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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숙 우도분교장 우도분교의 '나홀로 입학생' 세은이(오른쪽), 2학년 진상이와 함께 한 담임 박점숙 분교장.
박점숙 우도분교장우도분교의 '나홀로 입학생' 세은이(오른쪽), 2학년 진상이와 함께 한 담임 박점숙 분교장. ⓒ

"선생님! 결혼했어요?"
"응, 왜?"
"그러니까요?"

갑자기 묻는 세은이를 보며 장난기가 발동한 내가 "아니, 아직 안했는데"라고 말했다.

"그래요?"
"좋은 사람 소개해 줄래?"
"네."
"누구?"
"음..."

얼굴이 빨개지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대답한 세은이의 말은 이랬다.

"아빠요."
"흠, 그래? 그러면 세은이랑 아빠랑 선생님이랑 셋이 살겠네?"
"네, 좋아요."
"그래?"

어릴 때부터 어른들의 세계를 흉내내는 요즘 아이들과는 다르게 아직도 순진하기만 한 때 묻지 않은 우리 세은이를 꼬옥 안아주면서도 마냥 웃기만 할 수는 없는 것은 여섯 살 때 엄마와 사별을 하고 외롭게 지낸 세은이의 아픔을 알기 때문이리라.

우도분교 박점숙 교사의 '교단일기' ... 나지막이 그러나 당당하게

전교생이 '나홀로 재학생' 우도분교의 전교생은 5명. 6학년은 없고 1학년부터 5학년까지 모든 학생이 '나홀로 재학생'이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나홀로 입학생 세은이다.
전교생이 '나홀로 재학생'우도분교의 전교생은 5명. 6학년은 없고 1학년부터 5학년까지 모든 학생이 '나홀로 재학생'이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나홀로 입학생 세은이다. ⓒ 박점숙

위 내용은 전남 고흥군 남양면 남양초교 우도분교 박점숙 분교장이 기록한 '교단일기'의 한 대목이다. 이 학교 1·2학년 통합반 담임인 박 교사는 '나지막이 그러나 당당하게'라는 제목을 붙인 자신의 블로그(http://blog.daum.net/fuiiggot)에 '교단일기'를 쓰고 있다.

우도분교가 있는 우도는 이름 그대로 섬이다. 그러나 조석간만의 차이에 따라 하루 중 절반은 섬이고, 절반은 육지인 특이한 곳이다.

그래서 여느 섬과는 달리 이 곳은 정기여객선이 없다. 전남 진도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이 이곳에서 매일 한 번씩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썰물 때는 바닷물이 빠진 시멘트 도로로 자동차가 왕래하지만 물이 차면 언제 길이 있었냐는 듯 다시 섬이 된다. 물이 빠질 때만 드러나는 1.2㎞ 도로가 뭍으로 이어진 탈출구이다.

우도분교는 뭍도 섬도 아닌 이 곳의 유일한 관공서이다. 전교생은 5명. 6학년은 없고 1학년부터 5학년까지 사이좋게 각각 한 명씩이다. 전교생이 '나홀로 입학생'이자 '나홀로 재학생'인 셈이다.

수업방식은 당연히 복식이다. 1·2학년반과 3·4학년반 그리고 5학년반의 3학급으로 운영된다. 박 교사는 지난 3월 이곳에 부임해 1·2학년 통합반 담임을 맡았다. 아니, 박 교사는 1학년 세은이(가명)와 2학년 진상이(가명)의 담임이자 '엄마'다.

이 학교의 '나홀로 입학생'인 세은이의 본명은 박지은이다. 박 교사는 지은이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교단일기에 '세은'이라는 가명을 쓰지만 가끔은 지은이라는 본명을 쓰기도 한다(이 기사에서도 본명과 가명을 혼용한다). 2학년 진상이는 이 학교의 유일한 남학생이다.

다음은 박 교사가 '교단일기'에서 두 아이와의 첫 만남을 기록한 대목이다.

