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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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쇠고기가 근로조건 향상과 무슨 상관이냐. 국민의 공감을 받을 수 없는 정치 투쟁은 그만 둬야한다."
2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가 이날 '총파업'에 들어가는 민주노총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광우병 쇠고기로 근로 손실이 있다는데, 이런 논리면 미국산 쇠고기 먹는 모든 나라는 다 파업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대해 검찰까지 동원해 '불법 정치파업' 딱지를 붙이고 '엄정대처' 방침을 내놓았다. 사제단 등 종교계가 가세한 촛불에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결합할 경우 본격적인 정권의 위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방적 '불법 딱지붙이기'식 대응이 정부가 원하는 '노동계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노동계를 자극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 '총파업'의 근저에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의 '6월 말 7월 초 총력 투쟁' 계획은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 이전부터 준비됐다. 이석행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라 예상하고 총파업을 작년부터 준비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미 그때 이 대통령은 '노조 비하' 발언과 함께 신자유주의적인 친기업 정책 기조를 예고하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민주노총에 대한 공세를 노골화됐고,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자의 희생만을 강요했다. 이에 맞서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폐기할 때까지 건곤일척에 승부를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 당선인, 민주노총 간담회 약속 하루 전 일방적 파기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시선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건 지난 1월 당선자 시절 민주노총과의 간담회를 파기한 일. 1월 29일 당시 이 당선인은 민주노총을 방문하기로 했다. 대선 승리 이후, 당선인이 기업가만 찾고 노동계는 홀대한다는 지적이 나오던 때다.
하지만 이 당선인은 민주노총 방문을 하루 전날 갑작스레 취소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밝힌 이유는 이석행 위원장이 경찰에 출두하지 않았다는 것. 이석행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고려대 동창회 취급도 못 받았다, 민주노총을 짓밟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인수위 쪽은 "이 당선인이 강조한 기초 법질서 확립 원칙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9일 민주노총 대신 "노사화합의 모범"이라며 GM대우 부평공장을 찾았다. GM대우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대량해고 된 곳이었다.
간담회 파기 이면엔 경제성장을 위해 노동자들에게 희생만을 요구하는 이 대통령의 노동관이 숨겨져 있다. 그는 "노동자들이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원봉사자 자세를 가져야 한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파업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후보 시절부터 "기초 법질서"를 강조하며 파업 엄단 방침을 내세웠다. 지난 1월 17일 인수위는 시위에 대응한다는 이유로 검찰·경찰·노동부가 주축이 된 '산업평화정책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과 정책연대를 맺은 한국노총조차도 "전두환 정권 시절의 공안대책위를 떠올리게 한다"며 비판했고, 인수위는 결국 발표 4시간 만에 이를 철회했다.
취임 15일 만에 파업 비정규직 끌어내... 노동부는 뒷짐만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더욱 노골적으로 노동계를 압박했다. 첫 표적은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이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장에 초대받고도 입장이 거부된 건 보름 후 그들의 미래를 예고하고 있었다. 3월 11일 새벽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182일째 파업 중이던 이들의 천막농성장이 강제로 철거된 것이다.
경찰의 묵인 아래 서울 영등포구청 직원과 용역 직원 150여명이 농성 중인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60여명을 강제로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용역 직원들이 이들에게 침을 뱉고, 폭력을 가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질길 끌려나오면서 피를 봐야만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첫 대규모 파업이었던 '알리안츠 사태' 또한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을 잘 보여준다. 알리안츠생명 노조는 성과급제 시행에 반발, 지난 1월 23일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의 쟁점이 된 '지점장 노조 가입'에 대해 노동부가 "지점장들은 조합원 자격이 없다"며 사용자 편을 들어, 지점장 99명에 대한 대량해고로 이어졌다. 파업 5달을 맞은 현재 노조위원장 구속과 직장폐쇄라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노동부는 뒷짐만 지고 있을 뿐이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투쟁은 또 어떤가? 20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쫓겨나 여러 차례 고공농성, 단식을 하는 등 죽기를 각오하며 1000일 넘게 싸우고 있는 곳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 방문할 때 우수 중소기업인 수행원으로 최동열 기륭전자 회장을 선택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의 입도 노동계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는 지난 4월 30일 외국인투자기업 최고경영자(CEO) 대상 강연에서 "정리해고가 불가능하지 않다", "임금교섭을 2~3년에 한 번씩 해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이 근로자를 과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배제전략 역시 총파업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현재의 노동운동은 미래가 없다", "아직도 과거와 같은 경직된 자세를 유지해서 유감스럽다"며 민주노총을 공격했다. 민주노총이 정부에 대화하자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묵살 당했다.
이명박 정부 내내 계속될 노-정 갈등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은 이명박 정부 내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반노동 정책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공공부문 구조조정 계획에서도 노동계와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정책연대를 한국노총조차도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정책연대를 폐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싫어하는 파업을 피할 수 없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쇠고기 문제를 통해서 투쟁을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현 정부가 공공부문 구조개혁, 노동부분 탈규제정책, 산별교섭에 대한 부정적 입장 등 친기업 반노조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노정간의 한판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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