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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산사 7년 2005년 4월 5일 산불에 전소되기 전인 2001년 8월 부터, 전소되었던 원통보전이 오롯하게 복원되어 낙성식이 치러지던 2007년 11월까지 7년 동안의 모습을 그동안 찍어 온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연결해 동영상으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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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 가는 오솔길마다 알록달록한 연등꽃이 피는 계절입니다.

 

자비의 연등은 빨간 빛으로 피었고, 보시의 연등은 노란색으로 피었습니다. 동자승의 마음은 초록 연등으로 걸렸고, 노보살님의 정성은 파란 등으로 걸렸습니다. 산모롱이를 돌아가고 있는 허리 구부정한 노보살님의 등에도 한 짐은 될 듯한 연등꽃이 올망졸망 얹혀있습니다.

 

10여 년 가까이 산사를 찾아 다니며 겪고 느꼈던 많은 일들 중에서 가장 놀라고, 가장 가슴을 아프게 했던 일,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가슴을 벅차게 했던 일은 역시 낙산사의 소실과 복원되는 과정이었습니다.

 

2005년 4월 5일 산불에 전소되기 전인 2001년 8월 부터, 전소되었던 원통보전이 오롯하게 복원되어 낙성식이 치러지던 2007년 11월까지 7년 동안의 모습을 그동안 찍어 온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연결해 동영상으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낙산사가 전소되기 전부터 원통보전이 낙성되던 날까지

 

낙산사가 전소되고 복원되는 과정 내내 항상 중심에 있던 정념스님은 2003년 9월에 봉정암에서 처음 뵈었습니다. 봉정암을 설악산의 곁붙이로 불사해 나가는 과정을 보며 연상지었던 스님의 모습은 '뚜벅뚜벅 무소뿔, 한땀한땀 아비지'였습니다. 

 

불사를 할 때는 머뭇거림 없이 무소의 뿔처럼 추진하는 듯하지만, 무리하게 서두르지 않으니 고행의 길을 걷고 있는 구도자들의 근기처럼 뚜벅뚜벅한 모습이었습니다. 추진력이 세다 보면 자칫 결여 될 수 있는 섬세함 또한 한 땀 한 땀으로 수를 놓듯 정성을 쏟으니 무너지지 않는 탑을 쌓은 아비지와 같았습니다.

 

잃어버린 추억, 사그라진 낙산사, 성원과 기도로 오롯하게 복원되어 가는 낙산사의 7년을 산사로 가는 길에 내 걸 연등 하나를 만드는 마음으로 동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을 연결하니 잃어버린 추억, 사그라진 낙산사, 가슴 벅찬 순간들이 되어 주렁주렁한 연등으로 내걸립니다. 

 

저를 놀라게 했던 그 순간, 저를 환희롭게 했던 그 광경들은 물론 저를 행복하게 했던 그 감정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길 갈망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배경음악은 지리산 흙피리 소년 한태주의 오카리나 연주곡 '물놀이', '산사의 새벽' 등 입니다.

낙산사가 복원되는 과정은 가야북스에서 펴낸 '울림'에도 담겨 있습니다.


#낙산사#연등#복원#원통보전#정념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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