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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양보

 

.. 하지만 착한 이졸데도 이번만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았다 ..  <엘케 하이덴라이히/김지영 옮김-검은 고양이 네로>(보물창고,2006) 55쪽

 

 ‘절대(絶對)’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달갑지 않습니다. 세상에 ‘절대’란 없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절대’라는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을 뜻하는데, 그냥 이대로 써 주어도 넉넉합니다. ‘꼭-반드시-틀림없이-어김없이’로 다듬을 수 있고, 때에 따라 ‘다부지게-당차게-꿋꿋하게-힘차게’로 풀어내기도 합니다. 보기글에서는 ‘조금도’로 손보아도 됩니다.

 

 ┌ 양보(良輔) = 양필(良弼)

 ├ 양보(陽報) : 나타난 인과응보

 ├ 양보(讓步)

 │  (1) 길이나 자리, 물건 따위를 사양하여 남에게 미루어 줌

 │   - 자리 양보 / 양보의 미덕 / 양보나 화해 같은 건 애당초 타고나지도 않은

 │  (2) 자기의 주장을 굽혀 남의 의견을 좇음

 │   - 그는 자기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에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 /

 │     그 싸움은 늘 심성이 나약하고 말주변이 없는 나의 양보로 끝났다

 │  (3) 남을 위하여 자신의 이익을 희생함

 │   - 저자들은 항상 백성들의 양보를 굴종으로 보는 놈들입니다

 │

 ├ 이번만은 양보하지 않았다

 │→ 이번만은 물러서지 않았다

 │→ 이번만은 봐주지 않았다

 │→ 이번만은 꿈쩍도 안 했다

 └ …

 

 “자리 양보”란 “자리 내주기”입니다. “양보의 미덕”은 “남한테 내주는 아름다움”입니다.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이며, “백성들의 양보를 굴종으로 보는”은 “백성들이 몸바치는 일을 굽신거림으로 보는”입니다.

 

 ┌ 양보나 화해 같은 건 → 물러서거나 마음풀기라고는

 └ 나의 양보로 끝났다 → 내가 물러서며 끝났다

 

 ‘양보’라는 말을 쓰는 우리들은 이 말이 한자말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꼭 걸러내야 하는 낱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한자로 ‘讓步’라고 적으면 알아볼 사람이 없을 테지요. 한글로 ‘양보’라고 적어 놓으면, 이 말뜻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모르지만, 느낌으로는 무엇을 가리키는지 헤아릴 수 있고요.

 

 그대로 쓰고픈 분들은 그대로 쓰고, 이 한자말이 어떤 뜻인지 살펴보고픈 분들은, 말뜻을 짚어 나가면서 때와 곳에 따라 알맞게 풀어낼 말을 찾아보면 됩니다.

 

 

ㄴ. 노력

 

.. ‘끼’는 1퍼센트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노력으로 채워진다 ..  <한정식-사진, 예술로 가는 길>(눈빛,2006) 52쪽

 

국민학교 때였는지 중학교 때였는지 ‘노력상’이라고 있었습니다. 시험을 치러서 평균점수가 10점 넘게 오르거나 등수가 10등 넘게 오르는 아이한테 주던 상이었습니다. 힘내어 공부하라는 뜻으로 주는 상이었겠지만, 평균 85점을 받다가 평균 94점을 받으면 받을 수 없는 상이었고(1점이 모자라니), 평균 70점을 받다가 40점으로 뚝 떨어진 뒤 다시 60점을 받으면 받을 수 있던 상이었습니다.

 

 ┌ 노력(努力) :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

 │  - 노력을 기울이다 / 노력을 쏟다 / 우리는 각고의 노력 끝에 그 일을 해냈다

 ├ 노력(勞力)

 │  (1) 힘을 들여 일함

 │  (2) = 노동력

 ├ 노력(露曆) : 러시아의 책력

 │

 ├ 나머지는 노력으로 채워진다

 │→ 나머지는 땀방울로 채워진다

 │→ 나머지는 애쓸 때 채워진다

 │→ 나머지는 애써야 채울 수 있다

 └ …

 

 ‘노력봉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노력’이란 “땀흘려 애씀”인지 “노동력”인지 모르겠습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한자가 다른 ‘努力’과 ‘勞力’이 있는데, 뒤엣말은 거의 쓰일 일이 없구나 싶습니다. 국어사전에 뜻풀이만 나오고 보기글이 없을 때에는 실제로는 안 쓰이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러시아 책력이든 중국 책력이든, 그런 것을 가리키는 말을 우리 국어사전에 실을 까닭이 얼마나 있을는지요. 이런 것을 가리켜야 할 때는 ‘러시아 책력’이라고만 하면 됩니다. 따로 한 낱말로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낱말을 국어사전에 실어 놓으면 우리 말 살림은 좀먹습니다.

 

 국어사전 보기글을 보니, “노력을 기울이”고 “노력을 쏟”고 “각고의 노력 끝에”라고 나오는데, “힘을 기울이”고 “온마음을 쏟”고 “뼈를 깎도록 애쓴 끝에”로 풀어내면 한결 낫습니다. 우리 말은 ‘애쓰다’와 ‘힘쓰다’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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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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