"세은이와 진상이는 둘 다 부모와 함께 살지 않고, 세은이는 할머니·할아버지와 진상이는 위탁부모와 함께 산다. 둘 다 엄마와는 일찍 헤어졌고, 아빠와는 일 때문에 떨어져 지낸다. 둘 다 따뜻한 엄마의 정이 그리운 아이들일 것 같다. 선생님으로서, 엄마로서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처음으로 해보는 복식 수업도 생소하기만 하다. 공부를 해야겠다."

우도에 날아온 '반가운 메일'

두 아이와의 첫만남 박점숙 교사가 세은이 진상이와의 첫 만남을 기록한 사진.
두 아이와의 첫만남박점숙 교사가 세은이 진상이와의 첫 만남을 기록한 사진. ⓒ 박점숙

 세은이가 딸기 체험학습을 다녀와 그린 그림일기.
세은이가 딸기 체험학습을 다녀와 그린 그림일기. ⓒ 박점숙
이 곳에는 변변찮은 동네 수퍼마켓도 없어 아이들은 동전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 돈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 한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이 차를 타고 뭍으로 나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가까운 순천·여수시나 고흥읍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백화점이나 관공서 방문 같은 체험학습을 하곤 한다.

박 교사 역시 아이들이 처한 고립된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해 체험학습을 중시하는 편이다. 지난 봄에는 고흥의 친구네 딸기밭에 전교생을 데리고 가서 딸기를 따서 한 바구니씩 담아오는 길에 중국집에서 자장면 파티를 하고 교실에서 딸기잼을 만드는 체험학습을 했다. 또 최근에는 순천의 한 수영장에서 전교생이 물놀이 체험학습을 하고 오는 길에 피자 파티를 했다.

지은이는 '즐거운 딸기 체험학습'이라는 제목의 그림일기에 "나는 딸기 체험 학습을 갖다('갔다'의 오기-편집자)와서 딸기를 다듬었다, 그리고 씻고 딸기를 냄비에다가 끓이고 저어보았다, 딸기 잼이 맛이 좋았다, 재미있었다"라고 썼다.

이처럼 인근 고흥읍이나 순천시로 도시체험학습을 가도 뛸 듯이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오마이뉴스>에서 날아온 서울 구경 및 강화도 여름캠프 소식은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었던 모양이다.

지난 7월 2일자 '교단일기'의 제목은 '반가운 메일'이었다. 이 메일은 <오마이뉴스>에서 보낸 것이다.

방학 전이고 복식수업 많아 상당수 학생이 캠프 포기

그러나 모든 나홀로 입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지은이나 박 교사처럼 여름 캠프를 더없이 반가워한 것은 아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5~6월에 전국의 올해 '나홀로 입학생' 130여명(2월말 기준)이 다니는 학교에 연락을 해서 실태를 파악했다. 실제 전수조사를 해보니 1학년에 재학중인 '나홀로 입학생'은 110여명 정도였다. 약 20명은 또래 친구들이 있는 본교나 도회지 학교에 입학을 시키거나 전학을 간 것이다.

실태 파악후에 여름 캠프 참가 의사를 타진해보니 막상 나홀로 입학생의 절반 가량만 캠프 참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도 일부 지역의 경우 여름 캠프가 열리는 7월 20~22일 기간이 아직 학기 중이어서 난색을 표했다.

물론 여름방학 전이어도 회사에서 공문을 보내면 체험학습으로 수업을 인정받을 수는 있다. 경비도 전액 '아름다운재단'과 <오마이뉴스>측에서 부담한다고 알렸다. 그러나 농산어촌 학교의 특성상 생업에 바쁜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캠프에 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특히 '나홀로 입학생'이 다니는 대부분의 학교는 통합반으로 운영되는 분교이거나 복식수업 학교였다. 통합반 교사가 1학년 학생을 3일간 인솔하면 2학년 수업에 그만큼 차질이 생겼다. 그래서 포기한 학교가 적지 않았다.

