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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 심의위원회에 참석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9월 1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 심의위원회에 참석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9월 1일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었다. 전반적으로 직접세의 세율을 낮추는 정부의 '2008 세제개편안'은 발표와 더불어 한국사회에 다양한 논란들을 낳고 있다.

'2008 세제개편안'은 감세안이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주체가 경제소득에 대해 납부하는 소득세는 평균 2%포인트 가량을 내리는 것과 동시에 소득공제의 영역을 확대한다. 회사를 설립, 운영하는 법인이 납부하는 법인세도 25%도 20%로 내리는 것과 동시에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과표기준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기존의 13% 세율을 10%로 내리게 된다. 일반 법인세를 5%포인트 삭감하는 것과 더불어 시세가 2억원이 채 되지 못하는 법인의 경우 세율을 10%로 내린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재산을 물려줄 때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상속증여세까지도 줄줄이 내려간다. 중소기업의 경우 가업이 상속될 경우 최대 100억원의 한도 내에서 상속세가 기존의 절반으로 감면되며 주택양도세율도 평균 3%포인트가 내려간다. 게다가 종합부동산세마저도 내려가며 교통세, 교육세, 농어촌특별세는 아예 폐지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특징은 직접세 항목의 다양한 세금이 전반적으로 세율 인하된다는 것이다.

감세안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들

문제는 정부의 감세안이 과연 한국경제를 살릴 묘책인가 하는 점이다.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에서는 "정부의 감세안은 극소수의 부유층, 경제규모 최상위 계층에게만 특혜가 집중되므로 사회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재은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감세안을 따를 경우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했을 때 과세소득이 2천만원인 직장인이 연간 4만원의 세금이 줄어드는 반면 과세소득이 1억원인 직장인은 연간 172만원의 세금이 깎여 결과적으로 소득이 높은 가구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소득세 감면 혜택을 이미 받고 있는 상당수의 자영업자·영세민과 더불어 비경제인, 실업자들, 자손에게 상속할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한 전체인구 50%에 달하는 무주택자들은 이번 감세안을 통해 아무런 해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대다수의 임금생활자들은 소득세가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몇만원의 '푼돈'을 감면받는 데 그친다. 반면 보유재산이 많은 재력가일수록 이번 항목별 최대 50억원에 이르기까지 감세안으로 막대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제도권의 일부 경제학자들은 세금을 내리는 감세정책이 오히려 경제를 순환시켜 기업활동을 촉진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서민경제에 이득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들은 197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인 아서 래퍼(Arthor Laffer)의 이론을 언급하면서 세율인하를 정당화해 나간다.

[감세론자들의 이론적 배경] 래퍼곡선

래퍼의 이론은 다음과 같다. 한 독립국가의 경제를 세율과 더불어 나타내어 보면 세율이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구간에서는 공통적으로 생산이 저조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세율이 지나치게 낮은 경우는 국가가 각 기업의 경제활동을 뒷받침해주는 기본운영체제가 미비하여 투자가 기피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속된 말로 무정부상태의 나라에 가공회사를 차렸다가는 자칫하면 방화와 약탈의 제물이 될 수 있기에 이러한 지역의 투자는 기피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세율이 너무 높아도 경제활동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경우에도 세율이 높은 국가보다 낮은 국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공급중시 경제학의 수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이론적 근거를 토대로 감세를 주장한다. 세금을 낮추면 당장 지금은 세금수입이 줄어들어 재정적자가 발생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투자를 떠나있던 자본들이 투자시장으로 몰려 투자증대효과가 일어나고 그래서 생산이 증가하여 세율은 줄였지만 세금의 총량은 오히려 상승한다는 것이다. 레퍼의 감세안은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받아들여져 80년대 미국경제의 팽창을 뒷받침하기도 하였다.

이런 감세론은 기본적으로 전체 경제규모를 확대, 성장시켜 세금수입의 증대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한 국가 내의 총자산이 100조원에 불과할 경우에는 그 1%를 세금으로 매겨도 1조원의 세금밖에 거둘 수 없지만 총자산이 200조원으로 확대, 팽창된 경우에는 세금을 0.7%로 줄이더라도 1조 4000억원의 세금이 걷혀 세율을 줄이고도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세론자들의 오류①] 사회양극화를 외면한다

그러나 감세론은 한국의 현실에 전혀 맞지 않는다. 감세론자들은 무엇보다도 사회양극화를 외면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감세론을 포함한 일반적인 성장론을 두고 '선성장 후분배'라고 미화하지만 감세이론을 살펴본다면 이는 본질을 호도하는 거짓주장이다.

