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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후보 TV토론 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이 7일(현지시간) 내슈빌 벨몬트대학에서 열린 타운홀 방식 대선토론에서 악수하고 있다.
미 대선후보 TV토론민주당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이 7일(현지시간) 내슈빌 벨몬트대학에서 열린 타운홀 방식 대선토론에서 악수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세 번의 대통령 후보 토론회 중 두번의 토론회가 끝이 났다. 큰 실수도, 성공도, 재미도 없이. 특히 현 경제 위기에 대한 속 시원한 대답도 없이 오바마의 상대적인 우세 속에 끝났다. 타운홀 형식으로 치러진 두 번째 토론회. 후보자들이 청중들로부터 미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경제 질문들을 받았지만, 매케인은 물론 오바마조차도 일반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않아 큰 아쉬움을 남겼다.

 

7일(현지시간) 2차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미국 언론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것은 매케인이 과연 최근의 '비방 캠페인'을 오바마 면전에서도 해보일까 하는 점이었다. 급격한 악화 징후를 보이는 경제와 그로 인해 엄청난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오바마 때문에, 매케인은 거의 모든 '경합 주'에서는 물론 공화당의 전통 강세 지역인 인디애나, 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국 지지도에서는 물론,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격전지에서도 오바마가 오차 범위를 넘어서는 지지율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매케인 캠프는 부통령 토론회가 있었던 10월 2일, 주요 격전지인 미시간주에서 완전 철수를 단행하기까지 했다. 

 

ABC와 CBS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자질에 대한 논란을 불러온 페일린은 2일의 부통령 토론회를 통해 전당 대회 때의 자신감을 회복했다. 매케인 캠프는 그녀를 통해 지난 주말부터 오바마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페일린은 3일자 <뉴욕 타임스> 기사를 빌미로 오바마가 테러리스트와 어울려 다녔다고 근거 없는 비방을 시작했고, 윌리엄 크리스톨(미국의 우파 보수주의이자 <뉴욕 타임스> 컬럼니스트)과의 5일 인터뷰에서는 제레마이어 라이트 목사 문제를 꺼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페일린이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한 윌리엄 에이어스는 반전 운동이 한창이던 60∼70년대 '웨더멘'이라는 과격 반전 운동 단체의 회원이었다. 현재는 일리노이주립대학의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일리노이주의 학교 개혁 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오바마가 과거 에이어스의 행적과 사상에 대해 분명한 반대와 비난을 표명했음에도, 이후 교육 개혁가로서의 에이어스와 교육 개혁 문제에 관여한 적이 있고 시카고에서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 때문에 우파 진영으로부터 '테러리스트'라는 누명을 듣게된 것이다.  

 

경제 이슈로 승부를 걸지 못하는 매케인

 

지난 4일 <워싱턴 포스트>는 매케인 캠프 고위 참모인 그렉 스트림플의 말을 인용해 "지금의 금융 위기 문제는 이제 그만 접고 오바마의 리버럴한 경력과 그가 얼마나 미국인들에게 위험한 인물이 될지를 논의하는 것에 다시 집중할 것이다"라면서 매케인 캠프의 전략이 선회할 것임을 예고했다.

 

윌리엄 크리스톨은 5일 인터넷판 <위클리 스탠다드>를 통해 매케인 캠프가 중요하게 노력해야 하는 것이 '부정적인 메시지의 개발'이라면서 51%의 유권자들에게 오바마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바마가 인간적으로 믿을 만한 인물인지를 질문하는 것은 타당한 일일 뿐 아니라 매케인이 그런 질문을 하는 데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의 한 선거 전략가는 5일 <아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매케인 캠프가 앞으로 테러리스트와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인사들과 오바마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그 예로 현재 컬럼비아 대학의 아랍학과 교수이자 전 PLO 대변인이었던 라시드 칼리디와 오바마의 관계를 조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6일 <뉴욕 데일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매케인 진영의 선거 책임자는 노골적으로 "위험한 방법이긴 하지만 다른 선택이 없다"며 만약 계속 경제 위기에 대한 얘기만을 하게 된다면 매케인은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실토했다. 결국 매케인이 승리를 거둘 유일한 길은 오바마를 불확실하고 과격한 인물로 몰아, 상대적으로 안정적 이미지의 매케인에게로 표를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매케인의 현재 선거 광고 메인 테마는 "오바마는 미국인들에게 너무 위험한 존재"이다. 

