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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가 민주당과 민노당의 국민연합을 언급했다. 이명박 시대가 암울하긴 암울한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을 막기 위해 성격이 다른 두 정당의 연합을 전 직대통령까지 나서서 이야기하니 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전두환이나 박정희와 같이 과거의 군사독재국가를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그에 맞서는 DJ의 국민연합 역시 과거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아픈 과거의 추억

 

사실 DJ가 이야기하기 좋은 상황이긴 하다. DJ의 연합 이야기는 한번만 한 게 아니라 옛날부터 꾸준히 해온 이야기다. 흥미롭게도 DJ가 국민연합을 제안한 대상은 똑같다. 바로 민족주의 운동(소위NL)을 해왔던 사람들이다. 이 분들은 87년 당시 ‘직선제로의 개헌’과 ‘김대중에 대한 비판적 지지’등 그야말로 연합을 꾸준히 해왔다. 지난 민주노동당 분당과정에서 민족주의운동세력이 민주노동당에 남고, 민주노동당내 좌파가 진보신당으로 분리했으니, DJ가 제안한 연합대상은 다름 아닌 87년의 그분들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민주당이 이들 386출신들이 모인 곳이니, 87년 연합의 재현보다 더 공고한 연합이 아니겠는가.

 

물론 연합의 결과는 진보세력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가 ‘김대중 비판적 지지’에 의해 끊임없이 밀려난 것이었다. 1997년과 2002년, 그리고 2007년 진보후보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의원 그 자신이 97년 당시 이회창만은 안 된다며 김대중을 찍은 민족주의운동세력에 의한 최대 피해자였다. 진보정당은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그 본질을 확인 한 이후에나 비로써, 만들어졌다. 

 

연합전선의 한계

 

‘공동의 적에 맞서는 것’은 정치의 논리가 아니라 조폭의 논리이다. 연합의 논리는 가치를 배제한다. 가치는 수많은 토론과 공유 등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연합은 ‘목적의 일치’만 확인된다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내용역시 마찬가지다. 생태, 평화, 노동, 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가치들은 ‘반대’와 ‘승리’의 내용 속에서 그 가치가 훼손되거나 없어진다.

 

공동의 승리 뒤의 벌어지는 가치싸움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진보세력이 패배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공동의 승리’를 위해 진보세력의 유일한 무기인 가치가 훼손되었으니 진보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된다.

 

실제로, ‘정리해고법’으로 비정규직의 기원을 만든 것은 대통령이 된 김대중이었다. 그리고정리해고법은 민주노총합법화라는 김대중과 민주노총의 거래 속에서 이루어졌다.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투쟁이 구호로만 끝나는 것은 바로 이런 쓰라린 과거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탄생의 원죄로부터 진보세력이라 자처하는 민주노총은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연합의 결과는 이처럼 쓰라리다.

 

한국진보세력이 뛰어넘어야만 하는 87년의 한계를 지금의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그것도 그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서 말이다.

 

국민을 우습게 보지마라

 

‘반 이명박’ 정서가 곧바로 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은 촛불집회 때 국민들이 진보세력에게 분명히 말해준 것이었다. 국민들은 분명한 대안을 원한다. 이것은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시기 자신들의 대안을 이야기하지 않고, ‘이명박 반대’만을 외친 결과가 무엇인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국민들은 지지하지 않는다.

 

국민들을 무시하지마라. 이명박이 아닌 것 알겠다. 그러나 국민에게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들에게 표를 주지도 않을 것이다. 진보세력은 진보적 가치와 대안을, 자유주의 정당인 민주당은 지역을 정당의 한계를 넘어서, 자유주의적 가치와 대안을 제시함으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정당이 승리만을 추구 하는 정치꾼들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가치와 대안을 이야기하는 정치가들이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태그:#김대중, #민주노동당,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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