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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초등학교 가는 갈은 매우 좁고 비탈졌다. 해서 학교 급식이나 물품이 오면 주민들이 일일이 머리에 이고 나르고 있다. 한 주민이 무거운 가방을 메고 비탈진 길을 걷고 있다.
 가거도초등학교 가는 갈은 매우 좁고 비탈졌다. 해서 학교 급식이나 물품이 오면 주민들이 일일이 머리에 이고 나르고 있다. 한 주민이 무거운 가방을 메고 비탈진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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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최서남단에 위치한 가거도초등학교는 1947년 8월 1일자로 개교해 그 다음해인 48년 10월에 설립인가를 받았다. 한때는 항리분교와 대풍분교 등 두 곳의 분교도 거느리기도 했지만 지난 95년(대풍분교)과 98년(항리분교)에 분교는 차례로 문을 닫았다.

지금까지 배출한 졸업생은 약 1600여 명. 먼 바다 건너, 외딴 섬에서 배출한 인재치고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현재 가거도초등학교엔 세 개의 학교, 36명의 학생이 함께 모여 공부하고 있다. 유치원생 8명, 초등학교생 21명, 중학교생 7명이 한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 1명, 초등학교 교사 5(교장 1명 포함)명, 중등교사 5명 등 모두 11명의 교사가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25일 <오마이뉴스>가 가거도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세 개의 장면이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이 세 개의 장면은 국토 최서남단에 위치한 가거도초등학교가 처한 현실이자 '소망 우체통'에 넣을 편지 내용일 것이다.

첫 번째 장면은 부두에서 가거도초등학교로 가는 길이었다. 학교로 가는 길은 매우 비좁고 비탈진 골목길이었다. 학생들이 등·하교 하는 것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학습기자재라도 운반할라치면 꽤나 곤욕을 치르겠다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길은 좁고 경사가 심했다.

이상윤 가거도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학교 진입로가 없어서 급식이나 학습물품을 주민들이 일일이 머리에 이고 나르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가거도는 여객선에서 짐을 내려도 이렇듯 경사가 심한 곳까지 짐을 옮기려면 다시 별도의 운반료를 물어야 한다.

해서 마을 주민들은 학교로 가는 우회도로라도 만들어 놓으면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재라도 쉽고 빠르게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거도초등학교 학생이 뜀틀넘기 수업을 하고 있다. 매트리스가 깔려있지 않은 운동장은 말 그대로 자갈밭이어서 학생들이 다칠 위험이 높다.
 가거도초등학교 학생이 뜀틀넘기 수업을 하고 있다. 매트리스가 깔려있지 않은 운동장은 말 그대로 자갈밭이어서 학생들이 다칠 위험이 높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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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이라기보다는 자갈밭이란 말이 맞을 정도로 가거도초등학교 운동장의 사정은 열악했다. 해서 학교 측과 주민들은 인조 잔디라도 깔릴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운동장이라기보다는 자갈밭이란 말이 맞을 정도로 가거도초등학교 운동장의 사정은 열악했다. 해서 학교 측과 주민들은 인조 잔디라도 깔릴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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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장면은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처음 만났을 때였다. 몇몇 아이들이 체육수업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선 대여섯 명의 학생이 책임교사와 축구 경기를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쪽에선 뜀틀 넘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생기발랄한 모습을 한동안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다가 카메라에 담기위해 셔터를 누르다 깜짝 놀랐다. 운동장 바닥이 온통 자갈투성이였다. 거친 흙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자갈밭이었다.

이상윤 교장 선생님은 "애들이 다칠까봐 운동장을 돌멩이를 헤치고 파기만 하면 또 돌이 나온다"면서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이런 사정을 얘기하며 인조 잔디라도 깔았으면 좋겠다고 신청했는데 답이 어떻게 올지 모르겠다"고 염려했다.      

세 번째 장면과는 학교 본관에 막 들어서자마자 조우했다. 모든 방문자들이 처음으로 대면하는 본관 벽엔 교훈도 아닌, 시계도 아닌 '기상실황판'이 내걸려 있었다. 이 기상실황판을 보고나서야 난 내가 먼 바다를 건너, 국토 최서남단에 와있음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기상실황판엔 풍향과 풍속, 기온과 강수량이 실시간으로 표식되고 있었다. 모든 항목이 섬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들이다.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따라 파도의 높이 등이 결정된다. 늘 바다에서 파도의 높이를 가늠하며 사는 섬사람들에겐 목숨이 달린 문제다. 물이 부족한 섬에서 강수량은 역시 생존과 바로 직결된 문제다.

살아간다는 것의 치열함을, 그 치열함의 예외 없는 경건함을 외딴 섬 초등학교 벽에 내걸린 기상실황판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표식하고 있는 모든 항목이 섬 생활과 직결된 것들이다. 살아간다는 것의 치열함을, 그 치열함의 예외 없는 경건함을 외딴 섬 초등학교 벽에 내걸린‘기상실황’판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 교훈도 아닌, 시계도 아닌, 기상실황판이... 표식하고 있는 모든 항목이 섬 생활과 직결된 것들이다. 살아간다는 것의 치열함을, 그 치열함의 예외 없는 경건함을 외딴 섬 초등학교 벽에 내걸린‘기상실황’판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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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가거도(可居島)는 '사람이 가히 살만한 섬'이란 뜻을 지녔다. 주민등록상 기재된 가거도 인구는 약 500여 명에 달하지만 실제 거주인구는 약300명으로 행정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가거도가 어업전진기지인 만큼 대부분의 주민들은 어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낚시꾼들과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상업에 종사하고 있다.


태그:#가거도초등학교, #나홀로입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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