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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검찰까지 나섰다. 그것도 세금 문제를 갖고 나섰다. KBS가 국세청에 법인세를 많이 낸 것이, 더 정확하게는 국세청에 낸 세금을 덜 돌려받은 것이 '배임'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법원의 '조정' 결과를 받아들인 것인데도 말이다.

 

이제 공공기관의 수장들은 국가에 이미 낸 세금일지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한 푼이라도 더 되돌려 받아야 할 것 같다. 그런 노력을 소홀히 했다가는 언제 '배임혐의'를 뒤집어 쓸지 모를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에 조정 신청을 낸다거나 혹은 법원의 조정 권고를 쉽사리 받아들여서도 안된다. 아무리 법원의 조정 결과일지라도 결코 검찰의 추상같은 수사 대상에서는 결코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세금 문제는 KBS가 광고로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국가 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으로 시청료와 함께 방송 광고 수입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있는 KBS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과연 적절한 과세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가 쟁점이었다. 따라서 처음부터 흑백논리로 명쾌하게 재단할 수 있는 성질의 쟁점이 아니었다. 

 

배임 결정이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

 

또 KBS의 입장에서 설령 세금과 관련해 다소 손해를 보았다 해서 그것이 사회적 정의에 어긋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KBS가 설령 세금을 조금 덜 돌려받았다고 해도 그것이 정연주 사장이나 특정 집단의 사사로운 이익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배임혐의는 더구나 그렇다. 배임은 KBS가 13일 밝힌 것처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케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KBS가 국가가 부과한 세금을 설령 조금 덜 돌려받았다고 해서 배임혐의를 적용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다. 게다가 그것이 법원의 '조정결정'이라고 한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실제 내용을 따져 봐도 이같은 배임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논란이 된 KBS와 국세청의 세금 다툼은 1994년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KBS는 94년 11월 법인세 295억원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냈다. 비영리법인인 KBS가 법률에 의해 거둔 시청료는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KBS는 이 소송 과정에서 헌법재판소로부터 시청료는 법인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얻어냈다. 그러나 소송에서는 패소했다. 1, 2심 재판부는 시청료가 법인세 부과대상인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이미 납부된 법인세를 돌려줄 필요는 없다고 판결했다. 첫째, KBS의 회계가 시청료와 광고 수입을 구분해 경리 처리하지 않았고, 법인세를 납부할 당시 아무런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가 뒤늦게 이를 돌려줄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번에 논란이 된 소송은 그 후속편이다. KBS는 2003년 역시 법인세 환급 소송을 냈다. 이번에는 광고수익과 그 비용 계산이 쟁점이었다. 부가가치세 환급 소송도 같이 냈다.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은 일단 KBS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국세청이 부과한 과세 기준이 합당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KBS측이 환급을 요청한 2천여억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KBS로서도 명쾌한 승리라고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법원은 KBS가 법인세 환급 이유로 제시한 근거 역시 부당하다고 배척했기 때문이다. 즉 광고 수입에 따른 법인세 부과 기준은 광고 수입에 관련된 비용(즉 광고방송 등을 하는 KBS2의 제작 비용 등)만을 제외하고 올린 수익에 대해서 과세를 해야 하는 것이 맞지, KBS측이 주장한 것처럼 광고수입에서 KBS의 모든 비용(시청료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는 KBS1의 제작 비용 등)을 모두 차감한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적시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세청의 과세기준이 잘못됐기 때문에 일단 국세청이 받은 법인세를 환급하라고 결정했지만, 그렇다고 KBS의 주장이 옳은 것도 아니라는 판결이었다. 국세청이 광고수익을 올리는 데 들어간 비용만큼을 차감하고 남은 수익을 기준으로 과세 기준을 다시 계산하라는 판결이었다.

 

국세청은 항소했다. KBS는 이 때 법원에 조정신청을 내 5백여억원을 환급 받는 선에서 소송을 매듭지었다. KBS와 국세청은 1심 판결에 따른 과세 기준을 대략의 기준으로 삼아 절충점을 찾은 것이었다.

 

소송을 주도했던 조씨의 수임 변호사의 주장

 

하지만 이 과정에서 90년대 초반부터 소송을 주도해왔던 KBS의 전직 직원 조아무개씨와 이 소송을 맡아왔던 변호사가 반발했다. KBS는 담당 변호사를 바꿨다. 조아무개씨와 당시 수임 변호사는 "2천억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는데도 정연주 사장이 당장의 경영 실적을 위해 5백억원만 돌려받기로 하는 조정신청을 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해왔다. 조씨는 급기야 지난달에 정연주 사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조씨가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이후 국회 문광위 등에서 이미 몇차례 '검증'을 거친 사안이다. 이 사건이 처음 쟁점화된 것은 <동아일보>는 2005년 9월 6일자 1면 머리기사 등으로 보도하면서 부터다. <동아일보>는 KBS 소송 수임 변호사 말을 빌어 KBS가 "1심 승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조정신청을 냈다(KBS "2000억 승소 포기할테니 506억만 돌려달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동아일보>의 이런 보도에 대해 KBS는 즉각 '공식반박자료'를 통해 조정신청의 배경과 경위 등을 설명했다. KBS는 특히 수임변호사 등이 조정신청 등에 반대한 데 대해 "KBS와의 수임 계약이 최종 승소 시에만 환급액의 일정율을 지급하기로 약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KBS에서 이 소송 사건을 맡았던 조아무개씨와 수임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정을 받아들일 경우 수신료 징수 근거가 없어진다거나, KBS가 내지 않아도 될 세금 수백억 원을 매년 시청자 수신료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KBS가 조정신청을 한 후 수신료 징수 근거가 없어지거나, KBS가 내지 않다도 될 세금 수백억원 씩을 매년 시청자 수신료로 부담하는 일은 아직까지는 발생하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어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검찰이 조사하겠다는 '배임혐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무척이나 궁금한 대목이다. '공공기관'의 배임혐의 못지않게 검찰 등 '공권력'은 배임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도 한번 살펴볼 대목이다.


#정연주#KBS 표적수사#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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