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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을 혹하게 만드는 '이머전(몰입) 영어교육'

아내는 학부모들끼리 교육에 관한 정보를 나누는 어느 '인터넷 까페'에 가입해서 교육에 관한 정보를 얻고 있다. 최근 까페에서 인근 사립초에 자녀를 보낼까 말까하는 일로 고민하는 일이 늘었다고 하면서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반문을 했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그 사립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늘어났다고 하니까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최근 그 학교가 '이머전(몰입) 영어교육'을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나는 떠올렸다. 국제중이 설립된다고 하니까 학부모들이 갑자기 '영어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인지, 아니면 그 학교가 4개 과목을 완전 영어로 운영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소문이 퍼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요즘 학부형들이 주위 영어학원에 학생들을 보내놓고서도 근처의 사립학교에서 이머젼 영어교육을 한다고 하니까 많은 학부모들이 거기에 한번씩 관심을 가져 보는 것 같았다. 이제 사교육비도 부족해서 공교육비까지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이머전(몰입) 영어교육의 시작과 진행 과정

이머전(몰입)프로그램은 1963년대에 캐나다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기 위하여 개발되었다. 이것은 이중언어사용 프로그램으로 수학, 과학 등의 일부 교과목을 외국어를 사용하여 지도하는 방법으로 현재 독일 일본 등지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으로 일본은 1993년부터 이머전 교육을 도입하였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 이머전 교육이 등장한 것은 2006년 5월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사범대와 교대의 영어교육과 관련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에 '영어 이머전 교육'을 도입하겠다고 하였으며 현직 영어 교사들의 경우 3~6개월 연수를 통한 이머전 교육을 5개년 계획을 세워 2007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때, 강남교육청 관내 대모, 신구, 수서, 일원, 원명, 원촌, 언북 등 10여 개 초등학교에서 2007년부터 영어 이머전 교육을 시작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경제특구 및 국제자유도시에 있는 초, 중등학교 시범교육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 영어, 수학 등 다양한 교과의 내용을 영어로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하는 영어 이머전 교육을 시범 운영하고자 한다고 발표되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영어 이머전 교육을 한다는 공식적인 발표와 달리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서 ‘영어 이머전 교육’을 실행하기 위한 정부의 시도는 수년간 비밀리에 계속 진행되고 있었던 것 같다.

영훈초등학교는 10년 전부터 이미 ‘이머전 교육’을 시도하고 있었다. 영훈초의 홈페이지에는 이머전 교육이 10년 동안 계속 발전해 왔다고 쓰여 있으나 현장에 나도는 소문에 의하면 4-5년간 시행착오를 겪었고, 마침내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영훈초등학교가 기틀을 잡음으로써 '이머전교육'은 이대부속, 경기초등, 우촌초등, 청원초등학교 등으로 확대되었으며, 삼육대학교 재단에서도 전국의 삼육초등학교들은 대부분 ‘이머전교육’을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상명초등학교 역시 3년 전부터 뒤늦게 ‘이머전’교육을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사립초등 학교들은 외국어 교육을 외주에 맡기거나, 아니면 영훈초등학교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많은 사립학교 관계자들은 ‘이머전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지원자가 없던 학교조차 지원자가 폭등하게 되고, ‘이머전 교육’을 하지 않고는 버티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이머전 교육’을 도입하지 않는 학교에 대해서는 워낙 시설이 좋고 좋은 학교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립학교가 많이 ‘이머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현장교사로서 정확한 자료를 파악할 수는 없으나 사립초등학교에서 ‘이머전 교육’은 이미 엄청나게 확대되었거나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같이 사립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이머전 교육이 많이 보급된 후에 이루어진 것이 전 공립학교에 한국인 교사의 서투른 발음으로라도 이머전(몰입)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발표였다.

또한 최근 서울시 교육청은 이런 맥락에서 서울시 교육청은 내년부터 영어거점학교 시범학교를 실시를 위해 서두르고 있다. 영어몰입교육 재원을 갖춘 학교에서 인근 대여섯 학교의 학생들을 모아 방과 후에 선발된 아동들을 대상으로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일종의 병주고 약주는 격의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사립초등학교에서 이머전 교육의 확대는 2개의 국제중을 신설하는 일에 못지 않게 충격적이다.  

국가 세금으로 원어민을 불러와 ‘이머전 영어교육’을 실시할 수 없으므로, 그 부담을 학부모에게 떠넘기고 사립초등학교들로 하여금 사업상의 목적으로 ‘이머전 영어교육’을 확장시키도록 암암리에 부추긴 교육 관료들의 소행은 실로 어머어마한 교육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그것은 ‘돈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엄청난 교육반란'이 될 수도 있다. 

이머전(몰입) 사립초들의 실태

이머전 교육은 한국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이수하고(아마도 한국의 교육과정을 다 가르치지 않으면 다른 과목에 결손이 생기므로 한국의 교육과정을 다 이수하는 것으로 하는 것 같다) 4개 정도의 과목을 외국교과서로 외국 원어민이 외국어로 가르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이머전 교육을 하는 사립초등학교들은 6교시를 마친 후 수업이 8교시까지 진행된다.

