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전에서 가장 달과 가까울 것 같은 동네 대동마을. 이 높고 높은 마을이 심상치 않은 곳이라는 소문이 들려 찾아가 보니 재밌는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입구엔 색색깔 아담한 집들이 보인다. 복지관 벽엔 버섯들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대동마을에 낙하하는 언니
대동마을에 낙하하는 언니 ⓒ 조미선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면 낙하하던 언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뿐이랴, 꿈을 상징하는 파랑새도 날고 있고, 주차장엔 몇십 년 전 불시착해 세계 어른들의 속을 태우던 어린왕자도 있다. 혹 어린왕자가 이곳으로 불시착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까지 드는 이곳은 대체 뭐 하는 동네일까?

 놀이터에 세워져 있는 해바라기
놀이터에 세워져 있는 해바라기 ⓒ 조미선

이곳에 사는 마을 사람들이 아니라면 외부인의 발걸음이 닿을 것 같지 않은 곳. 이곳은 대전시 중구 대동의 한 마을이다. 가파른 비탈길에 개조되지 않은 천장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사람이 살지 않은 흉가가 더러 보이는 곳, 흉가 같아도 자세히 보면 사람의 사는 곳. 이곳에서 지난 2007년 여름 공공미술전이 열린 후 이 마을은 외계인의 마을을 둘러보는 것 같은 묘한 매력이 넘치는 곳이 되었다.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는 대동마을의 상징
마을 입구에 세워져 있는 대동마을의 상징 ⓒ 조미선

그림 따라 조각 따라 걷다 보면 어느덧 마을의 꼭대기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는 대전 시내의 전경을 볼 수 있는 행운도 생긴다. 빌딩에 막혀 탁 트인 전경을 도심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지만 이곳에선 힘든 등산을 하지 않고도 대전 시내를 어디도 막히지 않은 전경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이 마을에선 대전 시내 전경 말고도 다른 마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 또 있다. 아직 연탄을 떼는 집이 심심치 않게 있었고, 마을을 올라가는 입구에는 연탄가게가 있었다. 또한 연탄가게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이제는 찜질방에 밀려 보기 힘든 동네목욕탕이 있다. 사람이 좀처럼 다니기 힘들 것 같은 가파르고 좁은 계단도 이어져 있다. 물론 그곳을 힘들게 올라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도 있다.

 대동마을의 희망을 상징하는 파랑새
대동마을의 희망을 상징하는 파랑새 ⓒ 조미선


마을의 꼭대기에는 이 마을의 그림들처럼 생기 도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린왕자를 모셔두고 있는 복지관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파랑새의 조각품과 바람개비가 철망을 따라 이어져 있다.

어쩐지 정겹다. 이곳 아이들은 집에 오려면 매일 힘겹게 이 언덕을 오르내려야 할지 모르지만 이제는 잊혀가는 '동네'라는 말을 알고 자랄 것 같았다.

이곳에 작가들이 작업한 것은 단순한 벽화, 조각이 아니다. 이 마을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꿈을 그려주고 희망을 조각한 것이다.

가끔 답답할 땐 멀리 떠나지 말고 이 동네에 올라보자. 높은 곳에 올라 대전 전망을 보며 속도 트이고, 아기자기하고 기발한 미술작품들도 보면서 일석이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공공미술#대전 대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