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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상환 경상대 교수.
장상환 경상대 교수. ⓒ 이우기

마르크스주의 석·박사 과정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경남 진주 경상대에서 생긴다. 경상대 대학원은 2009학년도부터 정치경제학과 안에 마르크스주의의 비판사회과학을 연구할 신입생을 21일까지 모집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후반 몇 개 대학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마르크스 경제학을 교양·전공과정으로 개설한 적은 있지만, 대학원 과정에서 정규 과정으로 만들어지기는 경상대가 처음이다.

 

대학원 석·박사과정이 개설되려면 대학(원) 본부뿐만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의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상대는 마르크스주의 석·박사과정 개설을 위한 절차를 이미 지난 8월 말에 마무리 지었다.

 

장상환 교수(경제학)는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이 중점연구소로 선정되어 여러 사업을 벌여오고 있는데, 대학원에 정치경제학과를 개설하는 계획도 이미 들어 있었다"면서 "대학 안에서 논의를 거쳐 교육부에 설립을 요청했는데 그대로 통과되었다"고 말했다.

 

첫해 신입생은 석사과정 6명, 박사과정 4명을 모집한다. 정치경제학부와 경제학, 사회학, 사학 등 7개 학과(부)가 공동으로 대학원 정치경제학과를 개설한 것이다.

 

교과 과정은 ▲21세기 사회운동 분석, ▲대안 사회모델 연구 등 4개 영역에 걸쳐 마르크스주의 방법론에 입각한 비판사회과학 20개 강좌다.

 

교수진은 경상대에서 장상환(한국경제론), 정진상(산업사회학), 김영수(노동정치학), 김의동(세계경제론), 정성진(마르크스 경제학) 교수가 참여한다. 외부에서는 김수행(성공회대 석좌교수), 오세철(연세대 명예교수), 김세균(서울대 정치학), 강남훈(한신대 경제학), 장대업(영국 런던대 사회학) 교수 등이 참여한다.

 

다음은 장상환 교수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 21일까지 신입생 접수 마감인데, 신청자가 많을 것 같은지.

"아직 파악해 보지 못했다. 정원은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의사 표현한 학생들도 있었다. 직접 접촉하지 않은 학생들도 있을 수 있다. 다른 학과에서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할 경우, 정치경제학과 신청자가 많을 경우 더 모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주로 어떤 학생들이 들어올 것으로 보는지.

"노동조합 상근자로 일하면서 정책분야에 공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다. 쉽게 말해 이론적인 연구를 하지 못해 내공이 딸리는 사람들이 희망할 것이다. 그리고 정당이나 정치조직 활동가들도 원할 것이고, 사회민중단체 활동가들도 좀 더 잘하고 싶어 공부하기를 원할 것이다. 또 전문 연구소 연구자들도 올 수 있고, 학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학생들도 진학하려고 할 것이다."

 

- 마르크스주의 공부를 원하는 수요가 많다고 보는지.

"일정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학과를 개설하는 것이다. 수요가 없다고 판단되는데 왜 개설하겠나."

 

-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과학서적을 읽지 않고 대학생들도 사회과학 공부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신자유주의 속에서 특히 비판주의 사회과학은 찬밥신세다. 연구해야 할 과제는 많은데 할 사람들도 우리 사회에서 대우가 좋지 않으니까 공부하지 않으려고 한다. 신자유주의를 바꾸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판뿐만 아니라 과거 역사적 경험에 대한 검토와 이론적 바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 최근 전세계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가 자본주의의 위기인지.

"다른 나라에서도 자본주의의 모순을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자본론>을 더 읽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본에서도 공산당 가입자가 최근 들어 많아졌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대안적인 운동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은 <자본론>을 읽는 단계에 그쳐서는 안되고, 현실에 적용해서 갱신해 나가야 한다. 지금은  필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경제동향 속에 발생하는 거품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투자를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지가 중요하다. 금융의 사회화가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뒷받침을 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이 강조되고 있다."

 

- 외국 대학의 흐름은 어떤지.

"호주 시드니대학에서 대학원에 정치경제학과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으며, 세계 몇몇 대학에서도 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종합 학문이다. 사회학과 경제학, 정치학, 철학, 역사학이 다 포함되어 있다. 복합적인 비판사회과학으로, 협동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과가 결합하는 형식으로 운영할 것이다."

 

- 경상대는 무죄를 받기는 했지만 이전에 교양강좌였던 <한국사회의 이해>가 이적성 시비를 일으킨 적이 있는데, 이번 대학원 학과 개설이 연관지어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한국사회의 이해>는 당시 진주의 기득권 세력이 부당하게 공격했던 사건이며, 민주화가 안된 과정에서 일어난 과도기적 사건이었다.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은 2007년까지 6년간 활발한 연구활동을 해왔다. 그런 기반이 쌓여 있는 속에 이번에 대학원에 학과를 개설하는 것이다. 학문의 다양성이 충분하게 보장되는 것이 정책방향을 올바르게 잡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비판사회과학의 분석을 듣고 싶어 하는 분위기도 있다. 비판사회과학하는 학자들이 강연회가 늘어난 것도 그런 탓이다. 이번 학과 개설도 그런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것이다."


#경상대#장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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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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