이머전 교육을 하는 시간은 주당 12시간 혹은 그 이상이다. 외국 교과서로 공부하는 4개의 과목이란 통상적으로 영어, 수학, 과학, 주제학습이다. 주제학습을 넣은 이유는 아마도 탐구력이 약화되는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과제 수행할 시간도 없는 쫓겨다니는 사립초등학생들의 탐구력의 약화가 불에 보듯 뻔하다. 

그러니 이머전 스쿨에 다니는 학생들은 방과후 활동도 하지 않고 오후 4시 30분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하교를 하게 된다. 그들은 방과후에 학교과제를 하거나 조사학습도 할 수 없는 세계에서 유일한 학생들일지도 모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단순한 이머전 몰입교육만으로 영어교육에 허점이 생긴다고 본 성급한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방과 후에 또 근처의 영어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머전교육을 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학원들은 방과 후 시간에 차를 대놓고 학생들을 기다린다. 그리고 이머전 교육에서 소홀히 하기 쉬운 영문법이나 읽기 쓰기 등을 가르친다고 한다.

한편 이머전 교육을 하는 교실에서도 매우 다양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한다. 한 사립학교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영어 유치원에 다닌 애들과 안 다닌 애들이 오는데, 한 2년이 지나면 영어유치원에 안 다닌 언어감각이 좋은 애들이 영어 유치원에 다닌 애들을 추월해요. 물론 영어유치원에 다닌 재능있는 아이들은  그만큼 앞서 있긴 해요."

"이머전 교육을 하고도 뒤처지는 애들은 외국을 나갔다 와요. 그러면 한 1년 정도 더 앞 서게 되죠. 하지만 다른 과목에서는 치명적인 결함이 생기게 되죠."

이머전(몰입) 영어교육 이대로 좋은가?

사립학교의 이머전 교육은 시범학교의 수준을 넘어 확대되고 있다. 만약에 10여 년 전에 열린 교육을 한다고 들썩거렸던 사립학교들이 열린 교육 때문에 많이 혼란을 겪었다고 본다면 지금의 이머전 교육 역시 확실히 성공을 보장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이 이머전 사립초등학교를 갈까 말까 하고 망설이는 것은 기둥뿌리를 뽑을까? 말까? 하는 고민이 개입되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과연 돈이 없으면 이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닐까?’가 하는 불안, 그리고 '영어때문에 우리 자녀가 도태당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히 저것이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이머전 교육은 성공해도 큰 일 성공하지 않아도 큰 일이다. 만약에 이머전 교육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돈많은 사립학교 학생들에게만 특혜는 주는 일이 되기 때문에 큰 일이 될 것이고, 만약에 탐구력이나 창의성 자기주도적 학습력에서 결손이 생긴다면 기둥뿌리까지 뽑아서 가르쳤는데, 영어도 다른 학생들에게 추월당하고, 다른 과목은 다른 과목대로 부진해져서 큰일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단순히 영어교육 때문에 우리나라에  명문사립초, 명문사립중, 명문사립고 라인이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사교육까지 합세한 우리나라는 외국의 어느 나라보다 더 신분이 고착화되고, 교육적으로 불평등한 국가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힘차게 전진하고 있는 꼴이다.    

아직 확실하게 초등학교 때부터 실시된 ‘이머전 교육’이 어떤 폐해를 가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장담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머전 교육’이 다른 것들을 포기하면서 초등학교에서부터 이렇게 실시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아동중심교육과정, 탐구중심교육과정, 창의성중심 교육과정으로 변천되어온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이 이제 영어중심 교육과정으로 조직될지도 모른다는 이 무서운 현실 앞에 우리나라 교육이 직면해 있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사립초등학교의 '이머전 교육' 대신에 영어학원에서 '폴리과정'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얼마 전에 '폴리과정'에 보내는 게 좋은가 하는 문제로 주변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폴리과정은 방과후에 사교육 기관에서 외국의 교과서로 원어민에게 공부하는 과정이다.

"폴리과정에 보내면 거기서 또 어마어마한 숙제를 내줘요. 그거 하다보면 애들한테 독서도 못시키게 되요. 독서를 잘하는 아들이 나중에 영어도 잘하게 된다고 하대요."

"폴리과정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아요. 그저 원어민에게 맡겨두죠. 애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어요. 영어란 것도 외국인이 성장해 가듯 조금씩 조금씩 늘어가는 것 같아요."

인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어마어마한 비용과 노력도 때로는 천부적인 재능 앞에는 무릎을 꿇는 것이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어린이들의 재능이  발견되기 이전부터 획일적인 영어교육으로 우리나라의 아동들을 몰아가는 것은 과연 정상적인 일인지 질문을 한 번 던져본다. 

어쨌거나 우리나라 사립학교의 영어이머전 교육은 사회적 논의도 없는 상황에서 비밀리에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버린 것 같다. 학부모들은 도대체 저기를 꼭 보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거기에 보내지 않고도 어떻게 충분한 영어교육이 가능한 것인지가 궁금할 것이다.순수한 영어교육전문가들이 그것을 밝혀주어야 하고 정부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렇게 가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박종영 기자는 현재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몰입교육 #이머전 #미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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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공간에서 3자녀를 키우며 살아가면서 4차원적 사고를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3차원 공간 속에서 4차원적인 문제발견력과 문제해결력으로 수학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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