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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묘미는 속도를 줄이는 데 있다. 속도를 늦추면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여행의 묘미가 쏠쏠히 느껴지면서 하루가 봄 햇살처럼 포근하고, 라일락 향기처럼 달콤해진다.
여행의 묘미는 속도를 줄이는 데 있다. 속도를 늦추면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여행의 묘미가 쏠쏠히 느껴지면서 하루가 봄 햇살처럼 포근하고, 라일락 향기처럼 달콤해진다. ⓒ 이돈삼

신록이 눈부시게 푸르다. 산길도, 들길도 온통 짙은 초록의 옷을 입었다. 바람도 아직 선선하다.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다. 자전거를 타러 간다. 목적지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깔린 섬진강변이다. 유유히 대지를 적시며 흐르고 있을 섬진강을 떠올리니 마음도 가뿐하다. 도로까지 초록으로 물든 길을 따라 가다보니 어느덧 섬진강이 눈앞에 흐른다.

자전거 폐달을 돌린다. 강바람이 달콤하다. 강 한쪽은 시야가 확 트인 길이다. 다른 한쪽은 미루나무 가로수가 강변을 따라 이어져 운치를 더해 준다. 강폭은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한다. 여울을 지나는가 싶더니 어느새 강폭을 넓혀 잔잔한 물결을 이룬다.

길섶으로 이름 모를 들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눈에 띈다.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추억을 낚는 이도 보인다. 섬진강 맑은 물과 주변 풍광도 인자하다. 빠르게 달리면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가다 보면 빠르게 달릴 때는 볼 수 없던 풍경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섬진강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도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가다 보면 빠르게 달릴 때는 볼 수 없던 풍경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섬진강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도 보인다. ⓒ 이돈삼

여행의 묘미는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속도를 늦추면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평소 눈에 들어오지 않던 풍경도 정겹게 다가온다. 일상이 봄 햇살처럼 포근하고, 라일락 향기처럼 달콤해진다.

남도에는 자전거 여행을 즐길 만한 곳이 많다. 강변연가를 부를 수 있는 곳도 있고 호반미풍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해안도로를 타고 해변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길도 있다. 섬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도 색다른 멋이 있다. 섬진강과 영산강을 따라 강변연가를 부를 수 있는 자전거 하이킹 코스를 소개한다.

[증기기관차 다니는 추억의 강변길]

섬진강기차마을∼고달교∼호곡리∼압록유원지∼구례교

전국의 강 중에서 가장 물이 맑고 경치도 아름다운 섬진강은 전북 진안과 장수 사이의 팔공산(1151m)에서 발원해 남해까지 212㎞를 흘러내린다. 또 하나의 큰 줄기인 보성강은 기이하게도 하구보다 더 남쪽의 보성에서 발원해 북쪽으로 휘돌아 흐른다. 200㎞가 넘는 강이지만 섬진강이 제법 강의 면모를 갖추는 것은 곡성 경계에 들어서면서부터다.

들판을 느릿느릿 지나온 강물은 산속으로 파고들어 사실상 거대한 계곡을 이루며 유속이 빨라진다. 경치도 판이하게 바뀐다. 곳곳에 암반이 드러나 강폭은 넓지만 거대한 계곡이다. 압록에서 보성강이 합류하면서 강폭은 조금 더 넓어져도 물줄기의 표정은 그대로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진강변에는 추억의 증기기관열차가 달린다. 한쪽으로는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고 물 가까이 붙어가는 한가로운 시골길이 나 있다. 두계교와 두가세월교 사이에 앙증맞은 자전거도로도 조성돼 있어 자전거 하이킹에 최적이다.

 섬진강변에는 앙증맞은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다. 달콤한 강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 마음속까지 상쾌해진다.
섬진강변에는 앙증맞은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다. 달콤한 강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 마음속까지 상쾌해진다. ⓒ 이돈삼

 섬진강변 자전거 도로는 2.4㎞에 이른다. 강변의 오른편과 왼편을 끼고 도는 재미가 색다르다. 자전거 하이킹의 묘미도 만끽할 수 있다.
섬진강변 자전거 도로는 2.4㎞에 이른다. 강변의 오른편과 왼편을 끼고 도는 재미가 색다르다. 자전거 하이킹의 묘미도 만끽할 수 있다. ⓒ 이돈삼

섬진강 기차마을을 기점으로 읍내를 거쳐 60번 군도를 따라 동쪽으로 가면 고달교를 통해 섬진강을 건넌다. 여기서 고달마을 쪽으로 시골길을 따라가면 길은 곧 강변으로 바짝 다가선다. 비포장 구간이 있으나 노면이 좋고 언덕이 없어 자전거를 타기에 무난하다.

