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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웰컴 투 마이 텐트>
 책 <웰컴 투 마이 텐트>
ⓒ 강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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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하더라도 집집에 텐트와 코펠, 버너 정도는 기본으로 갖추고 있었다. 그 당시 여름휴가라 하면 시원한 산과 계곡, 바다를 찾아 텐트를 치고 코펠에 삼중밥을 지어 먹는 것이 기본.

이러던 휴가 문화가 갑자기 사라지게 된 것은 산과 바다에서 야영과 취사를 금하는 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대도시 근교의 산과 계곡이 쓰레기와 깨진 음료수 병으로 뒤덮이면서 급기야 정부는 1990년부터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전국의 산에서 취사와 야영을 금지 시킨다.

자연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노력이야 가상하지만 캠핑을 아웃도어의 최고 즐거움으로 여기던 많은 사람에게 이 법은 참 원망스럽기 짝이 없다. 일부 사람들의 무지와 무성의가 캠핑의 즐거움을 앗아갔다고 할까. 이 법의 제정 이후 산과 계곡에는 콘도나 모텔 등의 숙박 시설만 난무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지방자치제의 정착 후, 각 자치 단체마다 자기 고장 홍보를 위해 오토 캠프장을 적극 유치함으로써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기쁨을 준다. 책 <웰컴 투 마이 텐트>는 20년 전 텐트를 치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을 만끽하던 30대 이후 사람들에게 새로이 캠핑의 즐거움을 전한다.

한동안 캠핑을 갈 수 없어 아쉬웠던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서 안내하는 좋은 캠핑 장을 찾아 과거 텐트 안에서 별을 바라보던 추억을 되새기는 것도 행복할 듯하다. 캠핑이 좋아 대학 시절 내내 산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캠핑 용품 관련 회사에서 일하게 된 저자는 우리나라 곳곳에 숨은 캠핑 장을 잘도 찾아 낸다.

텐트와 코펠, 버너 등 값비싼 캠핑 용품을 구입하기 어렵다면 당일치기 바비큐 파티는 어떨까? 경기도 과천의 서울대공원 자연 캠프장, 한강 시민 공원의 난지 캠프장은 접근이 쉽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숲 속 바비큐 장소다. 친한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 한 잔을 기울인다면 그 맛은 정말 달콤할 것 같다.

특히 이런 캠프장은 평소 접할 수 없는 자연 속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아이들이 뛰놀 만한 넓은 자연 놀이터까지 갖추고 있으니 가족들에게는 최고의 나들이 장소다.

책의 중간 중간에는 캠핑 가서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요리들도 소개되어 있다. 우리는 대부분 캠핑을 가면 삼겹살이나 구워 먹고 대충 밤이나 지새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준비를 하면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저자는 캠핑을 갈 때면 항상 작은 압력솥을 하나 챙겨 간다고 한다. 코펠에 밥을 짓는 것보다 시간도 훨씬 절약되고 설익거나 탄 밥을 먹는 고통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캠핑을 가다 보니 짐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지만 요즘처럼 자가용이 발달한 시대에 압력솥 하나 정도는 필수다.

절집 근처에 있는 오토 캠프장도 특색이 있다. 운이 좋으면 절의 스님께 차 한 잔이나 점심 한 끼 정도를 얻어먹을 수도 있고 깊은 산자락에 있다 보니 경치도 뛰어나다. 산사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텐트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낭만은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최고 자연의 매력일 것이다.

최근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캠핑장들은 하루 텐트를 치고 이용하는 비용이 만원 안팎이다. 대부분 경치 좋고 물 좋은 곳에 자리하며 관리 또한 깔끔하게 되어 있는 편이라 이용에 큰 불편함은 없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은 북적거리긴 하지만 깨끗하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은 관리가 조금 소홀하지만 고즈넉하다는 장점을 갖춘다.

먹을거리를 준비하지 못한 채 갑작스레 떠나게 되었다면 주변의 음식점을 이용하거나 오일장처럼 특색 있는 장터에서 장을 보고 간단한 식사를 마련해 보는 것도 좋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더 잘 먹는다고, 캠핑을 많이 다닐수록 음식 마련이나 텐트 치기 등에 요령이 생기기 마련.

이번 여름휴가에는 텐트와 휴대용 가스레인지, 압력솥과 간단한 요리도구를 챙기고 캠핑 장을 찾아 보는 건 어떨까? 예전처럼 힘들게 가방을 메고 낑낑 오를 필요도 없고 자동차 한 대면 1박 2일의 일정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으니 말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1박 2일>처럼 멤버들끼리 게임도 하고 게임에 진 사람은 벌칙도 받으며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먹는다면, 그 맛이야말로 꿀맛이 아닐까 싶다. 이 여름을 위해 저자가 추천하는 가족 단위 캠핑 장소로는 변산반도, 강원도 평창의 동파골 야영장, 충북 괴산의 속리산 화양동 야영장 등이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시원한 계곡물과 바다 풍경은 사진으로만 접해도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폭염에 덥다는 소리를 연발하는 도시인들에게 캠핑이란 단어는 듣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을 주지 않는가!


웰컴 투 마이 텐트 - 국내 1호 아웃도어 플래너 한형석이 제안하는 여유만만 캠핑의 모든 것

한형석 지음, 중앙books(중앙북스)(2008)


태그:#여행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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