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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는 돈 빌리는 온갖 과정을 다양하게 겪었다. 제1금융권인 은행부터 캐피탈, 신협, 또 여러 CM송으로 유명한 대부업체들을 통과하고 나자 나는 사채의 세계에 서 있었다.

 

교대 재학시절부터 취업하기 전 고정 수입이 없을 때의 채무변제, 학교로 발령을 받고 나서 만 3년간의 급여압류, 14개월 동안의 개인회생 심의를 거치는 동안 '경제적 안정'은 정말 꿈같은 이야기였다.

 

정리될 것 같지 않던 빚들이 지난 4월에 수습되고 난 후 나도 돈을 좀 모아보고 싶어졌다. 사람들은 적립식 펀드 하나쯤은 필수라고들 했다. 하지만 펀드는 이제까지 나한테 높은 이자를 받아간 대기업에게 좋은 일인 것 같아 내키지 않았다. 뭐 다른 거 없을까 돌아다니다 어느날 뉴스를 통해 '대안금융'이라는 걸 알게 됐다.

 

'대안금융'이란 최근 은행이나 대기업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금융 소외자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세워지고 있는 몇몇 단체들을 일컫는 말이다. 휴면예금과 기부금 등의 공적자금으로 운영되는 사회연대은행과 머니옥션, 원클릭닷컴 등 돈을 빌리려는 사람과 투자하려는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P2P형식의 회사 등 두 종류가 있다.

 

한 달에 원금의 20% 이자 내는 사채도 고마워했었는데

 

내 관심을 잡아끈 것은 당시 '팝펀딩'(지금은 오픈머니마켓 '원클릭닷컴'으로 이름을 바꿈)이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이 글을 올리면 그 글을 읽고 투자를 원하는 사람이 직접 이자율을 정해 입찰하는데, 이자율이 낮은 순서대로 낙찰되는 역경매 방식으로 대출이 이루어진다.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은 한 사람에게 2만원만 빌려줄 수 있고, 빌리는 사람도 2만원씩 100사람에게 총 2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최대치인 200만원을 대출하면 1년 안에 재대출도 안 된다. 갚을 수 있을 만큼 빌리고, 혹 갚다가 사정이 너무 힘들어져 갚지 못하더라도 빌려준 사람은 부담 없을 2만원. 이자 역시 사금융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빌려주는 사람과 투자하는 사람의 Q&A게시판에는 "열심히 살겠습니다", "화이팅" 등의 격려와 희망이 있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세상이 좋아져가고 있구나 싶었다. 나는 한 달에 원금의 20%를 이자로 내야하는 사채도 고마워했었지만, 고이자의 사채가 아니라 내게 "화이팅"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낮은 이자의 대안금융에서 돈을 빌렸으면 고마움뿐 아니라 훨씬 더 짧은 시간에 훨씬 힘들지 않게 일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고심 끝에 대부업자 등록이 필요 없고, 중개수수료가 0%라는 원클릭닷컴에 4만원을 투자했다. 가족의 병원비를 구하는 한 아주머니와 등록금을 구하는 학생에게 빌려주었다. 그 2명은 상환일보다 늘 이르게 돈을 입금하고 있다.

 

자유예금 통장에 넣어두는 것보다 수익율이 높은 것도 기분이 좋지만, 나처럼 사채를 찾아야 했을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것 같아 한동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는 한 반년이 지나 잊고 있었는데 함께 투자했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나 거기서 전화 왔어."

"왜? 대손투표(문제대출이 발생했을 때 소송할 건지에 대한 투표) 있대?"

"대손투표가 된 건 아니고 그럴 가능성이 있대. 내가 돈 넣었던 한 건이 부부가 같이 대출 받은 거였다나. 원래 부부가 같이 받으면 안 된대. 지금 연체되고 있는데 손해가 발생하면 문제 있는 대출인 거 확인하지 못한 회사 실수니까 다 책임져 준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전화한 거래. 감동이지? 전화 안 왔으면 부부인지 뭔지 나는 알 도리도 없잖아?"

 

사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대안금융에 넣은 만큼 날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친구도 나도 돈을 넣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상환은 잘 이루어졌고 회사에 대해서도 신뢰가 쌓여가고 있다.

 

올 상반기에 대손투표가 이루어진 것은 10건이 안 된다. 더구나 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대부분 대손투표에서 소송하지 않겠다고 표를 던져 소송까지 가지도 않는다. 돈을 갚지 않았던 사람 중에는 한두 달 지나서 "미안하다"며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다시 상환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안금융, 금감위의 통제 받지 않아서 챙겨야 할 것도 있다

 

물론 대안금융은 다른 투자방법보다 덜 안정적이다. 특히 대안금융은 금융감독위원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챙겨야 할 것도 더 많다.

 

먼저 투자하고자 하는 회사(사이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아야 한다. 대부업자등록을 해야만 투자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고, 중개수수료와 투자한계 금액, 수익률도 다양하다.

 

다음으로 투자 형태에 대해서도 결정해야 한다. 나는 단순한 대출에 투자했지만 머니옥션 같은 경우에는 론이나 펀드 형식으로 좀더 높은 수익을 보장하거나 또는 원금보장이 되는 상품도 있다.

 

'위험성'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 이제 막 시작된 대안금융은 자본 확보와 안정성에 취약하다.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의 신용보고서와 소득상태, 대출 사유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또한 상환이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해당 업체가 법률상의 일들을 어느 정도 맡아 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체크해 놓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이 회사가 정말 대안금융'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기업자본이 투자되거나 이자율이 일반 대부업체와 별 차이가 없으면서도 안정성은 없는, 대안금융인 척 하는 사이트들도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대부업체와 다른 대안금융은 소액대출 중심... 큰 금액은 입찰 안 해

 

돈이 필요해 대안금융에서 빌리고자 할 때에도 일반적인 대부업체들과 다른 점이 있다.

 

대안금융은 소액대출이 중심이다. 서민들의 생활자금 대출이 기본 취지이기 때문에 큰 금액의 대출은 제한되어 있다. 제한이 없어도 투자자들이 신용상태와 소득을 고려하여 금액이 큰 건에 대해서는 입찰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싼 사금융의 부채들을 조금씩 쪼개어 대안금융으로 갈아타는 것은 이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대안금융에서는 대출받고자 하는 사람이 직접 자신의 신용을 조회하여 신용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일반 대부업체들과 달리 조회로 인한 기록이나 신용하락이 없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세상에 믿을 놈 아무도 없다'는 말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하지만 대안금융을 보면 사람이 사람을 믿고 어려울 때 돕고 사는 사회를 아직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원클릭탓컴의 면책자클럽에서는 대안금융을 예전의 '계'나 '두레'와 같은 상부상조 개념으로 평가하는 글들이 많다. 우리가 빌려주고 빌려쓰는 우리가 주인인 대안금용. 지금의 대안금융이 완전하진 않지만 사회적 약자의 경제자립을 돕는 '대안'으로 괜찮은 시작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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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금융#팝펀딩#원클릭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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