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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자료사진) ⓒ 유성호

경제 불안정에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유임시킨 이명박 대통령의 오기가 정치권의 비난에 맞닥뜨렸다.

 

불과 3개 부처 장관만 경질한 개각 폭도 문제지만, 낙제점인 경제성적표의 책임자를 그냥 둔 데 대해 야당은 물론 일부 여당 의원들조차 "이해할 수 없다"며 도리질 친다.

 

민주 "강 장관 유임은 '경제 포기' 선언"... 선진 "몸통 놔두고 꼬리만 잘라"

 

8일 야당들은 이번 개각을 두고 "경제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일제히 대통령을 비난했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부 장관만 교체한 데에) 국민들도 다 실망했을 것"이라며 "뭐라고 말씀드릴 의욕도 없다. '마이동풍', '우이독경'이란 말이 실감 난다"고 비난했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특히 강 장관 유임을 거세게 성토했다. 서 부대표는 "강 장관 유임은 경제 포기 선언"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안일한 경제인식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사"라고 주장했다.

 

서 부대표는 경제팀의 수장인 강 장관은 놔둔 채 최중경 1차관을 경질시킨 데 대해서도 "고환율 정책을 고집해 기업과 가계에 2중, 3중의 고통을 안겨준 장본인은 그대로 두고 대리 경질을 했다"며 "졸렬한 술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경제를 살리려면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를 망치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 강 장관부터 경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면 개각'을 요구했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무회의에서 "(개각이) 소폭으로 끝난 것은 이 정권 자신을 위해 통탄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이번 개각은 감동이 아닌 '감질' 개편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며 "정권이 신뢰를 회복할 좋은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고 주장했다.

 

박현하 부대변인은 전날(7일) 논평을 통해 "경제정책 실패의 '몸통'인 강 장관을 그대로 두고 '꼬리'인 최 차관만을 경질한 것은 현 난국의 본질을 호도하는 국민기만"이라고 비난했다.

 

한숨짓는 여당... "시장에선 성장 위주 회귀 의구심"

 

 2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경제부처 합동 기자회견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경제부처 합동 기자회견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지호

개각 결과에 대해선 여당 의원들도 한숨을 짓는다. 대놓고 비판할 수는 없지만 뒤에서는 "도대체 대통령의 의중을 모르겠다"고 고개를 내젓는 의원들이 여럿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고유가를 증폭시킨 건 따지고 보면 고환율 정책"이라며 "뒤이어 물가까지 뛰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게다가 강 장관은 정부 초기부터 암시적으로 정부가 환율정책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결과적으로 환투기까지 부추긴 셈"이라며 "잘못된 경제정책을 편 장본인인 강 장관을 그대로 둔 대통령이 도저히 이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통인 또다른 의원도 "환율 정책도 문제지만, 강 장관은 기본적으로 성장 위주의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며 "그러니 정부가 '성장 위주'에서 '물가 안정'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시장은 언제든 또다시 회귀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단지 3개부처 장관만 경질한 '소폭 개각'에 대해 "당내에서도 최소한 한승수 국무총리와 강 장관은 갈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며 "아직도 대통령이 '쇠고기 정국'이나 경제 문제로 (민심이) 얼마나 안좋은지 모르시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민심에 미흡한 개각이) 결국 앞으로 정국을 풀어가는 데 짐이 되면 됐지 득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어쨌든 대폭 개각으로 새 출발 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강 장관 유임론을 폈던 원내지도부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이중 임 의장은 지난 90년 재무부 시절 강 장관과 부하와 상사로 만나 일한 적이 있어 뒷말이 나온다. 강 장관이 재무부 국제금융국장을 맡던 때 임 의장은 국제금융국 총괄과(외환정책과)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한때 부하직원이었으니) 아직도 임 의장은 소위 '강만수 사람'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게다가 대통령이 강 장관을 굳게 신임한다니 두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만수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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