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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 그 이상의 '경찰 진압'
ⓒ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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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불법 행위'를 중단하시길 바랍니다. 중단하지 않을시엔 살수 및 물대포를 사용하여 강제해산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5일 저녁부터 6일 새벽까지 이어진 '부시 방한 규탄 촛불집회' 도중에 나왔던 경찰의 경고방송 일부다.

 

이 경고방송이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무엇이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불법 행위'였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시위참가자들이 청계천 소라광장에 모이자마자 사방을 포위하더니, 행진 자체를 막으려 하면서 지난 5일 촛불시위에 대한 '피의 진압'은 시작됐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사안이 사안인 만큼 예상은 했다. 하지만, 경찰은 예상 그 이상의 진압을 보여줬다.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인 행위'를 보여준 이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경찰은 시위참가자들의 깃발을 빼앗으면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농담 따먹기'를 즐기고 있었으며, 연행의 방식도 그 어느때보다 무차별적이었다.

 

 

물대포에는 붉은색 색소와 최루액이 섞여 있었다. 이날의 진압을 상징하듯, 종로 일대의 거리는 온통 핏빛을 띠는 물이 거리 곳곳에 흐르고 있었으며, 비릿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것이 바로 최루액이었다.

 

공동취재에 나선 '몽구'와 '박형준', 둘 다 최루액 냄새는 난생 처음으로 맡아봤다. 취재를 방해하기 위한 경찰의 손이 우악스럽게 우리의 팔과 어깨, 그리고 카메라를 움켜쥐면서 위험한 순간도 많았다. '몽구'의 촬영장비는 크게 파손됐다.

 

인도와 차도를 가리지 않았고,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 물대포를 쏜 뒤, 그에 의해 쓰러진 시민이 있으면 잡아채가듯이 연행해가는 일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학생, 아무리 넉넉하게 봐도 고등학생 이상으로 보기 어려운 미성년자를 잡기 위해 방패 든 전경 예닐곱 명이 우르르 몰려들어 사지를 끌고 가는 장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기자도 연행하려다가 강한 항의에 직면하자, 그 이후엔 '신분 확인'을 거쳐 "시민"이라는 답변이 날아오면 그 자리에서 연행했다.

 

'미란다 고지'는 '희미하게' 들렸으며, 현장에 서 있던 변호사들이 '변호인 선임'을 위해 연행자에게 접근하려는 것도 막았다. 결국, 말리는 사람들까지 연행했다.

 

아니, 경찰의 연행을 피하기 위해 화장품 매장 내에 들어간 시위참가자를 잡기 위해, 화장품 매장에까지 난입해서는 결국 '연행'을 마무리하는 일까지 있었다. 화장품 매장 주인은 "6일까지 사과가 없으면 경찰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면서 화를 감추지 못했다.

 

하기사, 차마 성당 안에는 진입하진 못했지만, 성당 주변에서도 '연행'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인 경찰임을 감안하면 예상치 못할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경찰의 이런 무차별적인 진압에 항의하던 어느 시민의 한 마디를 공개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 XX들아, 너희들이 '세콤'인 줄 알아? 너희는 '공공서비스'야!"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블로거 '미디어몽구'(http://mongu.net)과의 공동취재기사입니다.


#촛불#부시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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