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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친박연대의 몸값

 

촛불 정국에 대해 야3당 연합 측에서는 내각총사퇴를 요구했다. 시민단체 쪽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장관고시를 연기했다. 그 와중에서 6월 2일 친박연대가 촛불에 동참하도록 총동원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자 MB와 한나라당은 그동안 미루어 왔던 친박연대의 복당을 허용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이만하면 촛불 앞에 거의 백기를 들고 투항한 모습니다. 내각총사퇴와 거국내각 구성 쪽으로 한발 더 나갈지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는 친박연대와 이회창 의원의 자유선진당의 몸값은 크게 뛰어올랐다. 특히 친박연대의 값이 올랐다. 앞으로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때, 친박연대가 많은 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촛불의 최대의 수혜자는 '친박연대'라고 할 수 있는 사태가 전개될 것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결과 20년 전의 6.10사태와 비슷한 일이 다시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촛불은 방향을 잃고 꺼질 것인가, 아니면 계속 압박의 수위를 높여갈 것인가. 그 향방에 따라 한국의 역사는 요동칠 것이다.

 

MB가 범야권과 시민단체 원로들의 요구대로 내각총사퇴를 결행하고,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 쇠고기 수입 고시를 백지화하는 등 특단의 조치들을 모두 수용해도 지금의 성난 민심을 돌려세우기에는 이미 시기적으로 때를 놓친 것이 아닐까. 그만큼 MB에 대한 불신은 깊고 거세다.

 

수많은 시민들이 구속되고 부상자들이 속출한 상황에서, 시민들은 MB의 실체를 몸으로 체험했다. 촛불을 지원하는 돈의 배후를 색출할 것을 지시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민주 헌법의 수호자이기는 이미 글렀다는 인상을 갖게 된 것이 아닌지?

 

87년 6·10민주화투쟁 때의 '배반의 역사'와 그 교훈

 

국회의원들은 이미 기득권을 확보한 상태이므로 '내각총사퇴' 이후 예컨대 '거국내각' 구성 같은 것이 실현되면, 자기들의 권력을 확대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거리를 누비는 촛불의 대중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지금 촛불 대중들은 단순히 절차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현행 헌법에 나와 있는 대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주권 행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실질적 민주주의가 일보 진전되기를 갈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촛불 대중들은 87년의 6·10 민주화투쟁 때의 쓰라린 경험을 이번에는 꼭 살려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때에는 직선제 헌법 개정이 군중들의 구호였고 그것을 관철시켰지만 김영삼-노태우-김종필에 의한 소위 3당합당으로 노태우 정권을 탄생 시켰다. 이로써 대중의 욕구는 심히 왜곡되었다.

 

과거 20년간 어느 정도 절차적 민주주의는 실현되었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는 사실상 배반당했다. '죽 쑤어 무엇에게 바쳤다'는 식의 냉소적 평가마저 없지 않다. 이런 우를 이번에는 다시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의를 지금 촛불 대중들은 다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사태의 추이가 주목된다.

 

MB정권의 비민주성과 함량미달의 민족주체성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현행 헌법 제1조의 규정과 헌법 전문에 나와 있는 민족정기와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비추어보면, MB정권의 과거 100일간의 행적은 헌법 위반의 요소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주권자인 국민이 MB에 대한 탄핵을 공공연히 외치고 있는 것에도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간에 그의 함량 미달의 민족주체성, 있는 자만을 우선시하는 듯한 각종 정책들, 자기 식구 위주의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된 듯한 인사상의 난맥상, 고소영 강부자로 상징되는 행태 등이 대중의 분노를 샀다. 지지율 20% 미만이 그의 현재의 위상이다.

