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긴 연재가 끝나면 체액을 다 쏟은 누에처럼 몸도 마음도 텅 비게 마련이다. '누가 이 나라를 지켰는가' 호남 의병 전적지 순례 56회 마무리 연재를 끝내고, 다시 가다듬어 출판사로 원고를 보낸 다음, 내 영혼의 빈 곳을 메우기 위해 엊그제 무작정 집을 떠났다. 발길이 닿은 곳은 신록의 설악산이었다.
출발에서 돌아올 때까지 입을 닫고 틈틈이 카메라 셔터만 눌렀다. 사람의 말도, 글도 소음이다. 내가 담아온 그림들을 더 이상 말없이 독자에게 선사한다. 이 그림들에서 자연의 그윽한 화음을 들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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