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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그 집 앞을 지나는데 봉숭아꽃이 한창이다. 그 집 앞은 철철 꽃이 바뀐다. 그 집 앞에 피는 꽃을 보면 요즘 피는 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그 집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활짝 핀 봉숭아꽃을 보고 나는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꺼내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때 "여기 권사님네는 꽃이 많이 있지요. 사진 찍으시네. 여긴 항상 이렇게 꽃이 많아요"라고 말하면서 나를 한 번 힐끗 쳐다보고 지나간다.

 

그 사람의 말도 있고 해서 주인이 있는지를 불렀다. 하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가 "권사님은 외출을 할 때도 문은 열어놓고 다녀요" 한다. 그러고보니 그 집의 문은 잠긴 것을 보지 못한 것 같다. 그 집은 울타리도 없고 커다란 대문도 없는 집이다. 그 집은 길가에 있어 열린 문 사이로 그 집 풍경이 그대로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주인이 없을 때였나? 하얀강아지가 집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수차례 본 기억이 난다. 집 가까이 가면 으르렁 거리며 짖기도 했었다. 언젠가 그 집 주인이 누군지 궁금해서 집 가까이 가자 하얀 강아지는 마구 짖어댔다. 그래도 사람의 그림자는 볼 수 없었다. 그때에도 주인은 외출 중이었고 '집보기'란 막중한 의무를 수행 중이었나 보다.

 

그집앞의 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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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순

 

올 봄부터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난 버릇처럼 카메라를 들고 그 집 앞에 있는 화초들을 찍어왔다. 몇 달 전 고추를 묶어주고 있는 할머니를 만났다. 난 그 할머니가 그 집 주인인 줄 알았다. 반가운 마음에 할머니에게 "할머니 이 집에 사세요? " 하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했다. 다시 "고추 많이 열려요?" 하고 물었다. 할머니는 "올해 처음 심어봐요. 여기 권사님이 가르쳐 주어서요" 했었다. 며칠 전 가보니 그 고추가 아주 실하게 많이 열려있었다. 밥 먹기 전 몇 개씩 따서 먹으면 입맛이 절로 살아날 것 같았다.

 

그 집 앞에 있는 화초들은 대부분은 플라스틱 화분에 심어진 것들이다. 혹은 커다란 빨간 원형고무통, 하얀스티로품 등이 화분으로 변신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곳에서 자라고 핀 꽃들은 아주 곱고 예뻤다. 그 집은 사방이 돌아가면서 많은 화분으로 둘러 쌓여있다. 요즘 그 집에서 볼 수 있는 꽃은, 과꽃, 나팔꽃,  봉숭아, 유홍초, 분꽃 등이 있다. 때 아닌 황매화도 몇 송이 피어 있다.

 

삭막해진 도심의 마음을 그 집 앞에서는 잠시 잊을 수가 있다. 푸근하고 정겨운 그 집 주인의 마음이 엿보이기도  한다. 어느 날은 물을 주어서 촉촉한 화초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것이 느껴지기도 하는 곳이다. 그 집은 이젠 그 집만의 정원이 아닌 동네 정원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기도 하다. 내일은 그 집 앞 정원에 무슨 꽃이 필까? 생각만해도 정겨움이 느껴진다.  


#그집 앞의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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