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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9·19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향후 10년간 전국에 500만 가구, 수도권에 300만 가구를 공급하고, 뉴타운 25곳을 추가 지정하는 등 도심 재건축·재개발도 활성화 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골자다. 특히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 100㎢를 해제해 보금자리 주택단지를 조성하고 40만 호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힌 대목이 눈길을 끈다.

 

9·19대책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식집계된 미분양 주택수가 올 6월 기준으로 15만 가구이고, 그 중 악성인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3만여 가구인데다 수도권에서도 미분양률이 17.5%에 달하는 마당에 수도권 녹지의 중심축이라 할 그린벨트를 대거 풀면서까지 공급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오히려 지금은 공급과잉을 걱정할 때가 아니냐"는 비판은 적확해 보인다. 수도권 과밀화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에 대한 염려도 일리가 있다.

 

아울러 뉴타운 사업 등 민간의 도심 재개발 사업이 오히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서민 주거안정'을 표방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뉴타운 25곳을 추가로 지정해 도심 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9·19대책이 서민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비판도 음미할 대목이 많다.

 

대규모 주택공급과 종부세 개악은 한켤레 정책

 

그러나 9·19부동산 대책이 지닌 함의를 보다 정확히 간취하려면 금주중에 발표될 것으로 예정된 종부세 개편안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9·19부동산 대책이 적극적인 공급확대를 상징하고 있다면 종부세 개편안은 투기적 가수요 진작을 노리고 있다.

 

대내외적 경제악재들에 포위된 MB가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난국을 타개하려는 의도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는 지금 9·19부동산 대책과 종부세 개편안은 MB가 추진하려고 하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의 정책적 켤레라고 표현할 수 있다.

 

서민주거공급확대와 장기적 수급대책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을 지닌 엄청난 규모의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한 후 종부세를 대폭 경감시키는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일종의 알리바이라고 할 것이다. 설령 종부세 완화가 투기적 가수요를 부추겨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준다 해도 대규모 주택 공급확대로 가격 상승요인을 흡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MB정부가 주택공급확대정책과 투기적 가수요 진작책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정치적 목표와 경제적 목표로 나누어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정치적 목표는 핵심 지지층(토건족과 대부분의 종부세 대상자들)의 확고한 지지를 지속적으로 획득하려는 데 있다. 핵심 지지층의 일관된 요구인 대규모 건설사업의 추진과 종부세 등의 부동산 세제 후퇴를 통한 부동산 불로소득의 보장을 통해 가뜩이나 취약한 지지기반을 보강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적 목표인데 대규모 주택공급사업을 추진해 한시적으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실업률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새롭게 공급되는 주택을 시장에서 누가 매수할 것인가 하는 점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종부세 등의 부동산 세제 후퇴안이  해법으로 등장한다.

 

신규로 공급되는 물량을 구매력이 있는 고소득자나 자산가들이 매수할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세제를 완화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 하락의 속도를 늦춰보자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문제는 MB정부의 이같은 건설경기 부양책이 실패할 것이 자명하다는 사실이다. MB정부의 인위적인 건설경기 부양책이 한정적인 효과라도 거두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주택의 양질 측면에서 대규모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107%를 넘어섰다. 비록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90% 내외라고는 하지만 1인 가구와 다가구주택·오피스텔을 고려한 실질 주택보급률은 서울마저 10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주거의 양뿐 아니라 질도 예전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전체 아파트 재고의 반 정도가 지은 지 10년 이내의 주택이며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 역시 10년 만에 1/3로 줄어들어, 전체 가구의 10% 미만으로 내려갔다. 또한 자가소유율은 63%내외에 이르러 일본보다 더 높은 수준이고 장기 공공임대주택 역시 현재 재고는 3.9%수준이지만, 참여정부 기간 중에 착수한 양을 합하면 7%를 넘는다.

 

결국 주택의 양 및 주거의 질 양측면에서 대한민국 주택시장은 비약적 발전을 이룬 셈이다.

 

둘째, 수요가 받쳐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전세계적인 부동산 버블 붕괴 및 그로 인한 금융공황, 자산디플레이션 현상, 급격히 고조되는 경기 불황에 대한 위기감, 금리 인상 등의 이유로 인해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태이다.

 

설령 정부가 종부세 및 양도세 등을 후퇴시켜 부동산 불로소득을 보장해주려고 애쓴들 위에서 열거한 요소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수요 진작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MB, 맹목적인 ABR을 멈추라

 

사정이 이러한데도 MB정부는 부동산 경기부양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MB 스스로가 부동산 경기부양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걱정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참여정부가 세제 및 부동산 담보대출 관리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을 편 덕분에 미국과 같은 부동산 버블 팽창 및 붕괴를 피할 수 있었다. 따라서 지금 MB가 할 일은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단념하고 전임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계승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ABR(Anything But Roh, 무조건 노무현과는 반대)이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여기는 듯한 MB에게 이런 충고는 또 얼마나 부질없는가.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입니다.


#9.19대책#부동산#MB#종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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