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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꼭 한번만 만나주세요. 듣고 싶은 말이 있어요.” 라고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을 대신해서 그녀를 만난 것이고 그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그 행위가 그녀를 간절히 만나고 싶어 했던 사람들에게 충실한 대리만족을 줄 수 있었으면 바랄 뿐이다.“

 

‘공지영이 당신께 보내는 위로와 응원’ 이라는 부제를 단 책, <괜찮다, 다 괜찮다>는 작가 공지영과 인터뷰어 지승호씨가 나눈 담화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몰고 다니는 작가, 너무 통통 튀어서 언제나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작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작가 공지영, 그녀의 소설이나 비소설 등을 접해 본 사람들, 특히 공지영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이 작가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안고 있을 것이다.

 

근래에 펴낸 소설 <즐거운 나의 집>, 그리고 그 뒤에 연이어 펴낸 딸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에세이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책이다.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은 지금까지 펴낸 어떤 책보다도 더 솔직하고 명랑하고 밝아졌다. 소설 <즐거운 나의 집>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그녀의 노트북을 아이들이 건드린 것을 나무라는 장면에서다.

 

“이건 건드리지 마라. 여기서 너희 학비가 나오고 우리 밥이 나와!”

 

얼마나 현실적이고 리얼한 표현인가. 이런 솔직함,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천착해 있기에 많은 독자들에게서 뜨거운 공감과 응원을 받는 것이리라. 그 다음에 나온 책이 바로 <괜찮다, 다 괜찮다>이다. 이 책에서도 그녀의 솔직한 성격이 그대로 묻어난다. 그녀는 ‘마감과 원고료가 동력’이라고 말한다.

 

사실, 도스토예프스키도 빚에 시달리면서 돈을 위해 글을 썼다. 이렇듯 의외로 돈 때문에 글을 쓰게 된 작가들이 많지 않던가. 바로 옆에서 그들이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들리는 것이 장점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독자들이 가깝게 느끼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책을 구입하자마자 호기심과 궁금증을 가지고 이 책의 뚜껑을 열었다. 그들의 대화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열심히 경청했다. 평소에 궁금했던 작가에 대해, 그리고 출판된 책들과 작가의 생각들에 대해 경청하다보니 금세 읽었다. 그런데 어쩐지 맨 끝에 가서는 아쉬움과 허전함이 남는다. 공지영 작가가 쓴 책이 아니라서일까. 왠지 맥 빠지는 기분 말이다.

 

하지만 공지영의 책에서는 알 수 없었던 아주 작은(?) 사소한 것들,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라도 모두가 응원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그녀 역시 독자들의 응원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다. 모두가 응원이, 지원이 필요하다.

 

<괜찮다, 다 괜찮다>(공지영. 지승호 지음/알마)는 공지영씨가 쓴 그동안의 소설과 비소설 제목으로 차례를 꾸미고 있다. 제1장이 ‘즐거운 나의 집’이다. 그 소설을 쓴 배경에 대해, 여러 가지 에피소드, 쓰는 방식들, 그에 대한 생각들을 바로 옆에서 들려주는 것처럼 얘기한다. 공지영씨를 만나고 싶어하는 독자들은 어떤 독자들일까.

 

그녀의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 하다못해 왜 세 번씩이나 이혼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 왜 그렇게 펴내는 책마다 도마 위에 오르거나 찬사를 받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 소설 속에서 ‘내 얘기 같다’고 공감해 본 사람들, 아마도 소설 공부를 하거나 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한 지면을 또한 배려하고 있음도 볼 수 있다. 인터뷰어 지승호씨가 ‘소설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묻자, 보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작가는 그녀다운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게 참 힘든 게, 자기가 재능이 있는지를 알아야 돼요. 몇십년 동안 열심히 쓰는데 못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인생을 탕진한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를 냉정하게 객관화시켜서 바라볼 줄 알아야죠. 그런 부분도 굉장히 중요하고, 그래서 내가 돈을 벌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우선 돈을 벌어보라고. 그리고 그 다음에 책을 무지무지 많이 읽고, 그래서 어느 날 쓰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을 때 써보는 거예요. ‘미칠 것 같은 순간이 안 오면 어떻게 하냐?’고 하는데 그러면 계속 돈 벌고 살면 되죠. 책 읽고. 그것도 훌륭한 삶인 거죠.”

