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려는 보수진영에 대한 진보논객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보수진영이 오바마의 당선으로 심리적 패닉에 빠진 나머지 "오바마는 좌파가 아니다"(조갑제·전여옥)라며 애써 객관적 현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심지어 "오바마와 이명박 대통령이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청와대)는 엉뚱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6일 오바마 후보의 미 대통령 선거 당선에 대한 보수논객 조갑제씨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을 꼬집었다.
진 교수는 5일 오후 진보신당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오바마를 좌파로 불러서는 안 된다"는 조갑제씨의 주장에 대해 "한국에서 부유층에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하면 당장 '빨갱이'라 부르겠지만 똑같은 얘기도 오바마가 하면 '좌파'라 불러서는 안 된다고 한다. 북한을 압박하는 대신에 그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하면 한국에서 '친북'이 되지만, 같은 얘기도 오바마가 하면 '좌파'라 불러서는 안 된다"며 "대한민국 보수우익의 첨병 조갑제가 얼마나 난감했던지 아예 손으로 눈을 가려버린다"고 비판했다.
"둘 다 변화와 개혁을 얘기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와 오바마 당선자가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동관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그는 "좌회전을 하든 우회전을 하든, 회전을 한다는 점에서 둘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해석으로 위상수학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며 "청와대는 '수학의 노벨상' 필즈상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주대환 사회민주주의 대표도 5일 <레디앙> 기고문에서 "좌우는 상대적인 구분이므로 어디나 좌우파는 있기 마련인데 미국이라고 좌파가 없을 수 있겠냐"며 조갑제씨의 논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주 대표는 "존경하는 조갑제 선생이 불과 며칠 전까지도 미국 공화당 선거 운동원처럼 행동을 하고 오바마가 당선되면 남북한의 좌익과 연대하는 상황도 걱정이 된다고 하시다가 '알고 봤더니 오바마는 좌파가 아니더라'고 말을 바꾸어 당황한 모습을 보이고 선비의 체모를 손상하기보다는 이제 어느 나라에나 좌우파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을 해주시면 얼마나 여유가 있고 보기에도 좋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근주요기사]☞ 오바마가 이명박 정부 처지 고려할 것 같은가☞ "미제 빨갱이" 보는 조갑제가 웃긴 까닭☞ "대풍이면 뭐하나? 자식 같은 농산물, 내 손으로 묻고 있다"☞ [나홀로 졸업여행] "이렇게 많은 친구들과 노는 건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