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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편집자말]
 계룡군문화축제와 지상군페스티벌
계룡군문화축제와 지상군페스티벌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민과 군이 각각 주관해 벌인 제2회 2008 계룡군(軍) 문화축제와 지상군페스티벌 행사에 구경온 한 초등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축제 마지막 날인 19일 오후 3시 30분경 대전시 송강동 소재 모 초등학교 1학년 은아무개(8)군이 행사장을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치어 숨진 것.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시간은 사고 후 50분이 지난 4시 10분경. 과다 출혈로 이미 손 쓰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사망 시간은 이날 오후 6시 30분. 사고가 발생한 병영 체험장 앞 도로는 초등학생 참여가 많아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이었다. 사고 직전 안전요원들은 보이지 않았고 이 때문에 병원 후송도 늦어졌다. 축제장에서 아이를 잃은 유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에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행사를 총괄한 계룡군문화발전재단 이사장인 최홍묵 계룡시장은 다음 날 아침 지방 언론사에 특별기고문을 통해 "시민과 군가족,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속에 대성황을 이루면서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나 감사하다"고 밝혔다. 어린이 인명사고에도 '사고 없이 끝났다'고 밝힌 것. 이후에도 공공기관의 특기인 정정보도를 요청한 일은 없었다.

초등생 숨진 다음날 계룡시 "목표치 훨씬 웃도는 120여만명 끌어모아"

오히려 이날 아침 계룡시청은 '화합과 평화의 메아리, 군문화의 재발견'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계룡군문화축제가 6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19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당초 관람객 유치 목표치인 80만명을 훨씬 웃도는 120여만명의 관람객(계룡군문화발전재단과 육군본부의 잠정집계)을 끌어 모아,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2013년 계룡세계군문화엑스포 개최에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어느 구절에도 아까운 생명이 안전사고로 숨진 데 대한 의례적인 반성과 추도의 목소리마저 들어 있지 않다. 전날 저녁 폐막식에는 김동완 충남도 행정부지사와 최홍묵 계룡시장을 비롯, 군 관계관 등이 대거 참석했지만 사망사고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육군본부가 운영하는 '지상군페스티벌' 홈페이지도 학생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계룡지상군페스티발 홈페이지
계룡지상군페스티발 홈페이지 ⓒ 홈페이지

22일 보도자료엔 "초중고학생 관람 봇물..."

22일 계룡시청이 내놓은 <보도자료> 제목은 '주말 맞아.. 직장인, 초중고학생 관람 봇물'이다. '주말에 직장인과 초·중·고교 관람학생들이 오전부터 넓은 행사장을 가득 메워 세계군문화축제 유치에 강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내용이다. 역시 사망한 초등생과 유가족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다. 이에 앞서 21일 은군이 다니던 교정에서는 눈물의 영결식이 열렸다.  

지난 6일 동안(14일부터 19일까지) (재)계룡군문화 발전재단(이사장 최홍묵 계룡시장)이 주관한 제2회 계룡군문화축제와 육군본부가 주관한 제7회 지상군페스티벌이 동시에 열렸다.

하지만 사고 이후 양 기관이 한 일은 행사 관계자들이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것이 전부다.

계룡군문화재단 김연우 단장은 사고이후 대책을 묻자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하고 사고에 대한 보험금 처리를 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이 있겠느냐"며 "현재 관람객에 대한 안전배상책임보험 회사에 배상금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박아무개(46·중구 목동)씨는 "주최 측이 사람 모으기에만 급급해 인명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며 "하지만 사고보다 더욱 속이 상하는 것은 계룡시와 육군본부 측이 대책없이 사람만 모으다 사고가 났는데도 사람이 많이 모였다고 자랑만 늘어 놓는 태도"라고 말했다.    

사람 목숨보다 축제 관람인원이 더 중요한가

 계룡시청 전경
계룡시청 전경 ⓒ 자료사진

주최측 축제 참여 인원도 너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축제기간 동안 9000여면짜리 대형 주차장 3개 등을 갖췄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1개 주차장도 다 채우지 못했다는 것. 이 때문에 행사 관계자들은 최고 50여만명으로 추산, 주최 측의 130만명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안전불감증과 무책임의 끝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사고 다음 날 계룡시가 내놓은 보도자료에는 이정구 충남도 문화산업과장(현 계룡군문화재단 행사운영본부장)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 있다.

"매번 축제 때마다 임시공연장을 설치하여 운영했는데 세계군문화엑스포 개최를 대비해서 영구 공연시설 건립이 시급한 과제다. 충남도에서 내년도 군문화축제에 아낌없는 지원과 함께 2013년 세계군문화엑스포 개최를 위한 철저한 분석 등 자문 등을 거쳐 계속 보완·발전시켜 나가겠다"

6일 동안 충남도 등 관련 기관이 행사에 투여한 돈은 32억원이다. 충남도와 계룡시, 육군본부. 이들에게는 한 초등생의 목숨보다 행사비와 축제를 구경한 인원 수가 더 중요한 것일까? 답변을 꼭 듣고 싶다.


#계룡군문화축제#충남도#계룡시#육군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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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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