 순천의 수영장에 물놀이체험을 다녀와 피자파티를 하는 우도분교 아이들.
순천의 수영장에 물놀이체험을 다녀와 피자파티를 하는 우도분교 아이들. ⓒ 박점숙

박 교사가 '교단일기'에 쓴 '반가운 메일' 전문

그에 비해 박 교사는 본교 교장과 학부모에게 캠프 참여를 적극 권장했다. 박 교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교단일기'를 보면 서울 나들이를 기다리는 세은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다음은 박 교사가 '교단일기'에 쓴 '반가운 메일' 전문이다.

박점숙 우도분교장
박점숙 우도분교장
반가운 메일이 왔다.

지난 5월 초 <오마이뉴스>에서 전화가 왔다. 전국에 있는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맺어주기 위한 캠프를 열 계획인데 참여해 달라는.

참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 혼자서 선뜻 결정할 수가 없어서 세은이 할머니와 교장선생님께 여쭤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교장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니 교육적인 활동이니 적극 추진하라고 하셨고, 세은이 할머니도 서울까지 내가 함께 간다고 하니 좋다고 하여 허락을 받았다.

그런데 다시 오기로 한 연락이 오지를 않는 것이다. 연락처를 알아두지 않아서 연락을 해 볼 수도 없고, 인터넷을 뒤져 검색을 해 보아도 자세히 나와 있지를 않은 것이다.

'이를 어쩌면 좋아?'

애를 태우고 있는데 6월 중순 쯤 안내공문이 학교로 왔다. 자세히 보니 전국에 있는 나 홀로 입학생 140여명 가운데 40명만 선정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즉시 선정을 바란다는 메일을 담당 국장님과 담당 PD(기자를 PD로 착각한 것으로 보임-편집자) 두 분에게 보냈다.

나 홀로 입학생 담당 ** 국장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전남 고흥군 남양초등학교 우도분교장 교사 박점숙입니다.

보내 주신 공문은 잘 보았습니다. 오마뉴스에서 실시하는 '나홀로 입학생 행사'에 저의 학교 박세은(가명)이를 참여 시키고 싶습니다.

지난번(5월초 쯤)에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저 혼자서 결정하기가 어려워 교장선생님과 세은이의 할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아동을 위하는 교육적인 행사이니 만큼 교장선생님께서도 적극 참여를 권장하셨고, 지은이 할머니께서도 참여의사를 밝혀왔기에 이번 공문을 보고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도시와 시골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홀로 입학하여 손잡아 줄 짝꿍도 없이 외롭게 공부하는 지은이에게 오마이뉴스에서 실시하는 '나홀로 입학생에게 친구를' 캠프를 통하여 다양한 도시 체험과 더불어 마음을 주고받을 좋은 친구를 맺어주고 싶습니다.

부디 세은이가 캠프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바라며 오마이뉴스의 창간 8주년을 기념하여 치러지는 아름다운 행사가 많은 아이들의 가슴에 따뜻한 우정으로 피어나길 기원합니다.

2008년 6월 13일
남양초등학교 우도분교장 박점숙 드림

메일을 보내고 나니 담당 국장님과 PD 한 분에게서 답장이 왔다. 세은이를 선정 접수하겠다는.

그런데 또 보름이 지난 어제까지도 아무 연락이 없는 것이었다. 40명 속에 선정이 된 것인지 아니면 탈락이 된 것인지 7월이 되어 월중 교육활동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도 답답하기만 하였다.

전화를 해보면 될 것인데 워낙 전화하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라서…. 혼자서 애만 태우고 있는데 오늘 본교에서 직원연수를 하고 와서 열어본 편지함에 반가운 소식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행여나 늦으면 안 될까봐 얼른 소요경비 내역을 산출하여 답장을 보냈다.

아, 이쁜 우리 세은이와 서울 나들이할 날을 그리며~~



#나홀로입학생#우도분교#박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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