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과 관련해서는, 에…"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중간평가 보고회'에서였다. 바로 앞서 "이번에 절대 북한의 압박에 굴종해선 안 된다"며 목소리 높여 정부에 강경 대북노선을 주문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회창 "의원들 열심히 하긴 하지만..."
이날 보고회는 중반을 넘어선 국감을 자평해보자는 취지였지만, 총재는 국감에 대해선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모두 발언의 대부분을 대북정책에 쏟았다.
국감과 관련해서는 말 끝에 대여섯 마디를 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성과를 치하하는 말은 없었다. "소수정당임에도 의원들이 정말 열심히 해줬다"는 격려 발언 정도였다.
이 총재는 "지금 쌀 직불금 등 여러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스스로가 (국감 활동을) 분석하고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며 현안에 즉각 대응하지 못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럴 만한 상황이다. 당내에서조차 "국감에서 선진당을 찾아볼 수 없다"는 자조가 나온다. 선진당 발 '스타·기사·정책'가 없어 '3무(無) 국감'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 총재의 입장에서는 의원들의 개인기가 아쉬울 것이다. 선진당이 캐스팅보터로서 활약했던 원내 협상이 진지전이었다면 국감은 각개 전투다. 의원 개개인이 각 상임위에서 두각을 보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도 아직 '국감 스타'로 불리는 의원이 없다.
"국감서 선진당이 안보인다"
'스타 의원'이 없다보니, 언론에서도 선진당 기사는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 보고회의 썰렁한 풍경도 그 일면이다. 보고회를 취재 온 기자는 10명이 채 안됐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우리는 한나라당(172석)의 10%"라며 "의원 숫자가 크게 차이 나는데 어쩌겠느냐"고 한탄했다.
그러나 선진당보다 더 작은 민주노동당은 사정이 다르다. 5석으로 선진당(18석)의 4분의 1 정도지만 정책정당으로서 면모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기갑 의원의 쌀 직불금 수령자 명단 입수 등이 대표적인 예다.
권선택 원내대표는 이날 보고회에서 "의원들이 각자의 상임위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으나 소수당의 한계라는 벽에 부딪혀 국민과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권 원내대표는 "당초 목표로 했던 ▲대북정책 원칙 실종 ▲환율·물가관리 실패 ▲구멍 뚫린 식품 검역 체계 ▲국가균형발전 정책 후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환경파괴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일률적인 부동산 완화의 문제점 등 모든 면에서 현재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한 국감이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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