강변길은 구례 입구의 구례교까지 잠시도 강을 떠나지 않고 섬진강과 함께 흘러내린다. 도중에 두계교와 두가세월교 사이에는 일주 2.4㎞의 자전거도로가 나 있다. 맞은편은 섬진강기차 마을에서 출발한 증기기관 열차가 되돌아가는 가정역이다. 섬진강 천문대도 바로 옆에 있다.

[한국 최고의 매혹적인 강변풍경]

구례군청∼문척교∼남도대교∼다압∼매화마을∼섬진교

섬진강이 최고의 절경을 빚는 곳은 곡성에서 광양의 하구 부근까지 약 60㎞구간이다. 특히 구례에서 광양까지는 지리산과 백운산이 좌우에서 강물에 쏟아질 듯 바싹 다가서 있다. 이들 산에서 흘러내린 깨끗한 계류들을 받아들인 강물은 더욱 맑고 곳곳에 백사장까지 펼쳐놓아 절경이 끊이지 않는다.

구례에서 시작된 강변길은 내내 강을 떠나지 않고 하구인 광양까지 줄곧 이어진다. 강변길은 평온하고 한적하다. 섬진강에서 가까운 구례군청을 출발점으로 잡으면 816번 지방도를 따라 문척교를 건너 강의 남쪽으로 들어선다. 길은 잠시 강물과 헤어지지만 금세 다시 만난다. 간전에는 섬진강토산어류생태관이 자리하고 있다.

생태관 옆 둑길을 타고 하류쪽으로 1㎞쯤 가면 강변길인 861번 지방도와 합류한다. 남도대교를 살짝 건너가 화개장터를 잠시 둘러보는 것도 흥미롭다. 길은 계속 남으로 이어지며, 군데군데 전망이 좋은 곳과 백사장이 나와 발길을 잡는다. 매화마을에서 3㎞ 더 내려가면 하동으로 건너가는 섬진교가 보인다. 강변길도 거기서 끝난다.

 구례에서 시작된 섬진강변길은 강을 떠나지 않고 하구인 광양까지 줄곧 이어진다. 강변길은 평온하고 한적하다.
구례에서 시작된 섬진강변길은 강을 떠나지 않고 하구인 광양까지 줄곧 이어진다. 강변길은 평온하고 한적하다. ⓒ 이돈삼

[나주평야와 연밭을 지나는 제방길]

몽탄대교∼제방길∼일로읍 구정리∼회산백련지∼몽탄대교

무안을 감싸고 흐르는 영산강은 담양에서 발원해 115.5㎞를 흘러 목포 앞바다로 흘러든다. 호남평야 다음 가는 나주평야의 젖줄이 바로 영산강이다. 최근 황포돛배를 띄운 강물은 무안 경계에 접어들면 강폭을 확 넓히면서 100㎞를 겨우 넘는 강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당당해진다.

장쾌한 나주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름다운 강변 정자인 식영정이 자리한 몽탄면에서는 S자 형태의 독특한 물돌이 지형을 빚어낸다. 들판 한 가운데 강을 따라 끝없이 뻗은 둑길에 서면 보는 즐거움, 달리는 기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몽탄대교를 출발해 당호리에서 제방길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영산강 둑길이 반긴다. 비포장이지만 노면이 좋고 평탄해 무리없이 달릴 수 있다. 제방길은 소댕이나루까지 12㎞나 이어진다. 들판과 강변풍경을 보며 여유롭게 달리기에 제격이다. 오른쪽 들판 가운데는 농로가 잘 나 있고 농부들의 쉼터인 나무들도 드문드문 서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제방길이 지겨우면 격자형으로 잘 나 있는 농로를 자유롭게 달려도 된다.

 무안군 몽탄면 식영정에서 내려다 본 영산강. S자 형태의 독특한 물돌이 지형을 빚어냈다. 들판 한 가운데 강을 따라 끝없이 뻗은 둑길에 서면 보는 즐거움, 달리는 기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무안군 몽탄면 식영정에서 내려다 본 영산강. S자 형태의 독특한 물돌이 지형을 빚어냈다. 들판 한 가운데 강을 따라 끝없이 뻗은 둑길에 서면 보는 즐거움, 달리는 기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 이돈삼

 나주 영산강변에도 자전거도로가 깔끔하게 놓여있다. 전라남도는 이 도로와 연계해 영산강 물줄기를 따라 자전거도로를 목포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나주 영산강변에도 자전거도로가 깔끔하게 놓여있다. 전라남도는 이 도로와 연계해 영산강 물줄기를 따라 자전거도로를 목포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 이돈삼


#자전거#자전거도로#강변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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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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