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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서울고등·가정·행정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세빈 서울 고등법원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서울고등·가정·행정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오세빈 서울 고등법원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05년 10월과 11월 각각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환급 소송과 관련 KBS와 국세청에 조정을 권고했고, 양쪽은 모두 법원의 조정권고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는 올해 정연주 전 KBS 사장을 퇴진시킨 주요 요인이 되었다.

지난 5월 이를 근거로 KBS 전 법무팀 직원이 고발하자, 검찰은 "승소가 확실한데도 이익을 포기했고 세금을 많이 냄으로써 KBS에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혐의로 정연주 전 사장을 기소했다.

고등법원이 조정을 권고해 종결된 사건을 검찰이 기소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법원의 판단에 반기를 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런 가운데 오세빈 서울고등법원장이 9일 국정감사에서 법원의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인 사건을 검찰이 근거로 기소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춘석 의원 "정연주 전 사장이 죄인이면 서울고법도 책임"

오세빈 고등법원장은 9일 서울고등법원 등을 상대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의 국정감사에 참석해 "법원의 조정안으로 확정돼야 법적 구속력이 생긴다"며 "그 사건의 경우 법원이 권고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양 당사자 측에서 안을 만들어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에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과 KBS가 공모해서 이런 조정안을 만들었다며 정연주 전 사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고 한다면 국세청도 배임 공모죄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오세빈 원장은 "재판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오세빈 원장은 "2005년도 조정권고안의 형식은 법원의 조정권고안으로 돼있기 때문에 감사원이나 검찰에서 배임이 된다고 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이 의원의 추궁에 "권고안을 면밀하게 검토해봐야겠지만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전향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다음은 이날 이춘석 의원과 오세빈 원장이 주고받은 질의-답변이다.

- 검찰이 고법의 조정권고가 잘못됐다며 배임죄로 정연주 전 사장을 기소했다. 법원에서는 판결로 가는 것보다 조정권고를 많이 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

- 당사자 합의에 의해 작성된 게 아니라 법원이 권고해서 당사자들이 받아들인 것 아닌가?
"법원의 조정안으로 확정되어야 법적 구속력이 생긴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당사자 측에서 안을 가지고 온 것으로 알고 있다."

- 법에서 조정권고안을 낸 것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가져왔다면 결국 KBS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국세청과 합의했다는 것이다. 국세청과 KBS가 공모해서 이런 조정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KBS가 배임이 된다고 한다면 국세청도 그 배임죄에 대한 공모죄가 되는 것 아닌가?
"재판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

- 2005년도 조정권고안의 형식은 법원의 조정권고안으로 돼 있다. 판결까지는 안 갔지만 합리적 기준을 제시해 조정권고안이 작성됐다. 그런데 감사원이 이렇다 저렇다, 검찰이 배임이 된다고 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혐의가 되지 않는가?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 사법부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인가?
"권고안을 면밀히 검토해봐야…."

국정감사에 앞서 배포한 국감자료에서 이춘석 의원은 "법원에 의해 종결된 사건을 검찰이 다시 기소하는 것은 3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고 법원의 권위를 묵살하는 일"이라며 "검찰의 논리대로 법원의 결정에 따른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죄가 있다면 결정을 해준 서울고등법원의 담당 재판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의원은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9월 초 정연주 전 사장이 제기한 '해임 처분 집행 정지 신청'을 항고심에서 기각한 것과 관련 "법원 스스로가 2005년도 조정을 잘못했다고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 사유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여 KBS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었는데, 해임한 측이 위법하지 않고 정당했다면 조정권고안을 받아들인 것이 잘못이라는 뜻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등법원#오세빈#이춘석#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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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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