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이완구 충남도지사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싸고 벌이는 논쟁이 뜨겁다.
주거니 받거니 식인데 이 지사는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중국에서 공산당을 만나보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중국은 1999년부터 서부대개발·중부 굴기 등 지역균형발전을 채택했다"며 "수도 베이징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3.6%에 불과하다. 중국은 수도권 집중을 자랑하는 나라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관련 글 보기:중국에서 공산당을 만나보니 )
이 지사가 중국까지 가서 공산당 관계자까지 만난 것은 김 지사가 "균형발전이나 수도권 규제는 중국 공산당도 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여러 번 비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확인해 봤다는 것이다.
말끝마다 "중국 공산당도 하지 않는..."
지난 7월 21일 이명박 정부가 '선 지방 발전, 후 수도권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하는 지역발전 전략을 발표하자 김 지사는 "정신나간 정책, (대선 때 전폭 지지한 경기도민에 대한) 배은망덕한 정부"라고 맹비난했다.
이 문제와 관련한 김문수 지사의 입은 아주 거칠다. 또 말끝마다 '중국'과 '공산당' 또는 '중국 공산당'을 들먹인다.
"공장이라든지 대학이든지 관광이든지 이런 것들 우리 대한민국이 중국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중국 공산당과도 경쟁해서 밀리고 지는 이런 정책을 계속 하겠다고 한다면 우리가 이명박 대통령 뽑은 이유가 뭔가?"(7월 22일 KBS1 라디오에 출연해)
"수도권 규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규제가 많다. 지금 바로 옆에 있는 중국 공산당보다 규제를 더 많이 하는 곳 아닌가? 내가 외국에 나가서 투자를 유치해 보려고 하면, 공장은 다 중국으로 빠져 나가고 서비스업은 싱가포르로 뺏기고 있다"(8월 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이런 균형발전론은 잘 사는 사람의 것을 빼앗아 못사는 사람에게 주겠다는 하향 평준화 내지 공산주의적 발상이다. 공산주의는 전부 망했다."(8월 14일 <중앙일보> 기고문)
"(지역 균형 발전은) 중국 공산당도 못하고, 세계 어느 나라도 한 적이 없고, 세계 어느 나라가 지금 이 경기도처럼 넓고 땅 많은 곳에 대학 못 짓게 하고, 공장 못하게 하고, 관광단지 못하게 하는 이런 나라가 세계에 어디에 있나? 없다."(8월 22일 KBS1 라디오에 출연해)
8일 아침 <조선일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김 지사는 다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상생관계에 있다. 저 사람을 묶어버리면 내가 잘 살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공산당적인 생각"이라며 "중국 공산당도 하지 않는 하향평준화 정책에 우리가 맛을 들였다. 바로 지난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 탓"이라고 비난했다.
내정간섭 않는 것이 정치의 기본... 근거도 부정확
김 지사는 국내 문제를 가지고 논쟁하면서, 그것도 같은 한나라당 소속 인물과 설전을 벌이면서 다른 나라를 들먹인다. 한나라당 사람들끼리 싸우면서 야당인 민주당을 끌어들여도 문제가 될 판국인데 굳이 다른 나라를 언급한다.
더구나 별로 좋지않은 일인데다 '저런 못난 중국 공산당도 하지 않는 짓을 어찌 우리가…' 식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내정 간섭적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은 정치의 기본이다. 더구나 김 지사는 대권을 꿈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5월 첫 미국 방문 때 낯뜨거운 '수용소 발언'을 했던 것도 결국 후보 시절 내뱉었던 반미 발언을 주워담기 위해서였다.
요즘 올림픽 때 드러난 중국 안의 반한 감정이 문제다. '서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게 해법인데, 한국의 대권 주자가 '중국 공산당'을 동네북 취급하는 것은 반한 감정을 자극할 뿐이다.
김 지사의 발언 자체도 정확하지 않다.
이완구 지사가 7일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듯이 중국은 1990년대 말 장쩌민 국가 주석 시절부터 서부 대개발을 내세우면서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지난 2004년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후진타오는 균형발전론자다. 후진타오의 공식 통치 이념이 '조화사회(화해사회)'다.
조화사회는 개혁·개방 이후 너무나 심각한 지역간·계층간·도시와 농촌간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계층·계급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도록 균형발전을 하겠다는 '공동 부유론'(共富論)이다.
그래서 후진타오는 동북진흥(낡은 중공업 공장이 많은 동북3성 개발전략. 2004년 선언), 중부굴기(허난·산시 등 중부지역 6개성 개발 전략. 2006년 선언) 등을 추진했다.
덩샤오핑 선부론, 버려진 지 오래
덩샤오핑 선부론은 일부 지역·계층이 먼저 발전하면 나중에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어 중국 전체가 잘 살게 된다는 논리였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년이 지나니 잘 사는 지역과 못 사는 곳의 경제력 격차가 10배나 벌어졌다. 오죽했으면 "중국에는 아프리카와 유럽이 공존한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였다. (☞ 관련 글 보기)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가 2000달러 안팎이다. 그런데 벌써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대로 지역간·계층간 격차를 나눴다가는 내란이 발생하고 나라가 갈기갈기 찢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이 균형 발전을 공식 정책으로 내걸고 있고 다양한 정책을 쓰고 있지만 실제 격차가 줄어들었는지는 별개 문제다. 마치 한국이 1980년대 이후 계속 수도권 규제를 실시중이지만 지방은 황폐화되고 수도권은 더욱 비대해진 것과 마찬가지다.
주장환 한신대 교수는 "중국 정부 균형 발전론의 실제 성과는 미지수다. 아직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며 "서부대개발을 시작한 지 몇 년 됐지만 동부와 서부의 지역 격차는 더욱 늘었다, 후진타오의 동북진흥과 중부굴기 역시 그다지 실질 효과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 균형 발전이라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또 중국의 정치 중심지는 베이징이지만 상업·무역 중심지는 상하이, 제조업 중심지는 광둥성 등으로 수도권 한 곳이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독점하는 한국에 비할 바 아니다.
한 중국 전문가는 "김문수 지사가 팩트도 전혀 확인하지 않고 가볍게 중국을 끌어들여서 자신 논리의 근거로 삼았다, 중국 정부가 상당히 불쾌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완구 지사도 균형 발전론에 대해 중국 공산당 관계자에게 물어봤다는데, 그들이 균형 발전을 '한다'고 하지, '안한다'고 대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