 

MB는 대미 소고기 협상에서 주권자인 국민 대다수의 뜻을 무시한 결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부쳤다. 뿐만 아니라, 대운하계획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물밑에서 은밀히 이를 추진했다. 법에 엄연히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언론사와 각 국책기관장들을 임기 전에 퇴임할 것을 압박하고, 언론을 자기 입맛에 맞게 장악하려고 한 것도 군사정권의 작태를 계승하는 듯한 행위였다.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이른바 뉴라이트 쪽의 반민주적 반민족적 역사관을 담아낸 '근현대사 대안교과서'를 극구 찬양하면서, 현행 헌법 아래서 정부승인을 받아 발간된 역사 및 사회 교과서의 전면 개편작업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한 비역사학자인 문교 장관의 망언과 한나라당의 태도도 MB정권의 함량미달의 민족정체성과 민주주의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행 헌법에 명시되어있는 평화통일과 남북간 민족 동질성 원칙을 계승한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성명을 존중하지 않는 일련의 대북정책들도 현행 헌법의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신임 권철현 주일대사가 부임하자마자 앞으로 독도문제는 거론하지 않겠다면서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관련문건을 삭제한 일도 묵과할 수 없는 반민족적 행위였다. 이를 시험이라도 하듯이 독도를 자기 영도라고 명시한 교과서 발행방침을 밝힌 일본 정부에 외교장관이 일본대사를 불러 강력 항의했지만, 이는 사실상 원인을 제공한 후 땜질한 굴욕외교의 산물이다.

 

한미일동맹을 강조했다가 중국으로부터 "과거의 냉전적 사고"라고 호되게 비판받은 것도 외교적으로 크나큰 실책이며, 창피스러운 일이다. 이는 모든 주변국들과의 친선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동북아 평화체제의 구축을 통해 한국 안보의 새로운 돌파구를 창출해 가야 하는 우리 나라의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여망을 역행한 것이다.

 

친박연대가 앞으로 내각에 참여한들 이런 행태가 바뀔 것인가? 박근혜 의원은 지난번 뉴라이트세력의 '근현대사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반민족적 반민주적 역사관의 소산인 이 책을 극구 찬양하면서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는 곳곳에 반민족적 반민주적 역사관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연대가 실권을 장악한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촛불 대중의 슬기로운 대처방안은 무엇

 

100일밖에 안 된 대통령을 탄핵으로 끌어내릴 것을 바라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행 헌법 과 현재의 정치 지형 아래서 대통령 탄핵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앞으로 5년 내내 지금과 같은 헌법 위반 행위들을 보면서 아무 일도 못하는 것도 주권자의 도리가 아니다. 현 상황에서의 '내각의 총사퇴'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일 터이니 함량미달이다.

 

그렇다면 국가권력을 주권자인 국민이 되찾아오는 길은 그 권력을 국민이 통제할 수 있는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끌어내리는 방법 밖에 없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이 고민이다.

 

문제는 현 범여권이 주장하는 내각총사퇴가 실현된다 한들 대통령책임제이기에 MB가 '그 사람이 그 사람'인 면면으로 새 내각을 구성하면 촛불집회에 집결된 들끓는 민의는 또다시 배반을 당하면서 곪아 터질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대중이 촛불집회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MB 주변의 모사꾼들은 촛불집회의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촛불의 기가 꺾이는 것만 기다리는 전술로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불순세력의 배후 조종 물증을 억지로 찾아내고 이를 미끼로 촛불집회의 위력을 일거에 잠재울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다 큰 유혈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도 이 점에 고민이 있을 것이다. 촛불집회가 지속되고, 사회가 계속 불안해지면, 생활안정을 우선시하는 민심이 등을 돌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촛불 세력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한 시국대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관철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촛불의 위력을 현실 정치에 반영시킬 수 있다. 슬기롭고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주종환 기자는 동국대 명예교수,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민족화합운동연합 대표이다.

이 기사는 '평화만들기', '시민사회신문' 한림온라인' 등에도 송고합니다. 


#친박연대#박근혜#뉴라이트 교과서#이회창#내각총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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