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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엔 오마이뉴스 사무실 안에서 쓰레기 줄이기 실험을 한 결과를 공개합니다. [편집자말]
 종이컵 안쓰기 캠페인을 하기 전에 나온 종이컵들. 하루에 50-60개 가량 썼다.
종이컵 안쓰기 캠페인을 하기 전에 나온 종이컵들. 하루에 50-60개 가량 썼다. ⓒ 권박효원

7월 3일(목) 56개, 7월 4일(금) 54개.

'오마이뉴스 종이컵 안 쓰기'에 들어서기 전 오마이뉴스 직원들이 쓴 종이컵 숫자다. 사무실에 상주하는 인원이 60여 명 정도 되니, 한 사람이 한 개 정도 쓴 셈이다.

'종이컵 안 쓰기'에 들어서기 전 쓰레기통을 뒤져 종이컵의 상태를 확인했다. 녹차·커피·물의 흔적이 잔뜩 남아 있었다. 심지어 새 종이컵 뭉치도 나왔다. 단체 손님을 위해 종이컵을 꺼내서 쓴 뒤, 남은 것을 한꺼번에 쓰레기통에 밀어넣은 것 같았다. 음, 심각하군.

여러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종이컵을 안 쓰도록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다.

"우선 종이컵을 치워버리자. 그러면 안 쓰게 될 것이다."
"대안이 있어야 한다. 각자 컵을 갖고 오게 하자."
"컵을 사게 하면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에서 사서 주도록 하자."
"집에 남는 컵들이 있을 것이다. 남는 컵 두고 새 컵을 사는 것은 또 다른 낭비다."
"중요한 것은 관심을 끄는 것이다. 회사 로고가 박힌 컵을 마련해서 모두에게 돌리면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야기 도중 과거 종이컵 안 쓰기를 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나왔다.

"과거 종이컵을 없앤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 회사엔 손님들이 많이 온다. 그럴 땐 어떻게 하지?"

서울환경연합에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그 곳은 사무실 문을 열 때부터 종이컵이 없었기 때문에 개인 컵 쓰는 걸 당연하게 느끼고 있단다. 내가 하는 고민을 별로 실감나게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역시 첫 버릇이 중요하다. 환경기업으로 알려진 모 회사는 입사할 때 사원들에게 머그컵을 선물한다고 한다.

서울환경연합은 많은 손님이 올 경우에 대비해선 플라스틱컵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플라스틱컵이 종이컵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집에 남는 컵이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다음 주 월요일 일제히 종이컵을 없애겠다고 공지를 했다. 대신 손님이 여러 명 올 때는 종이컵을 써도 된다는 조건을 달고, 한 쪽에 종이컵을 놔두었다. 얼마 뒤 한 직원이 찾아왔다.

"저는 집에 남는 컵이 없어요. 컵을 안 쓰거든요. 취지는 좋은데,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대안이 있어야죠."

음…. 결국 고민 끝에 생각한 게 공용컵. 모두 함께 쓸 수 있는 알루미늄컵을 사서 함께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직원들 대상으로 사무실에 개인 컵을 갖고 있는지 유무를 조사했다. 조사 전 주변 직원들의 반응은 "대부분 개인 컵 있을 걸"이었다.

결과는 예상 밖. 조사한 직원 중 컵이 있는 사람이 40명, 없는 사람이 21명이었다. 컵이 없는 비율이 35%에 이르렀다. 적지 않은 숫자였다. 종이컵이 있으니 개인 컵의 필요성을 못 느낀 직원도 있었고, 외근이 잦아 사무실에 개인 컵을 둘 필요성이 없는 직원도 있었다.

개인 컵 아홉 개를 사서 두 군데에 놔두었다.

50→9→13→7 ... 종이컵 사용 빠르게 줄다

 과연 이 종이컵들을 모두 물리칠 수 있을까?
과연 이 종이컵들을 모두 물리칠 수 있을까? ⓒ 김대홍

드디어 월요일. 종이컵 숫자를 센 결과 50개가 나왔다. 토·일요일 이틀 동안 나온 숫자였다. 이 때까진 종이컵이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중요한 것은 화요일 숫자였다.

화요일 결과를 살펴보니 9개가 나왔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수요일엔 13개 조금 올라갔다.

사무실을 한 번씩 둘러보다가 책상 위에 놓인 종이컵을 보기도 했다. 개인컵이 없어서 쓰는 경우도 있었지만, 개인컵이 있는데도 종이컵을 쓰는 경우가 있었다. "종이컵이 있네요"라고 슬쩍 말을 걸면 반응은 가지가지.

"아, 이거. 옛날 거야. 지금은 안 써."
"나는 종이컵을 세 번은 쓰고 버려요."
"컵이 없어서. 갖고 올 거야."

그러던 어느 날 한 직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제보를 했다.

"조금 전 주방에 종이컵 뭉치가 나와 있었어요. 아마 인터넷 공지를 못 본 사람이 종이컵을 내온 것 같은데, 별도 공지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종이컵은 제가 치웠어요."

인터넷 공지를 안 보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황급히 종이 공지문을 만들어 주방에 붙였다. 직원의 발빠른 대응 덕분에 종이컵이 많이 쓰일 뻔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목요일엔 7개로 크게 떨어졌다. 금요일엔 3개로 떨어져 가장 적은 숫자가 나왔다. 직원들이 지나가면서 농담조로 한 마디씩 툭툭 던졌다.