 

작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공지영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언어를 다루는 감각이 가장 중요하겠죠. 어떤 작가든 언어에 대한 감각은 독서를 통해서 길러지는 것 같고요. 타고난 것도 있어야 될 것 같고. 제가 ‘끈질긴 엉덩이의 힘’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끈질기게 쓰지만 진짜 재미없는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어느 정도 타고난 감수성, 언어 감각은 분명히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그것이 기본적으로 있다면 그다음에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 그리고 이 세상을 읽어내는 힘, 통찰력 같은 것들이 필요하겠죠.”

 

그녀는 ‘즐거운 나의집’을 쓰면서 ‘작가로서의 내 운명을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모든 상처는 글쓰기를 위해 온 것 같고, 그것이 운명이라는 것을 3년 전에 받아들였다”고 그녀는 들려준다. 작가의 통통 튀는 듯한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공지영 작가가 앞에 쓴 다른 소설들보다 확실히 이 소설은 그녀의 밝은 면이 많이 드러나 있다. 그리고 많이 달라졌음도 느낄 수 있다. 아픈 만큼 더 성숙한 모습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 작가. 여기에는 신앙의 힘이 컸던 것 같다.

 

언젠가 읽었던 ‘수도원 기행’에서 그녀의 변화 조짐을 읽었고,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신앙의 안착을 느꼈으며, 지금은 확연히 보이는 듯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시인이란 가슴 깊은 곳에 고통을 감추고 있으면서 그것을 비명이나 신음 대신 아름다운 음률로 만들어 내는 불행한 사람이라고 키에르 케고르가 말했던가. 쓰고 읽고 고독한 것, 나는 온전히 내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이 상처투성이 세상이 슬며시 아름답게 보인다. 그리고 여전히 무모한 내게 다가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괜찮다, 다 괜찮다.“

 

“남들 눈엔 삐뚤어져 보여도, 벌레 먹어 보여도, 괜찮아, 넌 어느 순간에도 원본이야!”

 

“나 자신을 용서하는 데는 사실 신앙의 힘이 굉장히 컸어요. 내가 어떤 상황에 있든지 어떤 사람이든지 신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신앙 속에서 얻었죠.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나’ 이기 때문에, 내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나를 사랑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혼한 사람들의 국가대표 선수’였던 작가, 한때는 성이 다른 세 아이를 키우면서 숨기고 싶어했고 주눅 들기도 했지만 상처를 극복하고 자기를 발설하고 나서 더 씩씩해진 작가, 비로소 자유로워진 작가, 인생을 녹여서 책으로 만들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 작가, 공지영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한국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작가, 많은 평론가들에게 홀대 받으면서 그럴수록 시퍼렇게 펜 날을 세웠던 작가, 공지영.

 

‘공지영의 들어가는 말’에서 공감한다.

 

“오랫동안 나는 고독했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러한 시간들은 내게 눈물이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고통은 나를 고립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상처들과 내가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축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말’은 치유와 창조만을 위해 쓰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도 받아들였다.”

 

‘말은 치유와 창조만을 위해 쓰도록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도’에서 비로소 그녀의 사명을 깨달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그녀가 아름답다.

 

지승호씨는 ‘나가는 말’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농담반, 진담반, 독자들에게 이 책이 <즐거운 나의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 이어 ‘위로 3부작’이 되었으면 한다. 첫 번째가 소설, 두 번째가 편지형식이었다면, 이 책은 공지영이 독자들에게 직접 들려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공지영 작가를 직접 만나고 싶어하는 독자들, 공지영 작가를 평소에 궁금해 하는 독자들은 그녀의 육성으로 들려주는 듯한 <괜찮다, 다 괜찮다> 일독을 권한다.


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알마(2008)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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