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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새벽 1시 50분경. 육군 최전방 GP(전방초소)에서 한 이등병이 복무 부적응을 이유로 생활관에 수류탄을 던졌다. 이 사고로 동료 소대원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05년에도 김모 일병이 비슷한 이유로 생활관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큰 충격을 몰고 왔다.

군대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원인으로 개인의 정신이상이 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군의 구조적인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2005년부터 한 경계초소에서 복무했던 예비역 병장은 "개인의 성격도 문제가 있겠지만 단순히 개인을 정신이상자로 치부하기보다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예비역 병장의 이야기를 글로 옮긴다.

나는 2005년 2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수도권의 모 사단에서 보병으로 복무했다. 신병교육을 마치자마자 곧장 강안경계부대로 배치됐다. 내가 배치된 부대는 한강 하구의 철책을 경계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이번에 최전방 GP에서 발생한 수류탄 사고를 보니 놀랍기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근무했던 곳에서도 격오지 초소근무를 섰기 때문에 최전방 GP의 긴장감만큼은 아니었지만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전역을 하고 대학에 복학한 뒤 이런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편치 않고 남일 같지가 않다.

이번에 발생한 GP 수류탄 사고에 대해서 비난의 목소리가 많았다. 어떻게 자고 있는데 수류탄을 터트린다거나 그것을 또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냐는 것이다. 하지만 해안(海岸)이나 강안(江岸) 그리고 GOP(철책경계초소) GP(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에선 의외로 허술한 점이 많다.

수사결과 발표를 들어보니 수류탄을 던진 용의자로 체포된 황 이병은 "선임병과 잦은 마찰이 있었고, 군 생활을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동기생과 비교를 당하면서 열등감을 느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고 한다. 또한 GP에 투입되고 나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작업을 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였다고 말했다.

보통 군대 안에서나 사회에서 큰 사고가 나면 그 범인을 정신이상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에도 용의자 황 이병에게 정신감정을 실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물론 정상인보다 문제가 있는 사람이 더 위험할지 모르지만 비슷한 근무를 해본 나로서는 휴식 보장이 안되었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내가 속한 소초는 간부를 포함해 30명 정도가 생활한다. 경계근무는 밤이 중요한데 야간근무는 자정을 기준으로 전반야와 후반야로 나뉜다. 해가 질 무렵에 저녁식사를 하고 전반야 근무자는 초소에 투입되고 후반야를 맡은 병력은 잠을 잔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후반야 근무자가 일어나 전반야 근무자와 교대한다.

보통 야간경계 근무자들은 낮과 밤이 바뀐 채 생활하게 된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상 이러한 점은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으로 보장된 수면시간을 다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례로 부대 고위 관계자가 순찰을 돌거나 제초작업 같은 작업 일정이 잡혀 있으면 수면시간이 줄어든다.

정해진 취침시간보다 늦게 자거나 기상시간보다 한 두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심지어는 할당된 작업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전반야 근무자는 낮에 잠을 자지 못한 채 작업을 하다가 밥만 먹고 바로 근무에 투입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많은 소대원들이 힘들어 했다. 나는 당시 계급이 낮아 적응하는데 신경을 썼지만 선임병들은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생활과 줄어든 수면 시간 때문에 날카로워지는 모습을 많이 봤다. 이를 빌미로 집합 후 욕설을 듣거나 구타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소초에서 어떤 문제의 발생 위험이 있다면 소위급인 소초장을 비롯해 부소초장의 관리감독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을 보기는 힘들었다. 정해진 순찰시간에 초소를 돌며 감독을 해야 하지만 잠을 자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임무를 하지 않았다. 거의 부대 및 병사 관리는 최선임병들이 하는 형태였다.

내가 생각할 때 가장 큰 문제는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외부와의 연락이 단절된 채 좁은 공간에 갇혀 생활해야 한다는 점이다. 강안경계근무를 서는 6개월 동안 4박 5일의 휴가 정도만 쓰고 외출 외박은 통제되었다.

또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소초장이나 부소초장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문제를 키우는 경우도 많았다. 수면 부족과 선임들의 폭력, 그리고 간부들의 책임 방기는 병사들을 힘들게 했는데 특히 이등병 일병 같은 후임병들이 남몰래 스트레스를 많이 삭였다.

뉴스를 들어보니 이번 사고를 계기로 GP장을 소위에서 중위급 간부로 바꾼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좁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계급에 상관없이 책임자가 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막을 수 있다. 또한, 초급장교인 소초장에게 일임한다기보다 중대나 대대에서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사병들에 대한 적극적인 상담 및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면 이번과 같은 극단적인 사고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모든 초소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은 인원이 가족처럼 지내는 곳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하나의 사건이 이렇게 큰 문제를 불러온다면 보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전문가 진단] 군대 악성사고 예방에 '구조개선' 한목소리
군대문화개혁, 군인권회복, 군대민주화시민운동의 목소리를 내며 새로 출범한 민주군인회의 임종인 상임대표(52)는 이런 악성사고에 관련해 특이성격론을 제시한다. "국방부에서는 사고를 낸 병사는 심한 모욕이나 구타가 없었지만 특이한 성격 탓에 군생활을 견디지 못했다고 말하는, 이른바 특이성격론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군대는 전투를 하기 위하여 상명하복을 하는 것이지 인간을 지배하기 위한 구조가 아니라며 비민주적 군대구조를 개선해야 이러한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대의 상명하복 구조는 작전 등의 일과시간에 철저히 적용하되, 휴식시간에는 자유로운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 특히 GP나 GOP 같은 최전방에서는 적은 인원이 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생활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해지며 그것을 풀기 위해 후임병에게 가혹행위를 할 위험이 있다.

또한, 임 대표는 2005년의 총기난사사고도 언급했다. 임 대표는 "당시 지휘책임을 맡았던 간부들의 역할이 부족했는데 일부 부대에서는 문제 병사가 있을 때 특별히 신경을 쓴다기보다 문제아로 치부하고 집단에서 제외해 부대 내 결속을 유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희생양론'에 대해서는 심리학 전문가도 같은 견해를 보였다. 중앙대 심리학과 현명호 교수는 "군을 떠나 일반적으로 어떤 상황이든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자신이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희생양을 찾게 되고 이 대상을 찾게 되면 나머지가 유대감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피해의식이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 요인을 심리학에서 찾을 때 '탄력성'개념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대나무는 어떤 힘에 의해 휘어지더라도 바로 제 모습을 찾지만, 연약하거나 다친 대나무는 당기는 순간 부러져버린다는 것이다. 이 '부러짐'이 사고로 연결되는 것. 이를 막기 위해서는 "탄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는 가족이나 연인에 대한 생각, 미래에 대한 꿈 등이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은 자기의 감정 통제 능력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점을 감안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종인 대표와 현명호 교수 모두 이러한 악성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군대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임 대표는 "사병인권 보장, 의식주 개선, 월급 인상 등을 통해 가고싶은 군대, 보내고 싶은 군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현 교수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프로그램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이미 개발되어 있는 상담 관리 프로그램을 지휘관이 정확히 인식하고 사병들에게 잘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육군 관계자는  "해당 부대는 신막사를 건축하는 과정이었고 직접적으로 때리는 등 구타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GP가 폐쇄적이고 시설도 열악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현재 대책을 강구중에 있으며, 연말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도 이 문제에 관련한 여러 지적을 최대한 수렴해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덧붙이는 글 | 제3회 전국 대학생 기자상 공모전 응모기사입니다.



#GP#수류탄#최전방#사고#임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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