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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협상과 동일한 추가협상.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은 쇠고기협상은 협정이나 협약이 아닌 '협의(consultation)'에 불과하다고 한다. 상호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것 외에 특별한 구속력은 없다는 말이다.

 

이것이 형식적인 문제라면 이제 내용을 들여다보자. ‘협상’이라면 상호적인 것 아닌가.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생명을 담보로 하여 쇠고기시장을 열어주었다. 무엇을 받았다는 말인가! 거기다가 재협상 하라 하였더니, 부득불 우격다짐으로 추가협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도대체 말이 안 통하는 인간들이다. 그리하여 추가적으로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겠다는 말인지?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 측에서 ‘구두합의’를 언급하였다. 지난 정권에서는 일본과 같은 수입기준으로 FTA에 대한 미국의회의 비준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서 잠정합의하였다는 말이다. 진위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이것은 대한민국 정부로서의 당연한 행동이다. FTA가 상호협상이라면 '쇠고기협의'는 일방협상이기 때문이다.

 

FTA가 먼저이고, 쇠고기는 나중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 일은 FTA가 미국의 부시가 대한민국에 베푸는 큰 은전인 것처럼 생각하도록 만든 것뿐이다. 그리하여 FTA를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은 그 어떤 수모라도 감수하여야 한다는 것인가. 개방주의도 보수주의도 전혀 모르는 시장주의자들. 정의는 경제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니 ’기업을 위한 부패는 아름다운 것이며 그들을 도와 비즈니스프렌들리 하는 게 ‘실용주의’라 여길 것이다.

 

급기야 내일 또다시 대통령담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 4월 17일 ‘사건’ 이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다가 말이다. 수많은 촛불들을 길거리로 끌어내고, 그들을 빨갱이로 매도하고, 구둣발로 짓밟고, 물대포를 쏘아대고, 경찰서로 연행하고, 분신자살하고,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진실’이기를 바란다.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 왜 그렇게 큼직한 선물을 부시에게 안겨주었는지 ‘동기’가 밝혀져야 한다. 묻어버리는 것은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실이 아니고서는 무수한 농간에, 거짓말에, 공갈과 협박에 응어리진 모멸감과 분통을 참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운하는 이미 타당성이 없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수도, 의료와 건강보험, 그리고 교육은 국민의 기본권 차원에서 허용될 수 없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공기업 민영화만큼은 앞으로 국민적 논의를 거치면서 필요하다면 무더기 세일이 아니라 하나씩 추진할 일이다. 그래. 어디 한번 양치기 소년의 고백에 귀를 기울여보자. 이번에는 무엇을 선물하였을까? 무엇을 구걸하였을까? 아니면 과오를 반성하고 재신임투표라도 제안을 하려는지?


#촛불문화제#이명박#미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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