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채 보름도 남지 않았다. 백악관의 새 주인을 예상하는 방식에는 한국과 미국에 차이가 있다. 직접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한국이 그러하듯, 미대선 역시 전국 지지도로 그 승패를 가늠해 보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미국의 대통령은 각 주에 배당된 '대통령 선거인단(해당 주의 연방 상·하원을 합한 수)'에 의해서 선출되는 간접 선거 방식이다. 가령, 21명의 선거인단을 가진 펜실베이니아에서 오바마가 50% 매케인이 49%의 득표율을 올렸다면, 21명 모두를 오바마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른바 '승자독식'이다.
2000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는 48.4%의 득표율로 5099만9897표를, 공화당 후보였던 부시는 47.9%인 5045만6002표를 얻었다. 실제 득표수는 고어가 더 많았지만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한 부시가 제43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과반수를 의미하는 '매직 넘버' 270에 먼저 도달하는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전국 지지율만으로는 승자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별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어렵지 않은 오바마, 처절히 노력하는 매케인
현재 미국에서 오바마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2004년 존 케리 후보가 이겼던 모든 주에서 오바마가 큰 격차를 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케리가 252명을 획득했으므로 오바마는 18명만 더 모으면 되는데 나머지 주에서 18표를 찾기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오바마의 승리가 거의 확실한 플로리다·콜로라도·네바다·버지니아·아이오와·뉴멕시코 등만 따져도 66표가 추가되어 31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매케인의 우세로 예상되는 주의 선거인단 합계는 185(뉴욕 타임즈), 174(CNN·폴리티코), 163(NBC)으로 매케인은 10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 현재의 상승세를 선거일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오바마의 막대한 자금력이다. 오바마 캠프는 9월 한 달 동안만 1억5천만 달러를 모았다. 하루에 5백만 달러(한화로 약 50억원)씩 모은 셈이다. 바로 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매케인과의 TV 유세전에서 1:3, 1:5, 1:10(주별로)의 우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20일 CNN은 매케인 캠프 한 고위 인사의 말을 빌려 "매케인 캠프가 콜로라도(9)와 아이오와(7), 뉴멕시코(5)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아이오와와 뉴멕시코는 일찌감치 오바마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곳이지만, 매케인 캠프의 이 같은 결정은 플로리다, 오하이오, 버지니아 등등의 결과와 전혀 상관없이 오바마가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케리의 252'에 위 세개 주의 선거인단을 합치면 273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매케인은 펜실베이니아에 모든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오바마가 큰 차이를 벌리며 앞서고 있는 지역에 매케인이 목을 매는 이유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 유권자 성향과 21명이라는 선거인단 숫자를 감안해 처절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각 주별 상황을 살펴보자.(아래 이미지는10월 22일 현재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우세한 후보를 표시했으며 주 이름 옆 숫자는 그 주에 해당된 선거인단 수를 의미한다.)
[펜실베이니아(21)]
2000 대선 / 고어:부시=51:46
2004 대선 / 케리:부시=51:49
여론조사 / 오바마:매케인=52:40(뉴욕 타임즈)
민주당 강세 지역 가운데 매케인이 넘볼 만한 지역으로 꼽혔던 곳. 민주당 경선 당시 힐러리를 강력하게 지지했으며 저임금·저학력의 백인 블루칼라 지역으로 분류. 그러나 현재는 오바마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
[위스콘신(10)]
2000 대선 / 고어:부시=48:48
2004 대선 / 케리:부시=50:49
여론조사 / 오바마:매케인=54:37(WSJ·워싱턴 포스트)
민주당 경선 당시 오바마가 힐러리를 상대로 대승을 거둔 곳. 지난 7번의 대선에서 민주당이 6번 승리.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민주당이 박빙의 승리를 거두었던 탓에 매케인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주 가운데 하나.
[뉴햄프셔(4)]
2000 대선 / 고어:부시=47:48
2004 대선 / 케리:부시=50:49
여론조사 / 오바마:매케인=53:45(CNN·Times)
동북부에서 매케인이 유일하게 넘볼 수 있는 지역. 공화당 경선시 이곳에서 기사회생한 매케인에게 각별한 주. 오바마에게는 아이오와 첫 승리 이후 기대 밖의 첫 패배를 가져다준 주로 '와신상담'으로 작용.
[미시간(17)]
2000 대선 / 고어:부시=51:46
2004 대선 / 케리:부시=51:48
여론조사 / 오바마:매케인=54:38(WSJ·워싱턴 포스트)
1988년 이래 공화당 후보가 승리한 적 없음. 백인 블루칼라 중심. 고사 직전의 디트로이트 자동차 산업과 높은 실업률 등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으로 민주당을 선호할 수밖에 없음.
[미네소타(10)]
2000 대선 / 고어:부시=48:46
2004 대선 / 케리:부시=51.1:48
여론조사 / 오바마:매케인=52:41(스타 트리뷴 미네소타 폴)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역이긴 하지만 큰 차이로 승리를 거둔 적 없음. 매케인이 미네소타 주지사인 팀 폴렌티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오바마에게 더 유리해진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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