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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물리면 치명적이다

 

.. 몸 전체가 털로 뒤덮여 있고 날카로운 이빨에서 독액이 흘러나오기 때문에 물리면 치명적이다 ..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윤효진 옮김-곤충ㆍ책>(양문,2004) 57쪽

 

 ‘독액(毒液)’은 ‘독물’로 손질합니다. ‘수액(樹液)’도 ‘나무물’로 손질해 보고요. “몸 전체(全體)가”는 “몸이 온통”으로 다듬습니다.

 

 ┌ 치명적(致命的)

 │  (1) 생명을 위협하는

 │   - 폐암이라는 치명적 병을 숨겨 오셨다 / 상처가 너무 치명적이었습니다

 │  (2) 일의 흥망, 성패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   - 오늘과 같은 치명적 실수가 없도록 해 주게 / 치명적인 손실을 입혔다

 ├ 치명(致命)

 │  (1) 죽을 지경에 이름

 │  (2) ‘순교(殉敎)’를 가톨릭에서 이르던 말

 │

 ├ 물리면 치명적이다

 │→ 물리면 위험하다

 │→ 물리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 물리면 목숨이 끊어질 수 있다

 │→ 물리면 죽을 수 있다

 └ …

 

 목숨을 위협한다면 “목숨을 위협한다”고 말하면 됩니다.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란,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일이며, “한 목숨이 죽도록”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 상처가 너무 치명적이었습니다

 │→ 상처 때문에 죽게 되었습니다

 │→ 상처가 아주 큰 문제였습니다

 │

 ├ 치명적 실수가 없도록

 │→ 끔찍한 잘못이 없도록

 │→ 어이없는 잘못이 없도록

 └ …

 

‘목숨이 끊어진다’고 할 만큼, 큰 잘못이나 문제를 가리키는 자리에 쓰이는 ‘치명적’이라고 느낍니다. ‘목숨이 끊어진다’고 할 만한 잘못이나 문제라면, ‘끔찍한’ 일이고 ‘무서운’ 일이며 ‘괴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터무니없’거나 ‘어이없’다고 느낄 수도 있는 일입니다.

 

ㄴ. 치명적인 공간적 단절

 

.. 이 교통망은 부평 지역에 대단히 치명적인 공간적 단절을 가지고 왔다 ..  <작가들> 22호(2007년 가을) 302쪽

 

 ‘교통망(交通網)’은 그대로 둘 수 있습니다만, ‘길’ 한 마디로 다듬어도 됩니다. “부평 지역(地域)에”는 “부평에”로 다듬어 줍니다. “단절(斷絶)을 가지고 왔다”는 “끊어지게 했다”나 “잘라 버렸다”로 다듬습니다.

 

 ┌ 치명적인

 │

 │→ 씻을 수 없는

 │→ 돌이킬 수 없는

 │→ 끔찍한

 │→ 숨통을 끊는

 └ …

 

‘치명적’ 한 마디는 “씻을 수 없는”이나 “끔찍한”으로 풀어내면 됩니다. 그러나 바로 뒤에 “공간적 단절”이라는 말이 달라붙습니다. 그리고 “공간적 단절”도 “가지고 왔다”라는 말이 달라붙습니다. “공간적 단절을 가지고 왔다”라니, 무슨 소리일까요. “공간이 싹둑 잘라졌다”는 소리인지요? “공간이 두 동강 세 동강이 났다”는 소리인지요? 보기글을 통째로 다듬으면서 생각해 봅니다.

 

 ┌ 이 길은 부평을 대단히 끔찍하게 끊어 버렸다

 ├ 이 길은 부평을 돌이킬 수 없게끔 싹둑 잘라 버렸다

 ├ 이 길은 부평이라는 곳 숨통을 끊듯 여러 동강을 내 버렸다

 └ …

 

한 마디 말을 있는 그대로 쓰지 않으면 두 마디 말도 있는 그대로 못 쓰게 되기 마련입니다. 좋은 씨앗은 좋은 느낌과 생각을 퍼뜨리고, 얄궂은 씨앗은 얄궂은 느낌과 생각을 퍼뜨립니다. 얼결에 몸에 밴 얄궂은 말투를 털어내지 못한다면, 이 얄궂은 말투는 자꾸자꾸 온몸으로 퍼지면서 우리 느낌과 생각이 온통 얄궂게 뒤틀리게 영향을 끼칩니다. 살포시 몸에 익힌 좋은 말투를 잘 추스르면, 이 좋은 말투 하나가 아주 보잘것없어 보였다고 할지라도, 찬찬히 좋게 영향을 끼치며 우리 말투가 한결 아름답도록 북돋워 줍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적#우리말#우리 말#적的#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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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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