데 그쳤지만, 우리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이번 세기 말에는 지구온도가 6℃가량 올라간다'고 예상했다"며 "이런 추이대로 기후변화가 진행된다면 부산은 100년 뒤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과 부산에너지시민연대는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근본적으로는 극복하기 위한 '15가지 대사회적 실천'을 제안했다.
정부와 기업, 지자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다. ▲국내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국제 의무 부담에 적극 동참하자 ▲2011년 재생가능에너지 5%를 달성하고 2030년 20%로 확대하자 ▲10년간 산업분야 에너지원단위를 20% 줄이자 ▲20년간 건물에너지 소비를 50% 줄이자 ▲25년간 수송에너지 소비를 40% 줄이자 ▲10년간 열병합 발전의 비중을 10%까지 높인다 ▲온실가스 감축 자발적 협약을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지원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기후보호도시 캠페인에 참여한다.
시민들과 관련된 실천은 다음과 같다. ▲일기예보를 보면서 기후변화를 떠올리자 ▲우리집은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을까 살펴보자 ▲플러그를 뽑자 ▲차를 두고 다니자 ▲춥지 않게 냉방하고 덥지 않게 난방하자 ▲물을 적게 쓰면 온실가스도 줄어든다 ▲나무를 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