감세론자들의 주장에 의거한다면 경제의 양적 팽창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나머지 경제적 이윤의 분배는 언제 가더라도 현실화되기 어렵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회적 분배의 몫이 커지면 투자가 기피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감세론자들의 주장은 "선성장, 후분배"의 개념이 아니라 "only 성장 no 분배"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또한 감세론자들은 비록 해외투자자들과 부유층에 막대한 혜택이 돌아가더라도 임금근로자들에게도 수만원의 쥐꼬리만한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을 내세워 "여러분들이 반발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 실용주의는 감세론자들이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는 기본 목적을 도외시한 집단, 철학이 부족한 집단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이다.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보다 나은 물질생활을 누리기 위해서이다. 물질생활 자체가 인간의 목적이 되는 것이 자본주의 생활체제의 고질적 문제이기는 하지만, 물질생활이 인간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는 중요한 토대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인간이 추구하는 물질생활의 향상은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시간적 개념일 수도 있지만 사회 주변과 자기자신을 직접 비교하는 공간적 개념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회성을 갖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자기가 속한 사회 속에서의 "상대적 성취도"를 통해 자기자신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남들 지갑 속으로는 100만원씩 들어가는데 자기 지갑에 1만원이 들어왔다고 즐거워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정부의 감세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참가자들.
촛불집회 현장에서 정부의 감세정책을 비판하고 있는 참가자들. ⓒ 윤성효

[감세론자들의 오류②] 최근 경제흐름에 맞지 않는다

문제는 감세를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이 한국경제의 특수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한국경제를 미국·프랑스·독일과 같은 정상적이고 독립적인 자본주의 경제체제 가운데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다시말해 한국경제의 구조적 특징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대표적인 경제체제이다. 한국주식시장의 자본금 가운데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은 최대 40%에 육박하기도 하는 등 자본시장의 문이 상당부분 개방되어 있어 해외경제상황, 주되게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상황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농업·어업·임업 등 1차산업이 공통적으로 붕괴된 한국경제는 경제활동의 기초가 되는 원료·연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정리하자면 한국경제는 다른 나라 경제체제와 비교할 때 특이하게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독립적인 경제체제를 갖는 국가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서서 세금을 올리거나 내리면 그에 따른 효과가 국가경제 틀 내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는 그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올 상반기의 고유가 대란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수출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고환율을 검토하였지만 고유가 시세에 밀려 오히려 수입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여 애초에 기대했던 수출 활성화는 오간 데 없고 서민들의 물가 대란만 이어졌던 것이다.

국가경제체제가 외부로부터 받는 영향력이 높다면 감세를 통한 결과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단적으로 부시행정부 체제에서 드러난다.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의 정책을 계승하여 부시는 감세를 통한 경기활성화 정책을 추진하였지만 오늘날 미국은 오히려 부동산시장의 부실화로 인한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공황적 사태로 치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경제의 역설적인 상황은 일각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감세론이 자본시장이 급격히 개방되는 21세기의 경제현실에 무턱대고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이유는 감세를 통한 성장론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에 의존하는 구조를 따르기 때문에 경제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다시말해 복잡하게 발전해온 자본시장에 세금을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작용을 취하게 되면 그 결과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을 띠게 되며 경제성장이라는 일면적 요인 외에 매우 복합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란 점이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이명박의 감세정책

이명박 정부는 한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감세안을 내놓았다고 항변하지만 이는 어설픈 70년대 서구이론을 한국의 현실을 따져보지도 않고 맹목적으로 수입한 수준 이하의 정책이다.

한국경제가 래퍼이론의 주장과 같은 감세로 인한 경기부양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한국사회가 경제적으로 경쟁관계에 있는 주변국에 비해 과도한 세율이 매겨져 있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시장의 직접세 비율은 2005년 기준 52%에 불과하여 미국의 79%, 일본의 68%에 비해 한참이나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한국의 경우 자산가 집단에게 거두어들이는 직접세가 전체 세금 수입의 절반에 불과하고 나머지 절반은 술·담배를 비롯한 각종 공산품에 부과하는 간접세의 명목으로 거둬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라 세수의 70~80%를 감당하는 미국과 일본에서나 감세로 인한 투자증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세금 부담이 애초에 얼마되지 않던 한국시장에서는 굳이 직접세를 내릴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시장을 빠져나가는 외국자본들도 한국의 세금이 높아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주가하락, 환율 등을 고려한 종합적 조치로 투자금회수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의 감세안은 이명박 정부가 내놓았던 어설픈 실용주의를 전면화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경제정책의 기본토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의 각종경제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정부의 실용주의 철학이 국민들이 공감하는 시대정신과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 돈은 수단일 뿐 인생의 목적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미친듯이 자기주머니에만 돈을 쓸어담는 약육강식의 사회보다는 분배정의가 실현된 화목하며 함께 행복한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이처럼 평범한 생활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국가경제정책을 둘러싼 마찰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곽동기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이명박#감세안#법인세#레퍼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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