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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에서 올라 온 뻘낙지는 회와 탕으로 즐긴다. 마리당 만원씩 한다.
 벌교에서 올라 온 뻘낙지는 회와 탕으로 즐긴다. 마리당 만원씩 한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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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재료에서 맛있는 음식은 나와도 좋은 음식은 나오지 않는다." (맛객一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가 우리 식문화에 시사한 게 있다. 음식의 첫째 덕목은 안전한 식재라는 사실. 눈에 보이는 음식의 화려함에 현혹되기보다 이면에 감춰진 재료의 정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라고 미국소는 말하고 있다.

즉, 안전한 식재가 맛보다 상위개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맛객은 안전하고 질 좋은 식재료를 찾아서 또는 그런 재료로 만든 음식을 찾아서 세상을 유랑한다. 그러다가  좋은 식재를 만났을 때의 기쁨이란. 조리사도 아니면서 좋은 식재에 탐닉하는 맛객 좀 보라지.

음식을 논하는 맛객에게 있어 좋은 식재란 보물과도 같다. 그런 보물을 어제도 가까이에서 찾았다. 맛객이 단골로 다니는 식당에서 만난 낙지얘기이다.

청도 소가 즐기는 벌교 뻘낙지

벌교 뻘낙지 시세가 오르는 이유는 다른 지역과 차이가 있다. 사람이 많이 찾아서가 아니라 소가 많이 찾기 때문이다. 청도 소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소 주인들은 벌교 뻘낙지를 가져다가 소에게 먹인다.

기력이 다한 소도 호박잎에 싼 산낙지 한 마리면 벌떡 일어서기 때문이다. 사력을 다해 싸워야 할 소들에게 벌교 뻘낙지를 먹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다른 지역의 낙지보다 힘이 좋기 때문이다.

막지가 무척 힘있어 보인다
 막지가 무척 힘있어 보인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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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에서는 낙지가 문다는 얘기가 있다. 정말로 낙지가 물기야 하겠는가. 낙지를 손으로 집으면 다리가 손목을 휘감는다. 잡아떼면 빨판의 힘이 어찌나 센지 낙지가 무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하는 얘기이다.

실제 낙지가 내 눈앞에서 그 힘을 증명해 보였다. 스테인리스 양푼에 담겨진 낙지를 집어 들자 떨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힘 좀 보라지. 딱!딱! 빨판 떨어지는 소리가 낙지의 기합소리로 들릴 정도이다. 시내 어디에서도 이런 낙지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당연하지. 중국산과 일본산이 넘치는 판국에 그저 국산 낙지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 할 테니까. 이런 세상에 벌교 뻘낙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니. 이러니 내, 보물이라 할 만하지 않냔 말이다.

사람을 무는 벌교뻘낙지

낙지는 살짝 익혀야 연하면서 최상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낙지는 살짝 익혀야 연하면서 최상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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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낙지라고 다 같은 산낙지가 아니다. 신선하지 않는 낙지는 끓는 물에 넣으면 감자껍질 갈라지듯 낙지 껍질이 터지고 만다. 요놈은 갈라 터지기는커녕 더욱 더 매끄러워진다. 보드랍고 매끌한 감촉이라니. 입 속에 넣고서 한없이 굴리고만 싶다.

좋은 고기는 불에 오래두면 안 되는 법. 낙지도 예외는 아니다. 붉어지도록 익혀진 낙지는 육즙이 빠져 나갔을 뿐만 아니라 질겨 맛이 반감된다. 회색 낙지가 연분홍빛으로 살짝 감돌 정도면 오케이.

그래야 보드랍고 쫄깃한 낙지의 식감을 최상으로 느낄 수가 있다. 굳이 초장을 찍지 않더라도 도톰한 낙지 다리에서는 바다의 맛이 배어 나온다. 힘 좋고 때깔 좋고 맛 좋고, 낙지가 참 이쁘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낙지 몸통을 먹지 않고서 낙지를 먹었다고 말하지 말라
 낙지 몸통을 먹지 않고서 낙지를 먹었다고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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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쁜 낙지가 한 마리에 만원. 둘이서 두 마리면 약주 한 잔 나누기 딱 좋고 5마리면 낙지로 포식하게 된다. 참꼬막이며 꼴뚜기젓갈 등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 하나 허투루 내 놓는 게 없어 만족도는 낙지만큼 높다. 아참! 마지막에 먹는 낙지 몸통(머리)의 맛이란.

2만원 낙지연포탕(마리당 만원)을 주문하자 맛깔난 손맛이 밴 찬들이 한 상 차려졌다.
 2만원 낙지연포탕(마리당 만원)을 주문하자 맛깔난 손맛이 밴 찬들이 한 상 차려졌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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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객의 맛집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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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업소 정보는 http://blog.daum.net/cartoonist/13156605에 있습니다.



태그:#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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