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나는 1969년 중학교 평준화, 1973년 고등학교 평준화 시기에 초대 서울시 교육감님이 세우신 사립학교에서 근무한 일이 있다.

 

전 서울시 교육감이신 교장선생님은 자신의 학교를 일류 학교를 만들기 위하여 모든 열성을 다 기울였고, 학교 운영을 독선적으로 하였으나, 학부모들이나 교사들은 그의 교육관이나 학생 교육 방식을 잘 따랐다. 근 40년 전이니까 모든 사람들의 의식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평준화된 학교의 가장 큰 문제는 성적 차가 심한 학생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르치느냐 하는 것이었다. 능력별 반 편성도 하고, 시험 성적 상위자를 1등부터 100등까지 게시하여 학생이나 학부모가 보게 하고, 연합고사를 자주 치러서 그 결과를 분석하고 반성하는 평가회를 가졌다.

 

시험 성적의 총평균을 학급간에 비교하고, 동 학년 동 교과목의 학급간 비교, 타 학교와의 성적 평균의 비교, 심지어는 명문 5대 대학(서울, 연세, 고려, 이화, 서강)에는 전교에서 학급별로 몇 명이나 합격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수까지도 내 놓았다.

 

성적이 상위 학급인 담임 교사와 교과목 교사(한 학년 교과목을 몇 명의 교사가 담당함)는 칭찬을 받고, 하위 성적의 학급 담임이나 교과목 담임 선생은 그 원인을 반성하여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했다.

 

교실에서는 성적표를 나누어주며 등수나 평균이 떨어진 학생들에게 매를 치고, 성적이 오른 학생은 등을 두드려 주었다. 학생들은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여 드리고 확인 도장과 학부모 답신을 받아 오게 했다.

 

커닝, 시험지 도둑, 시험문제 암시... 생겨난 부작용

 

부작용이 나타났다. 학급 담임은 자기 학급 수업시간에 넌지시 다음 시험 문제 암시를 했고, 학생들은 교묘한 커닝 수법을 개발했다. 시험 시간에 커닝이 발각되어도 재수없이 걸렸다고 생각하고 죄의식은 느끼지 않았다. 드디어 성적이 최상위권 학생이 교무실 유리창을 따고 들어가 비밀리에 보관된 시험 문제지를 유출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인간관계도 점점 멀어져 갔다. 친한 친구 사이에도 노트를 빌려 주지 않는다. 여러 날 입원하다 퇴원하여 모처럼 시험날 등교한 친구에게 인사 한 마디 하는 친구도 없을 정도였다.

 

학생들이나 교사들이나 극심한 경쟁에 내몰려서 인간에게 소중한 많은 것을 잃어 갔다. 학생들이 몸과 마음으로 익히는 가치관은 오직 경쟁해서 이기고 성공하고 출세해서 자신이나 가족의 명예와 풍요한 삶이 목적인 듯하였다.

 

성적이 중하위 학생들은 기가 죽고 희망을 날개가 꺾였다. 선생님들은 성적 하위자의 장래에 대하여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만 연민의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많은 죄를 진 것을 깨닫는다. 가난하고 시험 성적이 부족한 아이들이 우리를 얼마나 원망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고 괴로워했을까?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고등교육을 받는 사람이 극소수였던 그 시절  교육 행정가 교장 선생님에게 민주주의니 인권이니 교육의 기회 균등이니 자율성이니 창의성이니 하는 말은 씨도 먹혀 들지 않던 당시에 대학을 나오고 교사가 된 우리들은 경쟁, 성공, 출세만 생각하는 낡는 허깨비 같은 엘리트 주의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오늘날 교육의 수월성만을 강조하고, '학력'은 시험 문제 푸는 기술쯤으로 착각하는 구시대적인 엘리트주의 허깨비에 사로잡힌 교육자는 이제 퇴장할 때가 되었다.

 

엘리트주의에 사로잡힌 교육자, 이제 퇴장해야

 

유인종 전 서울시 교육감님도 말했다시피 학력은 학생의 잠재력이다. 잠재력은 다양한 것이다. 국가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더불어 함께 보람을 느끼고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특정한 한 면의 잠재력만 육성해서는 안 된다.

 

의사, 변호사, 고위급 공무원, 대기업 사업가, 교수, 과학자, 정치인 등을 많이 배출하는 것만이 교육의 목표일 수 없다. 구시대적 엘리트주의자들이 말하는 '학력'은 부족해도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업을 택해서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고 사회에서 선량하게 사는 시민을 많이 배출하는 것이 바로 교육의 목적이 돼야 하고, 그런 철학을 가진 교육행정가가 절실히 요구된다.

 

학원의 심야학습을 무제한 허용한다느니, 강남지역 임대아파트틀 많이 세우면 교육환경이 열악지니까 거부한다느니 하는 교육 행정가들은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 하는 소녀들의 말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 학생들에게서 무슨 창의성이나 자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가?

덧붙이는 글 | 과거 교단 생활을 속죄하고, 새로운 교육의 시대를 위하여 썼습니다


#교육감 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완전한 주권을 갖춘 민주 국가를 건설하고, 민족 통일을 이룩하여, 아시아에서,세계에서 당당하게 사는 나라 만들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