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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방통위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감사가 여야 공방으로 인해 중단되자 웃으며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방통위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감사가 여야 공방으로 인해 중단되자 웃으며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 권우성

Q. 다음 중에서 이명박 정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고정 멤버가 아닌 사람은?

①서울시장 ②대통령실장(비서실장) ③국가정보원장 ④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정답은 ③번이다. 서울시장은 의결권은 없지만 '말석'이나마 관행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 재임 중 국무회의에 참석하다가 배제된 것에 대해 소회를 밝힌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2년 6월이다. 김 대통령은 야당 당적을 가진 이명박 시장을 국무회의에 참석케 했다. 그러나 이듬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노무현 정부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막았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국무회의 참석과 관련, 김 대통령에게는 고마움을, 노 대통령에게는 서운함을 표시한 적이 있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은 물론 국무회의에 참석한다.

 

국무회의도 6인회의도 참석하는 실세

 

대통령실장(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관행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서울시장을 국무회의 참석 멤버에서 배제한 점을 빼고는 여기까지는 역대 정부마다 얼추 비슷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국무회의가 다른 정부와 '확실히' 다른 점은 바로 방송통신위원장이 참석한다는 점이다.

 

방통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위인설관(어떤 사람을 채용하기 위하여 일부러 벼슬자리를 마련함)'의 성격이 강하다. 최시중 위원장은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자 '형님의 친구'다.

 

지금은 해체되었지만, 대통령(당선자)이 참석하던 원로회의인 이른바 '6인회의' 핵심 멤버이기도 하다. 이처럼 국정을 최종 결정하는 공식회의체는 물론 비공식회의체 고정 멤버이기 때문에 핵심실세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최시중 위원장은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언행을 자주 했다. 그는 때로는 청와대 안가에서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고, 국무회의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의 당정협의회에도 참석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이번 쇠고기 협상의 경우 언론홍보나 대응에 미흡했다. 방송통신심의위가 곧 활동을 시작하게 되지만 사후심의가 아닌 사전에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5월 6일 국무회의 발언)

 

5월 6일은 촛불문화제가 시작된 날이다. 정부의 협상 잘못보다는 언론 홍보가 미흡한 탓이므로 방송에 대한 사전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논리다. 사후 심의가 아닌 사전홍보는 사실상 '사전검열'을 의미한다. 그의 이런 인식도 문제지만 더 문제인 것은 그가 부지런하다(?)는 것이다.

 

촛불문화제 시작한 5월 6일부터 국무회의 100% 참석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참석하여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참석하여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유성호

장세환 의원(전주 완산을, 민주당)이 방통위 자료를 분석한 8일자 국감자료에 따르면, 최시중 위원장은 촛불문화제 시작 시점(5월 6일)부터 국무회의에 본격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방통위 자료에 따르면 5월 6일부터 9월 30일까지 총 23회의 국무회의 중 최 위원장은 총 20회(87%) 출석했다. 특히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11회)에는 100%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통령실장의 국무회의 출석률 52%보다도 월등히 높은 것이다.

 

방통위원장이라는 자리는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한 자리다. 그러니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제1조)에 규정된 '독립적 운영'을 위해서도 권력과 거리를 둬야 하는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의 지난 행적을 보면 청와대를 다람쥐 풀방구리 드나들 듯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세환 의원의 이런 지적은 온당하다.

 

"언론·방송계로서는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방통위원장이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빈번한 청와대 출입을 일삼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다. 방통위원장으로서 언론·방송의 중립성을 지키기보다 권력의 입장에 서서 언론·방송의 비판기능을 무력화하고 언론 길들이기에 힘을 쏟는 듯하다. 최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게다가 그는 이 대통령의 취임 6개월을 앞두고는 이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획물을 만들라고 방통위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방통위의 한 직원은 "지난 6개월간 자랑할 것이 있어야 홍보를 해도 할텐데 골치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최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사적인 자리에서 YTN 사태에 대해 묻자 "대통령이나, 나나 그런(언론 장악)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 다만 그동안 언론이 좌편향된 것은 사실 아니냐, 언론의 정상화지 무슨 장악이냐"라면서 오히려 "그런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야"라고 타일렀다고 한다.

 

방통위원장의 이같은 언행은 전두환 5공 정권 때도 없던 일이다. 5공 시절의 '권언유착'을 넘어 마치 '권언 한몸'과 '권언일체화'를 꿈꾸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이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3제국'을 꿈꾸던 히틀러와 괴벨스가 바로 그랬다.

 

최시중 "이 대통령 치적 홍보할 수 있는 기획물 만들라"

 

히틀러는 나치의 선전상 괴벨스를 통해 언론·방송을 장악하고 독일 국민을 선동해 전쟁을 합리화했다. 이명박 정권은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구본홍 YTN 사장과 같이 정치적 중립성을 현저히 의심받는 인사들을 '낙하산'에 태워 내려 보냈다.

 

그리고 이들은 '권언 일체화'와 '33명 징계'를 '방송의 정상화'로 강변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EBS의 <지식채널e> 같은 교양프로그램마저 폐지하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괴벨스의 입' 편에서 괴벨스가 한 말을 통해'반복과 세뇌의 무서움을 전달한 바 있다.

 

"우리는 국민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다."

 

괴벨스의 선전선동에 홀린 독일 국민들은 패전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앞으로 권력의 나팔수들로부터 끊임없이 반복과 세뇌를 강요당할 우리나라 국민들도 독일 국민들처럼 5년 뒤에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


#최시중#방통위#국무회의#괴벨스#제3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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