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3일로 취임 100일을 맞습니다. '경제 살리기'에 대한 높은 기대를 안고 출발한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뜻을 무시한 자세와 미숙한 국정운영으로 벌써부터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있습니다. '영어몰입교육' 논란과 '강부자 내각' 시비에 이어 주특기로 내세웠던 경제정책도 방향감을 잃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졸속 협상에 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로 민심은 폭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출범 100일 밖에 안 되는 정권이 위기에 처한 이유가 무엇인지, 전문가와 시민기자들의 기사를 통해 진단합니다. [편집자말] |
2008년 6월 2일, 시끄러운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취임한 지 이제 겨우 100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라 안팎에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은 연일 국민들의 눈과 귀를 자극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6월 2일 <중앙일보>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저 19.7%까지 떨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린다는 내용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국민들은 계속되는 마찰음과 정권과의 갈등으로 100일만에 새 정부가 짜증이 난 것 같다.
100일이 100년 같은 이명박 시대
이명박 정부가 취임하자 집권에 성공한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은 이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며 기세등등했지만, 불과 3달 남짓한 6월 2일의 시점에서 보수세력의 등등했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쇠고기 협상 무효를 주장하는 촛불의 기세가 번져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작 "경제를 살리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실제 한국경제는 살아나기는커녕 이명박 취임시기를 기점으로 침체되고 있으며 특히 민생경제는 이명박 취임 이후 매우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100일이 100년 같았던 이명박 시대를 돌이켜보자. 경부운하, 대한민국 747, 과학기술비즈니스 도시건설 등의 사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외치던 공약이다. 당선 이후 인수위 시절에는 정부혁신, 규제개혁 특위를 만들고 국가경쟁력강화 특위를 구성하였지만 인수위는 오히려 내정자들의 도덕성, 적법성만 문제되면서 이명박호가 출범도 하기 전에 먹구름을 서서히 드리웠다.
여기에 올해 초 미국발 경제위기가 표면화되고 여기에 연동되어 원자재, 유가, 곡물가의 가격상승이 발생하여 물가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자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기다리게 되었다.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든지 날로 치솟는 원자재, 유가는 이명박 취임 이전부터 논란이 되어오던 사안으로써 정부의 책임이 아니란 것이 이명박 정부의 기본 이해였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가 날로 침체되는 상황에서도 "기다려보라" 말만 내놓아 국민들의 반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하며 친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만 강조하였다. 금산분리 폐지, 출자총액제한법 폐지로 나타나는 이명박 정부의 대기업 정책은 취임하자마자 기업인들과 직통전화를 개설하고 각종규제를 철폐하는 방안, 공기업 민영화 방안 등을 밀어붙여 국민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명박 정부의 지난 경제행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은 바로 정국의 한복판에 서 있는 쇠고기 협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4월 방미과정에서 합의했던 쇠고기 협상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는 것과 함께 척추, 뇌 등 특정위험부위(SRM)를 제외한 어떠한 부위도 수입해야 하며,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하더라도 수입을 전면중단할 수 없고 반입해 들어오는 쇠고기를 검역하는 것 역시 전체물량의 3%에 불과한 굴욕적인 협상이었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항쟁 수준의 전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고 있으며 5월 31일 10만여명의 시민들이 모였고, 다음날 새벽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살수차량을 동원하는 야만적인 진압을 강행해 더욱 커다란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집권 100일, 이명박 정부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으며 각종 경제정책들 가운데 제대로 집행되는 것은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를 빼고는 거의 없을 정도다.
무능함으로 27조 4000억원을 날려버린 이명박의 지난 100일
주요 일간지가 조사한 이명박 지지율이 10% 수준으로 내려앉은 가장 핵심 요인은 바로 이명박 정부가 경제에서 무능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무능함은 각종 경제지표가 연이어 경고음을 울리는데도 아무런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무능함 가운데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분야는 바로 쇠고기 협상이다.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촉발되자 "영문 문서를 잘못 번역해서" 협상을 잘못 진행하였다고 인정햇다. 나라의 통상교역을 협상하러 간 대표단이 문서 번역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고등학생 대표단; 수준이라니 이를 보는 국민들은 정말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또한 물가문제도 이명박의 무능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곡물가, 기름값을 비롯하여 각종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오르자 서민경제의 부담은 갈수록 가중되었다. 4월 들어 물가상승률은 4%를 돌파하였으며 환율이 더 오르면 4.6%까지 오를 것이란 한국개발연구원의 전망이 있었지만 실제 5월 물가는 전망최고치 조차 뛰어넘어 4.9%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물가대란에 이명박 정부는 물가관리 52개 품목을 설정하는 것 이외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이명박 정부의 물가관리 정책은 근본부터가 틀렸기 때문이다. 해외 원자재 상승으로 촉발된 물가문제는 해외 원자재 수급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각종 원자재를 관리하는 국제시장을 조사하면서 대응책을 모색한 것이 아니라 국내의 가격관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접근하였다. 그러니 정부가 선정한 물가관리 품목 52개가 오히려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현상이 일어나 5월에는 52개 품목가운데 28개 항목이 상승하였으며 하락한 것은 12개에 불과하였다. 현재 5월 물가상승률은 6년만의 최고치라고 한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정부가 보수세력이 입만 열면 무능하다고 주장하는 노무현 정부보다도 물가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날로 뛰는 물가보다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아직도 제대로 된 물가대안 하나 내놓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러니 나라의 경제지표는 이명박 정부가 선전하는 '실용주의'와 달리 내실이라고는 전혀 없는 빈껍데기 지표들로 수북하다. 