 

그리고 같은 날 뉴멕시코에서 선거 유세 중이던 매케인은 청중들을 향해 오바마를 "언제나 미스터리의 거짓말쟁이에다 지금의 경제 위기를 만든 공범에 뭐 하나 이뤄낸 적이 없는 신출내기"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매케인 캠프의 이 같은 전략 수정은 미국 경제가 30년대 대공황 이후로 최악이고, 2004년 이래 처음으로 다우 지수 1만선이 붕괴되었으며, 9월 한 달 간 15만9천 개 이상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등의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이런 위기 속에서 치러진 2차 토론회에서는 예상과 달리 매케인은 오바마에 대한 원색적인 인신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 자기 손에 흙을 묻히지 않는 대신 대리인을 통해서만 공격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경제 위기가 아닌 인신 공격에 집중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개인의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그이니, 명예와 현실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 3일간 동안 두 번이나 매케인의 대리인들은 오바마의 미들 네임인 "후세인"을 강조해 가며 유세장 청중들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특히 페일린이 유세하는 곳에서는 '후세인'이라는 이름이 불릴 때마다 오바마를 향해서 "테러리스트", "반역자", 심지어 "죽여라(Kill him)"라는 구호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9월 17일 미시건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매케인과 부통령 후보 사라 페일린.
9월 17일 미시건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매케인과 부통령 후보 사라 페일린. ⓒ AP=연합뉴스

 

오바마 인신 공격, 왜 인종 문제로까지 확대 해석되는가?

 

오바마가 '흑인'이기 때문에 지지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미국인은 많지 않다. 너무 솔직한 사람이든지, 아니면 자신의 인종주의적 발언이 본인의 사회적 평판에 어떤 악영향을 줄지 예상 못하는 무지한 사람이든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오바마에 대한 인신 공격의 핵심은 "그는 우리(일반 미국 백인들)와 다르다"이다. 오바마 캠프의 공동 의장인 민주인 클레어 멕카스킬 상원의원은 오바마 캠프의 자원 봉사자들을 두고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어떤 다른 메시지보다도 여러분들이 전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버락 오바마는 그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라는 점입니다."

 

2008년 미 대선에서 오바마가 승리를 거둔다면 그 의미는 당연히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일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가 흑인이기 때문에 이득을 본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그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흑인성'을 강조하게 되면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거둘 수 없다. 역사적으로 증명된 일이고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미 유권자 구성을 보면 답이 나온다.

 

지난 8년간 부시 행정부가 국정 운영 면에서 참담한 실패를 했음에도 공화당의 매케인이 오바마와 큰 차이 없이 경쟁할 수 있는 이유를 인종 문제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인권 문제로 치열했던 때가 벌써 40여년 전 일이지만, 미국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인종 문제에서 비롯된 사회 문제는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자들 중 일부는 오바마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종주의자의 굴레를 쓰게 되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고, 그들이 억울해하는 것은 사실 매우 타당한 일이다. 실제로 인종과는 상관없이 오바마의 리버럴한 성향과 정책 내용, 경험 부족 등이 못 미더워서 그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미국 역사 최초로 흑인 대통령 후보가 된 오바마가 주류로 간주되는 것과 다른 부분을 찾거나 만들어 그 점을 확대 생산하겠다는 매케인 캠프의 전략에는 분명히 인종 카드를 쓰겠다는 의도가 있다. 국민의 관심이 경제 위기에 몰려 있는 이때, 경제 이슈로는 이길 수 없으니 오바마의 개인 신상을 파헤쳐 부정적인 부분을 과장 및 왜곡, 확대 생산시키겠다는 네거티브 전략을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경제 위기로 오바마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27일이나 남은 투표일까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오바마가 후보로 나온 이상 인종 문제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발휘하게 될지 11월 4일 개표까지는 아무도 정확한 예측할 수 없다.


#미국 대선#매케인#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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