"설거지 하기 귀찮아서 물도 안 마시게 돼."
"아유. 이제 커피도 못 마시겠다니까."

이제 결산을 할 때가 됐다. 14일 월요일, 토·일요일 나온 종이컵 숫자를 세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0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요일별로 나온 종이컵. 사용량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요일별로 나온 종이컵. 사용량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 김대홍


결과는 아주 좋았지만, 이 날 새로운 문제가 나왔다. 회의실에 공용컵 두 개가 쓴 상태 그대로 있었던 것.

과거에도 컵을 쓴 사람이 씻지 않고, 몇몇 여직원들이 처리하면서 결국 유야무야된 적이 있다. 습관처럼(?) 한 착한 여직원이 씻기 위해 컵을 집어 들었다. 놔두라고 했다. 공지를 하겠다고.

"공용컵 쓰고 놔두신 분…"으로 시작하는 공지글을 올렸다. 자수하여 광명찾을 필요까진 없지만, 씻어서 제 자리에만 돌려달라고 말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결국 또 다른 여직원이 컵을 씻었다. 1주일 만에 습관을 바꾸기란 힘든 일이었다.

우리가 종이컵을 쓰지 않아서 생기는 효과를 따져봤다. 한 달에 사무실에서 쓰는 종이컵 양은 1상자(1000개)에서 1상자 반. 약 1만2000원에서 1만8000원 정도 아낄 수 있다. 1년이면 14만4000원에서 21만6000원이 절약되는 셈이다. 음, 적은 숫자긴 하지만 옛말에 있다.

"땅 파봐라. 100원 하나 나오나."

그보다 더 바람직한 건 지구 환경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다는 점이다. 종이컵 1톤을 만들기 위해선 20년생 나무 20그루가 필요하다. 비닐코팅에다 화학처리까지 된 종이컵 하나가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는 20년이 걸린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대 팀장의 평가


"아주 놀라운 성과다."

'오마이뉴스 쓰레기 줄이기' 실험에 도움을 준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대 팀장에게 지난 1주일 간 종이컵 사용 결과를 알려주자 한 말이다.

홍 팀장은 결과가 성적을 말해준다면서 짧은 시간 내에 직원들이 적응했다고 평가했다. 서두르지 말고 지금처럼 진행하라고 조언했다.

게다가 종이컵을 세척하면서 생기는 물 오염, 종이컵 생산과 이동 과정에서 쓰는 기름들을 생각하면 종이컵을 쓰지 않는 효과는 적지 않다.

물론 반론도 있다. 개인컵을 쓰면 씻을 때 세제와 물을 쓰게 되니 역시 자원낭비와 환경오염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가능한 세제를 쓰지 않아서 보완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음 주는 '나무젓가락 쓰지 않기'를 실험한다.

 우리가 무심코 쓰고 버리는 1회용 용기들. 그 중 종이컵 사용량도 무시하지 못한다.
우리가 무심코 쓰고 버리는 1회용 용기들. 그 중 종이컵 사용량도 무시하지 못한다. ⓒ 김대홍

종이컵은 재활용이 되는 품목이다. 그런데 거의 재활용이 안 되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만드는 종이컵은 120억개. 수입하는 양까지 고려하면 국내 소비량은 그 이상일 것이라고 업체는 보고 있다. 재활용량은 13.7%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에서 종이컵만 전문으로 수거하는 업체는 유일종합상사 한 곳이다. 이 회사는 KFC·스타벅스 등 업체를 대상으로 매년 700톤 정도 종이컵을 거둔다. 종이컵을 재활용해 화장지 등을 만드는 업체는 5~6곳 정도. 대부분 종이컵은 일반쓰레기에 섞여 소각·매립되거나, 폐지에 섞여나오는 상황이다.

이렇게 종이컵 재활용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크기가 작고 가벼워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일종합상사는 "한 차에 500㎏ 정도는 실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택가에서 그 정도 양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업체에서만 종이컵을 수거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재활용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분리 배출과 함께 분리 수거가 이뤄져야 한다.

과거 몇몇 지자체에서 종이컵 수거통을 거리에 설치한 적이 있다. 결과는 쓰레기통이 돼 버렸다. 사람들이 온갖 쓰레기를 버린 것. 결국 종이컵 수거통은 사라져버렸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종이컵은 대부분 분리 배출되지 않은 채, 소각이나 매립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종이컵은 대부분 분리 배출되지 않은 채, 소각이나 매립되고 있다. ⓒ 김대홍

지자체가 별도 집하장을 만들면 되지만, 그 또한 비용 부담이 크다. 종이컵만 거두기 위해 수거차를 운영해야 하고, 별도 집하장 유지비도 든다. 게다가 요즘은 고유가시대다. 종이컵을 재활용하는 것보다 그냥 버리는 게 싸게 먹히기 때문에 지자체로선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

유리병이나 종이팩처럼 생산자가 비용을 내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운영하면 재활용율을 높일 수 있지만, 종이컵 업체가 영세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상당수 종이컵은 어디서 만들었는지도 알기 힘들다.

유일종합상사 유상훈 차장은 "결국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방안은 시민의식에 기대는 방법밖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안을 찾기 위한 실험은 계속 중이다.

자원사회순환연대는 최근 성북구, 동대문구와 함께 종이팩 재활용 활성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종이팩은 대부분 종이컵처럼 폐지에 섞여 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성북구·동대문구 주민들이 종이팩을 페트병 등 플라스틱 용기류와 함께 내놓으면,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따로 골라내 재활용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종이컵#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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