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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00분 토론> 시작 전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현재 외국에 있기 때문에 촛불 문화제에 참가하지는 못하지만, 밤을 새워가며 문화제를 하는 이들을 대신해 인터넷상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묻히지 않게 해주기로 말입니다. 촛불 문화제 관련 기사 아래 달린 댓글들 가운데 대부분이 촛불 문화제와 관련해 부정적 의견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것이 합리적 주장이라기보다 다른 사람이 반대 의견을 내놓을 공간조차 주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들의 주장만으로 한 페이지를 다 채우는, 소위 '도배'라 불리는 행위였습니다. 그것을 보니 가슴 속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피가 끓어올랐습니다.

 

무엇보다도 촛불 문화제에 긍정적인 시민들 중 많은 이들이 거리로 나갔기 때문에 인터넷에서는 촛불 문화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보이는 이들을 향해 반대 의견을 펼칠 누리꾼들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저야 외국에 있으니 거리에 나가 같이 할 수도 없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촛불 문화제에 나간 이의 목소리를 대신 해주자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촛불 문화제를 위해 철야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귀찮다는 이유로 댓글도 잘 달지 않았던 제가 마음을 굳건히 먹고 포털사이트에 로그인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또 뭡니까? 정작 댓글을 달려고 하니 댓글을 달고 싶은 페이지에 자꾸 오류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사만 보일 뿐 댓글은 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물론 평상시 같았으면 포기했겠지만 이번만큼은 포기할 수 없어 될 때까지 몇 번이고 시도했습니다.

 

특정 아이디 도배 글 철야 촛물문화제가 열리던 날 관련 기사 댓글에 특정 아이디를 가진 이들이 댓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모두 점령했다.
특정 아이디 도배 글철야 촛물문화제가 열리던 날 관련 기사 댓글에 특정 아이디를 가진 이들이 댓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모두 점령했다. ⓒ 양중모

 

그래서 드디어 댓글이 있는 페이지가 열려 댓글을 볼 수는 있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정작 댓글을 쓸 수 있는 부분만 열리지가 않았습니다. 댓글을 볼 수만 있고, 정작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쓰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끊임없이 같은 말로 촛불문화제를 비판하는 글만 가득 실린 것을 보니,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댓글도 보이고 댓글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coca1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누리꾼이 쓴 글을 보고 저도 흥분하여 막말을 할 뻔 했습니다.

 

'불법으로 횡단하는데 차로 확 갈아뿌려여.'

 

평화적으로 집회를 하는 사람에게 차로 확 지나가버리라니, 이게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란 말입니까? 그래서 열심히 댓글을 써서 그러지 말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댓글 신고 기능을 이용하여 신고도 하였지만, coca1이 올리는 글은 끊임없이 올라왔습니다. 아무리 댓글로 반박을 해도 신고를 해도 그야말로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천칭자리', '뚜껑 열린당' 등 특정 아이디를 가진 누리꾼들이 '노숙자, 실업자 모였네', '좌파들이 온 나라 쑥대밭 만든다' 등 내용을 계속 복사해서 올려 많은 누리꾼들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틈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이 주장하는 '알바'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떠올랐지만, 누구에게나 의견을 표현할 자유는 있다고 생각하면서 저는 계속해서 그들과 다른 생각을 댓글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100분토론>이 시작한 후 100분 토론에 나오는 이들의 의견을 듣다 보니 저도 몰래 댓글을 다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00분 토론>을 본 후에는 몰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자고 말았습니다.

 

촛불 문화제에 나가신 분들을 대신해 인터넷에서 그 분들의 목소리를 대신하겠다던 제 결심이 허무하게 무너진 순간이었습니다. 제 자리에 앉아 인터넷으로 글 쓰는 것만 해도 이토록 피곤한데 72시간 철야를 하시겠다는 그 분들은 얼마나 피곤하실지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밤 뿐 아니라 시간이 나는대로 인터넷에서 촛불 문화제 반대 목소리와 다른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열심히 촛불 문화제 하고 들어오셨는데 집에 들어와 관련 기사를 보니 댓글에 모두 촛불 문화제에 관해 부정적인 댓글들만 달려 있다고 생각하시면 얼마나 힘이 빠지시겠습니까? 그것도 합리적이라기보다 맹목적으로 같은 내용을 올려 다른 의견은 올리지도 못하게 하는 이들이 올린 글을 보면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기회가 있는데로 촛불 문화제 관련해 인터넷에서 늘 응원하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입니다. 인터넷은 외국에 있어 촛불 문화제에 참가하지 못하는 제가 조금이나마 지킬테니, 열심히 촛불 문화제 활동을 하시라고 먼 이국 땅에서 힘찬 응원의 목소리를 보냅니다. 촛물 문화제 하시는 분들! 모두 힘내세요!


#촛불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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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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