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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에서 학원강사가 하는 강의, 이제는 어쩔 수 없어요. 이미 정부가 자율화 한다는 소문을 듣고 극성학부모들이 요구하는데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이러다가 낮에는 '학교장'이고 밤에는 '학원장'이라는 소리 듣겠어요."

 

지난 15일 학교 안 '학원과외'를 첫 시작한 경기도 A외국어고(이하 외고)의 B아무개 교감은 "요즘 마음이 무겁다"며 2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하소연했다. 과외가 시작된 15일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른바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을 내놓은 날이다.

 

과목 당 20~30만원...  비싼 '학교 과외'

 

B교감은 "올바른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학부모의 요구를 들어줬더니, 교사들이 다시 반대하고 있다. 이들 틈에서 편치 못한 나날을 살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학교가 학원 강사가 진행하는 이른바 '학교 안 학원과외'를 시작한 과목은 국사와 물리, 언어 등 3개다. 대상은 수강신청을 한 112명의 학생. 수강료 또한 비싸다. '입시교육으로 잘 나간다'는 외고 교사가 '방과 후 학교' 형태로 가르칠 때보다 2배 이상 받는다.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자료를 보면 하루 3시간 10회 기준으로 학생 한 명마다 각각 20만원 안팎이다. 앞으로 10회 강의에 34만원을 받는 논술 강좌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지역에서 중견 입시학원을 운영하는 S학원 관계자는 "A외고 수강료는 서울 강남 학원보다는 싸지만 우리 학원보다는 비싼 가격"이라고 평했다. '학교 안 학원과외'가 일반 학원과외보다 더 큰 사교육비를 받는 셈이다.

 

"돈 적게 주면 학원 강사들이 강의 하겠느냐"

 

'영리업체와 사설학원'의 학교 안 과외 허용을 담은 교과부의 '학교 자율화 계획' 이후 이처럼 일선 학교가 술렁이고 있다.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생활하는 A외고는 앞으로 과외 과목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 일부 보수신문이 '기숙학교'이기 때문에 과외가 없다고 칭송한 특목고 가운데 하나인 이 외고도 '학교 안 학원과외'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학교 B교감은 "학부모들은 '주말에도 (학원)과외시킨다, 평일에는 학원 강의를 학교에서 듣게 해달라'고 요구한다"면서 "어차피 학원 강사들 돈 벌려고 하는 것인데, (교사들에게 주는 것처럼) 돈 적게 주면 학교에 와서 강의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학교 한 부장도 "특목고인 우리 학교가 이럴 정도면 앞으로 다른 학교에서는 학원과외를 놓고 마찰이 더 심하게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은 "사교육을 절반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이명박 정부가 학교 안에서 학원과외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니 기가 막힌 일"이라면서 "학원 강사가 학교에 와 맛보기 강의를 하고, '중요 내용은 학원에 와서 들어라'고 홍보하는 상황을 우리는 곧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학교자율화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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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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