일례로 지난 1분기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8%가 증가하였다고 하지만 국내총소득(GNI)은 전 시기에 비해 1.2%가 감소하여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결국 수출이 증가하였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소득은 크게 감소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무역 손실액이 27조 4000억원으로 분기기준 사상최대치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다제 아무리 무능해서 경제가 악화된다고 해도 이명박은 불과 6개월 전 전체 유권자의 30%의 지지를 받았던 사람이다. 날로 악화되는 경제지표를 놓고 이명박이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 사실 나는 건설업만 해봤지 경제는 너무 몰라 솔직히 한미동맹하고 신자유주의만 잘하면 경제가 발전할 줄 알았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더라면 이명박 대통령은 동정표라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대개 종말을 맞이하는 권력자가 그러하듯이 (지금까지는) 결코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은 어떻해서든 한미동맹과 신자유주의로 나아갈 것을 고집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야심차게 주장하던 경부운하 사업이 여론의 반대에 부딪치고 핵심실세인 이재오가 총선에서 낙마하는 상황까지 발생하자 전문가 차원의 실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대운하 작업을 뒤로 미룬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명박은 '4대 강 정비계획'을 통해 경부운하를 은밀히 추진시켜 왔으며 김이태 연구원의 양심선언으로 그 사실이 밝혀지게 됐다. 결국 대운하 폐지는 국민을 향한 거짓보고였던 셈이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말을 뒤집은 사례로 또한 '대한민국 747공약'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경제성장률 7% 달성,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대 강국 진입을 뜻하는 소위 '대한민국 747'을 실현해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로 살맛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주장하였다. 후보시절 이명박은 경제성장률 7%를 가지고 수많은 국민들의 환심을 사더니 정작 당선된 이후로 이명박 당선자는 서서히 말을 바꾸기 시작하였다. 결국 7% 경제성장 공약은 취임 3달만에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5월 8일 "현 수준에서는 4.5%보다 높은 수치를 달성하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름값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작년 (휘발유 : 경유 : LPG)의 소비자 가격을 (100 : 85 : 50)으로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이명박이 집권하자 오히려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싼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유류세 부담비중은 OECD 국가 중 최고인데도 정부는 여전히 "유류세를 내려봐야 별 효과가 없다"며 유류세 인하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듯하다. 아마도 이명박 정부는 기업 법인세 인하 등 각종 감세조치로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실천해야 하는데 여기에 유류세마저 줄여버리면 실제 재정예산을 산정하는데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쇠고기 재협상 요구가 촉발된 시점에서 발생한 5월 22일의 대국민담화에도 이명박이 국민들과의 대화를 어떻게 기만하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이명박은 대국민담화문에서 대화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였지만 쇠고기 협상과 관련된 범국민적 논란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한 채 한-미 FTA의 비준을 선전하기 급급했다. 그러던 와중에 한-미 FTA 비준 전단계인 쇠고기 협상 고시가 연기되자 난데없이 버시바우 주한미대사가 통합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스럽다는 망언을 일삼는 외교적 결례를 범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보더라도 이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는데 가득차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경질하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하고 있다. 정작 문제의 핵심사안이 되는 재협상만은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정부차원의 홍보사업을 벌이다가 이마저도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고개 숙이지 않는 이명박 정부현재 이명박 정부는 10%대의 바닥 지지율과 더불어 연일 "이명박 퇴진"과 "이명박 탄핵"을 외치며 시위를 전개하는 10만여명의 순수한 시민들에 둘러싸여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취임 3달만에 정권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린 것은 이들이 국민들 앞에 '뻔뻔'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100일동안 이명박 호의 경제정책은 문제투성이였는데도 정작 이명박 정부는 "잘못했다"란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쇠고기 협상 당시 국민적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안 사먹으면 될 것 아니냐"라는 발언을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쇠고기 파문의 책임을 지고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정관이 경질이 논의되는 것도 정부의 뻔뻔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경질한다는 것은 협상의 잘못을 시인하는 것인데도 이명박 정부는 재협상만은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한민국 747공약의 7% 성장률을 놓고도 "첫해 7%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평균 7%를 기록하면 된다"는 식의 발언으로 국민들 가슴에 분노를 심어주기도 하였다.
작년 대선 시기 한나라당은 "이명박은 실력이 있다"라는 인상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한나라당은 현대건설의 출세신화부터 청계천 공사, 서울시 버스노선 도입 등 이명박 후보가 해낸 성과들을 주도면밀하게 포장해서 선전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은 이명박의 약점으로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봉쇄하였다. 일례로 이명박이 국제금융투자에 관심을 가졌다가 커다란 손실을 보고 망신을 샀던 BBK 사건이랄지, 남북관계를 비롯한 대외관계의 경험이 전무하다는 내용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이명박 호는 출발 100일만에 10%대의 지지율로 추락하는 대망신을 당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신중히 판단을 하고 이제라도 정책의 내용과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정책기조 전반을 재검토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받아들이고 국민의 뜻을 성실히 받들 것이냐, 지금의 무능함을 여전히 거짓말로 포장하면서 끝내 한자리수 지지율로 추락하여 장렬하게 산화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자의 결정을 내린다면 미국, 일본과 재벌의 비난을 받게 되겠지만, 떳떳한 대통령으로 퇴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이명박 대통령이 불행히도 후자의 결정을 내린다면 지금 들끓는 시민들의 열기로 볼 때 그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이명박 대통령 손에 달려 있다. 덧붙이는 글 | 곽동기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