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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이럴 수가!”

누구에게나 한 번 쯤 늘 챙겨보던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드라마가 하는 시간을 어떻게든 맞추어 TV 앞에 앉곤 했던 기억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드라마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대부분 스포츠 관련이 많다) 그 날 결방된다고 했을 때 그 심정은 그야말로 쓰라리기 그지없다.

방송 편성표만 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냐 할지도 모르겠으나, 이런 저런 일로 바쁜데 방송 편성표까지 꼼꼼이 챙겨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 정해진 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하므로 거의 습관적으로 당연히 하리라 믿고 TV 앞에 앉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달처럼 올림픽이 있는 달이면 보고 싶었던 드라마는 물론이고, 예능 프로그램들까지 미리 보지 못할 각오를 해두는 것이 좋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아 공중파 방송들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올림픽 특집 관련 프로그램으로 편성할 것이 어느 정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 한 달간의 올림픽 특집 프로그램이 꽤나 짜릿했을지 모르지만,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즐기는 또 어떤 이들에게는 꽤나 긴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드디어 올림픽이 끝나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들을 제 시간에 만날 수 있었다.

시청자들이 오랜 시간 기다려 온 예능 프로그램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비교적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황금 어장>을 꼽을 수 있겠다. 이 프로그램에는 <무릎 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 두 코너가 있는데 인지도는 <무릎 팍 도사>가 높으나, <라디오 스타>도 최근 제법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 인기 있는 코너를 갖고 있는 프로그램의 문을 열어 제친 것은 바로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한 이덕화였다. 예전에 비해 재미가 없어 아침 프로그램 보는 것 같다는 얘기까지 듣던 <무릎 팍 도사>였다. 그런데 이 날 이덕화가 나와 낚시로 물고기는 물론이요, 상어, 갈매기, 노루 심지어 고슴도치까지 잡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 가는 얘기로 예전에 비해 제법 재미있었다.

그런데 한창 웃던 도중 난데없이 요새 한창 유행하는 ‘되고송’이 흘러나왔다.

“낚시 얘기하면 20분 되고, 가발 얘기하면 40분이 되고, 이대로 가면 60분을 넘기고, 무릎 팍 도사 생각대로 하면 될까?”

그리고 이어 <라디오 스타> MC들 사진이 떴다. 나는 처음에는 이덕화 편을 너무 길게 하면 <라디오 스타>를 방영할 수 없으니 거기서 <무릎 팍 도사>를 끝내고 다음 주에 방영한다는 얘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화면에 계속해서 보이는 것은 이덕화였다.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곧 다시 이덕화의 얘기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무릎 팍 도사> 순서가 끝나고 <라디오 스타> 순서가 왔다. 그런데 잠시 <라디오 스타> 시작 화면을 보여주더니 바로 예고편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라디오 스타>는 <황금 어장>에 속한 한 코너이기 때문에 방송 편성표를 봐도 결방 여부를 알 수 없다. 이 무슨 황당한 경우인가 싶어 관련 뉴스를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뉴스엔의 이현우 기자가 그와 관련해 써 놓은 글이 있었다.

‘<라디오 스타>의 결방은 장미란 선수의 '황금어장' 출연과 무관하지 않다. 당초 <무릎 팍 도사> 이덕화편은 2편으로 편집돼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장미란 선수의 출연이 성사되고 27일 녹화가 진행 되자마자 9월 3일 편성을 확정 지었다. 때문에 '이덕화 편'은 2주 분량에서 압축돼 1주 분량으로 재편집됐고 결국 방송분량이 많아져 '라디오스타'가 결방이라는 비운(?)을 맞게된 것’

이현우 기자가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쓴 글이라면 결국 장미란 선수의 방영분을 빨리 보내기 위해 <라디오 스타>를 결방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시청자를 위한 것이 아닌 그야말로 제작진 편의를 위해 그런 식의 편집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황금어장 게시판 라디오 스타 결방에 대한 비판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황금어장 게시판라디오 스타 결방에 대한 비판의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 iMBC

그렇다면 올림픽 기간 동안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올림픽 특집을 봐야 했던 시청자들이 또 다시 올림픽 관련 인물 때문에 자신이 보고 싶었던 프로그램을 못 봤다는 얘기다. 과연 이런 식으로 편집을 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을까?

<황금 어장>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시청자 중에는 <무릎 팍 도사>가 아닌 <라디오 스타>라는 코너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시청자들도 분명 적지 않다. 실제로 MBC 황금 어장 시청자 의견 코너에 가면 <라디오 스타> 결방에 관한 항의와 불만의 글도 적지 않게 올라와 있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이런 비슷한 상황이 비단 이번 한 번 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제 제작진은 <황금 어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무릎 팍 도사>만 갖고 가고, <라디오 스타>는 독립을 시키는 방안 등 끊임없이 시청자들에게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물론 편집을 하는 것은 제작진의 권한이지만, 그것을 보고 좋아해야 할 시청자가 그 편집을 보고 불쾌해 한다면 그건 분명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일 아닌가? 기다리던 드라마가 갑작스레 결방되었을 때 느끼는 시청자의 마음을 <황금 어장> 제작진이 안다면 앞으로는 이런 논란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라디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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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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