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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장안동 일대 거리 안마시술소들. 작년까지만 해도 성매매를 하기위해 이곳으로 휴가 나오는 군인들이 많았다.
서울 장안동 일대 거리 안마시술소들. 작년까지만 해도 성매매를 하기위해 이곳으로 휴가 나오는 군인들이 많았다. ⓒ 우먼타임스

성매매특별법이 수많은 논쟁과 이슈를 낳으며 시행된지도 벌써 4년이다. 정착되었다고 보기엔 갈길은 멀고, 암시장과 변종업종, 그리고 실질적인 단속을 해야하는 사법기관의 의지와 현실적인 이유들로 인해 성판매 여성들의 인권은 더욱 비가시화된 곳으로 숨어들기도 했다.

이런저런 부작용과 예기치 못한 외부효과들에도 불구하고, 성매매특별법이 특히나 군사주의화되고 여성차별이 극심한 한국 사회에 던진 물음중 하나는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단순한 물음이었다.

즉, 성을 사고 파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 아니라, '여성'의 성을 사고 파는, 즉 여성의 몸에 대한 인권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거나 관습적인 것이라거나 불가피하다라는 인식에서 가까스로 한발짝 나아가  '인권'의 문제로 조명을 받아야 한다는 당위성과 긴급성, 성평등과 발맞추어 나가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건전한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 나아갔기 때문이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이성적이지 못한 짐승인가

성매매는 불가피하며 사회정화작용(?)을 한다는 엽기적인 논리나, 남성의 성은 마치 동물의 그것처럼 억제하지 못하는 본질적인 것이라는 것. 그렇다면 성매매를 옹호하는 자들의 주장대로라면 남성은 과연 여성에 비해 이성적이지 못한 짐승이라는 얘기인가.

대부분의 성판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심각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또한 같은 여성들에게서도 손가락질 받고 타자화되기도 하며, 사회적 정의나 사법권의 영역이 미치지 못하거나 단속의 대상만이 되어 그들 개개인의 주체적인 존엄성을 침해당하고 나아가 사회적 성차별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이를 외면받는다.

사실 성판매 여성을 범주화하는 것에 대해 의문의 여지는 남는다. 과연 가부장적 외모차별주의 사회에서 성을 사고 팔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남성의 외모도 중요시되고 있는 요즘에는 남성도 화장, 성형, 패션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외모가 곧 권력인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누구나 자신의 성을 이용할 것이다.

즉, 성판매가 가능하게 되는 궁극적인 이유는 우리 사회의 성이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문제들은 그것이 태반은 남성'의' 여성에 '대한' 성매매가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성매매 문제는 남녀가 동일선상에서 생각할만한 평등한 논제가 아니고, 여성의 인권과 젠더 평등의 문제와 곧바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인 기자가 쓴 글(☞ 휴가 중 성매매, 당연한 것 아닌가요?)은 보통 한국에서 복무중이거나 복무경험이 있는 현역 군인들의 성관념을 잘 보여주는 기사이긴 하지만, 그들의 성이 억압되어있기 때문에 따라서 그들의 억눌린 성이 성매매를 통해서 구매, 사용되어지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관점이라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과연 남성의 성은 24시간 통제가 불가능한 것인가라는 점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우리는 모두들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고, 여성의 인권을 외면하면서까지 군복무중인 군인들의 성적 쾌락을 위해서 여성들의 몸을 사고 파는 것이 과연 불가피한 것인가라는 점에서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글의 주제를 다소 벗어나는 것이긴 하지만, 군대 자체는 또한 젠더 억압을 필연적으로 야기할 수 밖에 없는 제도다. 여성학자들의 분석처럼, 군대 자체는 젠더의 산물이다. 특히나 남성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가공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나라를 지키는 남성/보호되어야 할 여성'이라는 군대를 지탱하는 이분법적 논리는 곧바로 젠더 이분법에 의한 위계를 생산해 내며, 젠더 위계를 다시 강화시킨다. 또한 군사주의는 남성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러한 젠더화, 성애화된 여성은 군대를 존립하게 하는 강력한 근거로 이용되어진다.

즉, 정확히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두 가지 역할 - '군대를 위무하고 서포팅해야 하는 성애화된 여성'과 '군인이 되돌아가고 또 지켜야 할 어머니같은 여성' - 과 일치한다. 군대는 이러한 '성녀/창녀'라는 가부장제 이성애 남성 중심의 이분법적 여성 차별의 억압 기제와 상호작용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대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모습
대전 유천동 성매매집결지 모습 ⓒ 장재완

성관념을 바로잡아야지, 성매매가 정당화돼서야

이같은 점에서 복무중인 군인들의 성을 억압되었거나, 해소되어야 할 성질의 것으로 보는 것은 여성에 대한 심각한 차별을 내포하고 있는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그렇게 따지면 여성의 성은 억압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군인들의 성은 군 내부의 억압적인 군대식 특유의 강압적이고 인권침해적인 문화나, 혹은 병사들- 나아가서는 남성 전반의 - 의 여성에 대한 잘못된 성관념을 바로잡도록 도와주어야 할 문제이지, 그렇기 때문에 성판매 여성에 대한 성매매를 정당화시켜주는 논리가 될 순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군복무 제대후 그 이후에도 많은 한국 남성들의 여성을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 즉 여성을 동일한 인간으로 보는게 아니라 '대딸방'수준으로 보는 폭력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성은 즐거운 것이고, 기사를 쓴 글쓴이의 말처럼 미묘하고 가식적인 이중성을 띠고 있지만 결코 폭력이 되어서는, 특히 누군가의 인간 존엄성을 짓밟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얼마든지 우리는 연애를 통해 아름답고 평등한 성을 말하고 느낄 수 있다.

남성의 성이 군대에서 억압된 것이 그렇게 문제라고 생각된다면, 군부대 내부와 군대식 문화에 대한 억압성과 나아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인류역사상의 남성의 편견과 오해에 대해 고찰해봐야 성매매문제를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성매매#군사주의#인권#젠더#섹슈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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